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제1원칙은 사랑이요, 그 다음은 '밥'이라
육아의 제1원칙은 사랑이요, 그 다음은 '밥'이라
  • 칼럼니스트 전아름
  • 승인 2018.08.22 08:43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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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트윈스 육아일기] 투정인 줄 알았는데 철분결핍이라니?
어린이집에서 보내온 사진, 뭔가 지구를 지키는 용사들 처럼 나와서 마음에 든다. 이 사진의 포즈처럼 건강하고 멋진 쌍둥이로 크자! 엄마아빠가 노력할게!
어린이집에서 보내온 사진, 뭔가 지구를 지키는 용사들처럼 나와서 마음에 든다. 이 사진의 포즈처럼 건강하고 멋진 쌍둥이로 크자! 엄마아빠가 노력할게! ⓒ전아름

경빈이 경진이가 어느 순간부터 밥을 잘 안 먹었다. 이즈음 이유식 거부가 온다고 한다. 완료기 이유식을 건너뛰고 어른밥을 주면 잘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속는 셈 치고 어른 밥을 줘봤다. 한두 번은 잘 받아먹었는데 한두 번이 끝이었다. ‘애가 밥을 안 먹으면 한 끼 굶겼다가 먹이라’는 글을 봤다. 간식 한 번, 밥 한 끼를 건너 밥을 먹이니 득달같이 달려들어 먹었는데 그것도 잠깐이었다.

인터넷을 보니 돌 앞둔 아기들이 밥 투정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우리 쌍둥이들에게도 으레 오는 일이려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니, 그러고 싶었다. 애들은 밥만 주면 혀로 밀어내고 손가락을 넣어 꺼내 바닥으로 던지고 투레질하며 뱉어냈다.

두 놈이 동시에 그러니 매일 저녁 밥 먹이는 시간이 무서웠다. “하느님 살려주세요” 소리가 절로나왔고, 애들이 울면 나도 같이 울며 드라마 주인공처럼 “왜 그러는 거냐구, 왜!”라고 절규했다.

◇ 힘들어서 안 먹이고, '크려고 그러나보다' 잠투정 무시하고

100일 즈음부터 통잠을 잘 자던 '비니지니'가 잠투정을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백몇 년 만의 폭염으로 우리는 에어컨이 있는 큰방에서 네 식구가 다 같이 이불을 펴놓고 자게 됐는데, 새벽마다 비니지니가 번갈아가며 깨어서는 눈도 안 뜨고 엉엉 울며 온 방 안을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출근해야 하는 남편을 대신해 애들을 달래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조리원 동기들에게 물어보니 이앓이를 하면 그렇다고 했다. 크려고 그러려니 싶어 울컥하는 마음을 꾹 참고 새벽마다 애들을 안아 달랬다.

한 달 걸러 한 번씩 소아과에 간 것도 당연히 이즈음이었다. 아기들에게 38도 이상의 열, 콧물, 기침 등의 증상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두 놈이 한꺼번에 앓지 않고 일주일 사이을 두고 차례대로 앓으니 나와 남편은 2주일에 한 번씩 주말을 소아과에 바쳐야 했다.

그런데 어지간한 항생제를 쓰면 열도 내려가고 잘 낫던 경진이가 도무지 열이 잡히지 않았다. 담당 의사선생님은 염증검사와 소변검사를 하자고 권유했다. 요로감염이나 다른 염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권유였다.

이튿날 나는 약간 의외의 검사결과를 받았다. 염증 수치가 높아서 요로감염 검사를 시행했지만 다행히 요로감염은 아니었으나 뜻밖에도, 철분결핍이 있다는 것이다. 평균보다 3 정도 낮은 수치였는데 이 정도면 철분제를 먹어야 한다고. 철분결핍이 있으면 애들이 잔병치레가 잦고, 밤에 자주 깨고, 밥도 잘 먹지 않는다고.

