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당신의 아이는 무사합니까?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당신의 아이는 무사합니까?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8.07.30 14: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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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영유아학대 #강력범죄 #보육기관 #보육교사 #공동육아방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랜만에 대청소를 했다. 가구며 매트 사이사이 숨은 먼지를 치우느라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이제 곧 아이의 방학기간이기도 해서 더는 미룰 수 없었기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오늘만큼은 끝을 보자는 심정으로 청소에 열중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장난감을 정리하고 무거운 책장을 밀어내려는 찰나, 엄지발톱 끝에 걸린 육중한 가구는 순식간에 내 발톱 하나를 없애버렸다.

처음에는 아프다기보다 너무 놀란 것이 먼저였고 그 다음 고통이 찾아오기 전에 덜컥 무서웠다. 아기도 낳았는데 이 정도 고통쯤이 뭐 대수일까 싶겠지만 어른이 돼도 뜻하지 않은 외상은 아프고 무섭다. 피가 나고 살점이 떨어진 발톱에 이를 악물고 소독약을 뿌리다가 문득 얼마 전 SNS로부터 전달받은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떠올랐다.

이미 기간이 많이 지난 사건이었지만 처벌이 미약하고 사건에 대한 경위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일이라 국민청원까지 이어지고 있는 문제였다. 최근 가장 큰 뉴스였던 어린이집 사건사고들. 이를 계기로 지난 사건들에 대한 재수사까지 요구하는 등 국민들의 분노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리고 나 역시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는 엄마 입장에서 지난 몇몇의 끔찍한 사건들은 차마 가슴이 미어져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심정이다.

언젠가 터질 때만 기다리는 시한폭탄처럼 도사리고 있는 영∙유아 학대 사건사고들은 왜 이렇게 늘 반복되고 있을까? 분명 CCTV도 의무화되고 보육교사나 보육기관에 관한 방침 또한 강화됐다고 하는데 어째서 죄 없는 어린아이들이 또 다시 그런 무책임한 어른들에 의해 희생돼야만 했던 걸까?

그러나 이렇게 어린이집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동네에 인기가 많은 어린이집은 늘 대기자 수가 많아 제때에 입학하는 것조차 어렵다.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어 두렵다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보육기관을 찾아가면 아이를 받아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아이러니한 상황! 물론 현업에서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며 아이들을 돌봐주는 올바른 보육교사들도 많다. 하지만 잠잠해지기 무섭게 터지는 사건들로 인해 힘들게 일하고 있는 다른 교사들까지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 하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다.

보육교사의 자질만이 문제일까? CCTV 역시 아무리 많이 설치하고 또 볼 수 있다 한들 사고 예방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부 지역에서는 나라에서 일정한 장소를 제공하고 그 지역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돌아가면서 보육을 담당하는 공동 보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이마저도 힘든 일이겠지만 그래도 꽤 실용적인 아이디어라는 생각이다. 아마 내가 거주하는 지역에 이런 곳이 있었다면 나도 동참했을 텐데 아쉽게도 현재는 일부 지역에만 한정돼 있는 제도라고 한다. 뜻있는 엄마들끼리 돌아가며 홈스쿨링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각자 여건이 다르다 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과연 이 혼란스러운 보육기관 전쟁터에서 아이를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는 걸까?

발톱이 빠지는 고통 따위가 감히 아이들이 느꼈을 공포와 아픔에 비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다만 이 작은 사고도 이렇게 신경 쓰이고 아프고 오래가는데 너무 일찍 별이 돼버린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대 등으로 지금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어린아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른들을 바라봤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어떤 경우에도 결코 되풀이되면 안 되는 일들이 있다. 영∙유아 학대 사건은 누가 뭐라 해도 그런 일 중 하나이다. 그리고 명백한 범죄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치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발 지난 사건들처럼 가볍게 넘어가고 쉽게 잊히지 않았으면. 오늘도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뿐인 어른이라 너무 죄스럽고 미안하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너무 일찍 별이 된 천사들의 명복을 빕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너무 일찍 별이 된 천사들의 명복을 빕니다. ⓒ베이비뉴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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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2018-08-13 10:12:32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게 전반적으로 보고 개선해 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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