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 4만 230곳 중 국가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84개뿐이다. 이 중 55%는 개인 원장에게 위탁하고 있다. 10년 이상 위탁받아 운영하는 원장이 35%에 달하고, 30년 넘게 한 원장이 운영하는 어린이집도 12곳이다. 이 사실은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확인됐다.
보육의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공공성은 위탁된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확보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들어오면서 ‘보육의 공공성 확보’는 다른 때보다 현장과 학계, 정부 모두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는 문제가 됐다.
한국의 보육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부분 민간위탁에 의지하는 동시에, 보육의 공공성을 제대로 담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때문에 어린이집 운영의 공공성과 교사 고용안정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서비스공단’은 내용이 발표됐을 때부터 관심을 모아왔다.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는 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보육 현장이 요구하는 사회서비스공단’ 기자회견을 열고 보육교사, 부모, 아동 등 보육당사자들이 원하는 사회서비스공단을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촉구했다. 이들이 제시한 안은, 대통령 공약대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시에 보육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는 인권·여성·복지 등 각 분야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등 23개 단체가 모여 지난 3월 출범했다. 아동·부모·보육노동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인권·노동권·돌봄권·공공성이 실현되는 보육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다.
◇ “위탁 어린이집, 사실상 개인 것… 직고용 통한 보육생태계 필요”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발언시간을 통해 “위탁된 어린이집은 개인 것과 다름없다”며 “개인화되어 있는 어린이집에서는 아동학대 고발한 내부고발자도, 부실급식 문제를 제기한 사람도 해고를 당한다”고 지적했다. 서 부위원장은 “교사가 아이를 위해서 아이 권리를 옹호하는 옹호자로서 일할 수 있는 보육현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공적인 시스템으로서 사회서비스공단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 중심으로 사회서비스공단에서 보육을 제외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반드시 (제외)하고 말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와 서울시장의 공약사항인 (보육을 포함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기자회견을 서울시청 앞에서 연 이유를 설명했다.
사회서비스공단 내에서 보호가 필요한 사람은 보육교사뿐만이 아니다.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대표가 참석해 부모들을 대변했다. 조 대표는 교사와 원장을 직접 고용하고, 바람직한 보육 생태계를 조성해 희망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태어날 아이들의 안전과 행복은 태어나 있는 아이들의 안전이 담보되고, 보육 공공성이 보일 때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지금 같은 어린이집 구조에서는 부모 당사자뿐 아니라, 보육교사 당사자도 세력화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집을 둘러싼 현재를 “섬처럼 떨어져 있는 어른들이 그 누구도 아이들의 안전과 아동 인권에 대해서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고 아이들의 행복을 담보하고 있지 못하다”며 “그저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좋은 원장님을 만나기를 기대하며 개인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유보통합을 이유로 사회서비스공단 내 보육 포함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조 대표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사실상 유보통합 이야기도 희망고문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어린이집 품질이 제고되고, 공공성이 담보될 수 있는 제대로 된 모델이 구현될 때에야 유보통합 역시도 희망과 방향성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보람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도 발언을 통해 “국가는 낙태죄 존치를 저출산 극복방안으로 인식한다”며 “그전에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삶의 조건들은 무엇인지 먼저 묻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는 애초에 사회서비스 공단에 대한 논의가 왜 나왔는지 곱씹으며 보육에 대한 공공성 강화를 흔들림없이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 성명서 발표·서명운동으로 공약 이행 촉구한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100% 가까이 국고 재원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이 공공성은 담보받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국가와 지자체가 이렇게 재원을 쏟아 붓고 있으면서도 정작 어린이집 관리와 책임은 나 몰라라 방관하고 있다”면서 “민간시장에 내맡겨놓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어른들때문에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집권 2년차에 접어든 현재까지 관련 법조차 통과되지 않아 시행이 지연되고 있다”며 사회서비스공단을 공약대로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사회서비스공단 사업을 시범 운영하는 서울시가 보육을 포함한 형태로 운영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다.
또한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은 사회서비스공단에 보육을 포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차례로 발표할 계획이다. ‘사회서비스공단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공공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꼭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서명운동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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