내가 그냥 으레 “애들이 크려고 그러나보다” 하고 넘겼던 날들, 찜통 같은 주방에서 밥 먹기 싫다고 우는 애들과 같이 울며 “먹기 싫음 말아”라며 밥그릇을 바로 치워버렸던 날들, 잠 못 자고 우는 애들한테 젖병 물리며 억지로 재웠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또, 내가 잘 못해서 그렇다는 죄책감이 시작됐다.

약국에서 8천 원짜리 철분제 한 통을 사 그날부터 바로 철분제를 먹이기 시작했다. 약발이 받은 것인지 비니지니의 컨디션은 기적 같은 속도로 회복했다. 감기도 금방 나았고, 밥도, 잠도 예전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애들이 태어난 지 140일 즈음부터 이유식을 시작했고, 170일부터 고기 넣은 이유식을 먹였다. 다른 집 애들보다 월등히 잘 먹는다고 생각해 으스댄 적도 있었고, 우리 애들은 밥 투정 안 한다고, 다른 건 몰라도 밥 먹는 것만큼은 속 썩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먹는 것이 부실해서 생긴 철분결핍이라니 참 가슴이 먹먹했다.

◇ 쓸데없이 죄책감의 부피만 키워가면서 '모른 척' 했던 날들

이번 주말 내내 애들을 위한 식단을 하루종일 공들여 준비했다. 소고기 야채 계란죽, 소고기 무국에 부추계란 볶음과 김, 소고기 시금치 된장국과 두부구이 등 애들이 먹기 좋게 재료는 잘게 다지고, 조금씩 간을 가미하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귀찮다고, 엄마도 좀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밥에 참기름과 김자반 넣어 주먹밥 뭉쳐 입에 넣어주고, 삶은 감자 으깨주는 것으로 간식을 대신했던 날들, 우리 애들은 어른밥을 좋아한다고 밥상 옆에 앉혀두고 우리가 먹던 밥에 우리가 먹던 멸치볶음 몇 점 얹어주던 무책임한 날들을 떠올렸다. 쓸데없이 죄책감의 부피만 키워가면서 정작 내가 해야 할 일들은 모른 척하고 넘어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쌍둥이 육아, 너무 어렵고 힘들어 어떤 때엔 좀 게으르고 대충, 쉽게 가고 싶은 날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키우는 데 정말 중요한 것 몇 가지는 절대로 게으르고 대충해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 번째는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일, 그 다음으로는 잘 먹이는 일이 될 것이다. 오늘도 나는 조리원 동기들 단톡방에 이런 메시지를 남겨본다.

“우리 애들 선짓국 먹여도 될까요?”

“선짓국? 웬 선짓국을요?”

“아니 그 철분 때문에 걱정돼서요.(ㅠㅠ)”

“선짓국은 어른이 먹어도 짜고 매운데 애들은 좀 이르죠!”

아아, '오바'는 역시 금물이다!

*칼럼니스트 전아름은 용산에서 남편과 함께 쌍둥이 형제를 육아하고 있는 전업주부다. 출산 전 이런저런 잡지를 만드는 일을 했지만 요즘은 애로 시작해 애로 끝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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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2018-09-05 11:31:14
아.. 철분.. 요즘 저희아기도 비슷한데... 이제 이유식시작해야할까봐요 ㅜㅜ
모유수유라고 너무 편하게생각한건지 에휴.. 곧6개월차들어가는
엄마네용..

pinkwhi**** 2018-09-04 02:00:20
철분이 잠에 영향을 많이 끼치나 보네요~
알아보고 잘 먹여야 겠어요^^

db**** 2018-09-03 09:13:43
아이들 영양섭취 이유식때뿐 아니라 성장기때까지 따로  맞춰가야 하더군요

ha79p**** 2018-08-31 20:37:54
아이에게 골고루 영양섭취할 수 있게 하는 것 참 힘든 것 같아요

poren**** 2018-08-28 15:58:11
철분부족!! 저도 살펴봐야겠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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