스마트폰이 아니라 어른과의 대화로 자라는 아이들
스마트폰이 아니라 어른과의 대화로 자라는 아이들
  • 칼럼니스트 이연주
  • 승인 2018.06.19 1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마트폰 없는 행복한 몰입육아] 아이를 어른으로부터 떼어내는 스마트폰

칼비테의 자녀 교육법을 다룬 책은 오래 전부터 육아서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다. 나도 첫째를 임신하면서 육아 고전서를 섭렵했는데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책이 칼비테의 책이었다. 3번 정독을 했고 아직도 내 책꽂이에 꽂혀 있다. 뇌리에 박혀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문구가 하나 있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학자를 찾아가거나 초대해 대화를 하게 했다’라는 내용이다.

어린 아이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아빠는 어른과의 만남을 일부러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어떠한가? 우리는 집으로 엄마나 아빠의 친구가 찾아오면 아이들이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TV를 틀어주거나, 스마트폰을 쥐어주면서 조용히 있게 한다.

“어른들끼리 이야기해야 하니까 너네는 저쪽 가서 놀아.”

혹은 과자와 초콜릿을 잔뜩 주면서 저쪽 가서 먹으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내보낸다. 그래야 어른들이 어른답게 어른다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조용히 있게 하기 위해서 스마트폰과 사탕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조용히 있을 수 있다. 어른들과 어울릴 수 있다. 처음부터 잘 하지는 못하겠지만 한두 번 하다보면 아이들도 어른들 사이에서 예의를 지키며 앉아있을 수 있고, 어울릴 수 있다.

나는 채윤이가 2살일 때에도 자주 데리고 나가서 친구들을 만났다. 아직 말을 못하는 딸이었지만 소외시키지 않고 친구의 이름을 알려주고, 나랑 어떻게 알게 됐는지를 설명하고, 무슨 일을 하는 지 말하면서 함께 있었다. 당연히 어른처럼 한 자리에 쭈욱 앉아있지는 못하지만, 스마트폰의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았다. 친구랑 빈번히 이야기가 끊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받아들이면서, 최대한 채윤이를 포함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친구에게는 만나기 전에 미리 양해를 구했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해해줬고, 채윤이와의 대화를 즐기는 친구들도 있었다. 아이가 어른들의 대화에 보이는 반응은 예상과 달라서 재미있을 때가 많으니 한 번 도전해 보아라. 친구와 함께 말 못하는 아기와의 대화!

많은 부모가 아이들은 스마트폰 없이 한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아이를 동반하여 친구를 만나거나, 외식을 할 때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스마트폰을 꺼내서 아이들에게 쥐어준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칼비테처럼 생각해보자. 칼비테처럼 일부러 각 전문가를 불러들일 능력과 열정이 부족하다면 다음 말을 기억하기 바란다.

“아이들을 어른의 대화에 참여시키는 것은 굉장히 이상적이다. 아이들은 단순히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미국의 유명 심리학자 아만다 구머의 말이다. 그는 아이의 발달과, 애차형성, 대인관계 형성을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도 함께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면 나중에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나와도 크게 화를 내거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 아이들도 내가 남편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항상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다.

“엄마, 아빠 무슨 이야기 해요?”

우리 부부가 게임을 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자기들도 하겠다며 와서 게임 설명 듣는 중이다. ⓒ이연주
우리 부부가 게임을 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자기들도 하겠다며 와서 게임 설명 듣는 중이다. ⓒ이연주

그러면 나는 반가운 마음 반, 귀찮은 마음 반을 가지고 때로는 간단히 때로는 아주 세세하게 설명해준다. 단어를 쉽게 바꾸려는 노력을 조금 기울여서 이왕이면 아이가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말한다. 우리가 이야기 하고 있던 '주식'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부동산'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나의 고민'에 대해서도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때로는 아이가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편견없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생각에 우리의 고민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답을 구해보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이런 질문을 했다.

"지성아, 엄마아빠가 이 소파가 이사가는 집 크기에 비해서 너무 큰 거 같아서 버릴까, 가져갈까 고민중인데 지성이 생각은 어때? 그리고 저 식탁은 안예뻐서 바꾸는 게 나을까 어떨까?"

"응, 제 생각에는요. 소파는 내가 소파위에 올라가는 걸 좋아하니까 가져갔음 좋겠구요, 식탁은 버려도 될거 같아요."

아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장난감은 바로 엄마 아빠이다. ⓒ이연주
아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장난감은 바로 엄마 아빠이다. ⓒ이연주

명쾌하게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하는 아이. 아이와 대화하는 습관을 가지고, 제3자가 놀라왔을 때에도 함께 대화하는 문화를 형성하면 아이는 세상에 더욱 호기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주제를 가지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아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주면서 ‘조용히 있을 것’을 강요하지 말자. 아이들은 어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항상 궁금하다. 나도 예전에 엄마가 친구들을 집으로 부르면 괜히 과자를 집는 척하면서 어른들 이야기를 듣곤 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나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바로 ‘오늘 유치원에서(학교) 뭐 했니’라고 한다. 다양한 이야깃거리에 굶주린 아이들에게 매일 똑같은 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자. 친구들이 놀러오면 친구를 간단히 소개하고 함께 대화할 수 있게 해라. 그게 어렵게 느껴지면 먼저 부부와의 대화에 아이를 참여시켜라. 아이를 조용히 있게 하기 위해, 한 자리에 앉혀놓기 위해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내어주지 마라. 아이는 사탕을 먹고 스마트폰을 하는 것보다 어른과의 대화에서 분명 더 큰 재미를 느낄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연주는 18개월 차이나는 5세 아들과 3세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스마트폰 없는 똑똑한 육아'의 저자이다. 힙시트를 하고도 손에는 스마트폰, 유모차를 밀면서도 스마트폰, 놀이터에 와서도 스마트폰. 엄마들이 아이에게 집중하지 않자 화가난 1인. 놀이처럼 육아도 집중해야 재미가 극에 달한다는 것을 말하고픈 마음에 글솜씨없는 사람이 육아서까지 썼다. 스마트폰 없이 아이와 있는 시간에는 아이에게 푹 빠져보라는 것! 물론 힘들지만 스마트폰으로 도피하며 하는 육아보다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아이와 함께 엄마도 아빠도 성장하는 것이 진정한 육아라는 주장도 함께 펼치는 열혈맘이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