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떼쓰는 아이를 달래는 법
마트에서 떼쓰는 아이를 달래는 법
  • 칼럼니스트 노승후
  • 승인 2018.06.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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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아빠의 독립육아] 아이의 절제심을 키워주는 훈육법

초보 주부 시절, 저를 곤혹스럽게 하는 일과 중 하나는 바로 아이들과 마트 장 보러 가기였습니다.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들러야 하는 곳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가는 그곳은 항상 저의 마음을 충분히 졸이게 했습니다. 

'오늘은 맵지 않은 하얀 순두부찌개를 해볼까? 호박 무침은 아이들이 별로 안 좋아하겠지? 그렇다고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이기에는 부담스러운데.' 이런 고민도 하면서 천천히 아이쇼핑 겸 스트레스 해소도 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마트에서 사고 싶은 게 많은 아이들과의 실랑이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한창 빠져있는 초콜릿 장난감을 양손에 들고 저를 기다립니다. 첫째는 장난감 코너에서 아직도 고민 중입니다.

"얘들아, 이제 가자!"

저의 말에 둘째는 초콜릿을 두 개나 챙겨서 제 옆에 섰습니다. 첫째는 결국 공주 인형 장난감을 손에 들었고요. 그 모습을 본 저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초콜릿은 하나로 막으면 될 거 같은데, 저 비싼 장난감은 어떻게 하지?'

아이들을 설득할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떼쓰며 울기라도 하면 주변의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안 된다는 아빠와 사겠다는 아이의 실랑이가 한동안 이어집니다.

"의선아, 매번 마트 올 때마다 자기가 사고 싶은 거 사달라고 하면 어떡해? 마트는 장난감 사러 오는 곳이 아니라, 장을 보러 오는 곳이야."

나름 조용조용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해도 아이에게는 안된다는 말로만 들리는 것 같습니다. 곧 닭똥 같은 눈물이 쏟아질 태세입니다.

장난감 앞에서 하염없이 고민 중이신 따님. ⓒ노승후
장난감 앞에서 하염없이 고민 중이신 따님. ⓒ노승후

아이의 입장에서는 장난감이 눈에 보이니까 자연스레 눈길이 가고 순수한 의도로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이니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좋은 것을 보면 사고 싶은 사람의 본능이니까요. 잘못이라면 장난감을 마트에 둔 마트의 잘못이겠지요. 

결국 장난감 대신 과자 하나를 손에 쥐여주는 것으로 마트 전쟁은 나름 선방으로 끝이 났습니다. 매번 이 전쟁이 부담스러워서 낮에 여유 있게 장을 보고 싶지만, 이상하게 저녁 준비만 할라치면 재료가 없더라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는 너희들이 마트 갈 때마다 과자며 장난감을 사달라고 해서 힘들어. 사달라고 떼쓰는 모습도 주변 사람들이 보면 창피하고 사달라는 거 다 사주면 우리 집에는 돈이 자꾸 없어지겠지? 과자나 장난감은 필요할 때 그때 같이 사러 가고 장 보러 갈 때는 좀 참아주면 좋겠어." 나의 진심이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묵묵히 내 말을 들으며 따라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은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바로 장 보는 리스트 작성입니다.

평소에 필요한 것들을 수시로 메모를 해서 마트에 가면 딱 그것만 사고 빨리 나옵니다. 마트 가서 세월아, 내월아 하다 보면 결국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니까요.

효과는 있었습니다. 리스트가 있으니까, 정말 장 보는 게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바삐 움직이는 저를 따라다니느라, 다른 코너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바로 '토요사탕제'라는 방법을 응용했습니다.

라떼파파의 나라, 스웨덴에는 '토요사탕제'라는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사탕이나 단 과자들을 사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들을 위한 훈육법 중 하나입니다. 만약 아이들이 마트를 가서 과자를 사달라고 떼를 쓰면 조용히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사탕이나 과자는 토요일에 먹는 날이니까, 그날 마음껏 먹자."

물론 이 말을 듣고 스웨덴 아이들은 특별해서 "네, 어머니 말씀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라고 말하고 단념하지는 않겠지요. 그 아이들도 우리처럼 떼쓰며 울고 바닥에 드러눕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게 조금의 차이 날까요.

아이들의 훈육에 있어서는 기준이 있느냐 없으냐의 차이는 크다고 합니다. 그 기준을 지키는 말과 행동을 아이에게 보여주면 철없어 보이는 아이들도 마음속으로는 '아, 안되는 거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되고 좀 더 부드럽게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저는 저만의 토요사탕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트에서 군것질은 평일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이런 식으로요. 아이들에게 미리 선포를 했습니다. "우리 집의 규칙은 바로 이것이다."라고요.

아이들도 처음에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제가 마트에 가서 계속 주입을 시켰더니 조금씩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평일에는 한 번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어제 사버렸으니 오늘은 못 산다는 생각을 아이 스스로 하면서 아쉽지만 단념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우습던지, 그냥 한 번 사줄까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장난감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날에만 사준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사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아이들에게 고정적으로 선물을 사주어야 하는 날이 너무도 많더군요. 두 번의 명절, 아이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 기본적으로 5번은 사주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평소에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으면 생각해두었다가 가까운 선물 주는 날에 사주는 것으로 규칙을 정했습니다.

아이들도 그런 규칙이 있으니 마트에 가서도 떼를 쓰는 대신 저에게 약속을 받곤 합니다. "아빠, 이번 제 생일에는 XX인형 사주세요."라고 수시로 확답을 받습니다. 그리고 생일이 올 때까지 그 장난감을 사는 기대감으로 들떠있기도 하고요. 물론 수시로 바뀌는 아이들의 마음이니 중간에 다른 장난감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마트에서 아이들과의 실랑이에 힘드시다면 이렇게 규칙을 정하시면 어떨까요?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아이들도 의외로 되고 안되고를 본능적으로 이해합니다. 처음이 힘들지, 규칙을 정하고 밀고 나가면 아이들도 따라오게 됩니다. 이런 규칙과 실행은 아이들에게 절제심을 길러주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부모에게는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고요.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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