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의 여왕' 김남주는 며느리가 되어도 무엇인가 달랐다. KBS 2TV에서 방송 중인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은 대한민국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시청률 30%를 넘으며 매회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는 아내이자 며느리, 직장여성인 차윤희(김남주)가 있다.
극중 윤희는 미국에 입양돼 딱히 시집이라고 할 것 없는 남편 방귀남(유준상)과 결혼해 시집살이 없는 자유를 누리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윤희는 갑자기 귀남이 친가족을 찾으며 시부모님, 시할머니, 시누이 셋, 시이모가 딱 버티고 있는 시월드에 본의 아니게 입성하게 됐다.
매사 당당하고 거침없이 솔직했던 윤희는 대한민국 며느리의 특징을 그대로 답습하며 까닭 없이 시댁 식구 앞에서는 움츠러들고, 할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윤희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집에서 며느리들이 겪는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고, 직장에서 겪는 기혼여성들의 편견과 오해와 싸워가며 여왕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에 사는 여성이라면 미혼이든, 예비신부든, 새댁이든, 워킹맘이든, 주부든 어찌 윤희에게 환호하지 않을 쏘냐!
윤희의 굴곡진 삶을 통해 대한민국 여성들의 절반은 갖고 있을 것 같은 이 시대 며느리로, 워킹우먼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 손아랫시누이에게 극존칭 써야 할까?
최근 넝쿨당의 뜨거운 감자는 윤희와 막내 시누이 말숙(오연서)의 갈등이다. 극중 두 사람은 12살 차이로 윤희는 말숙에게 "~ 했어요. 아가씨"라는 극존칭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방송에서 윤희는 손윗올케를 가르치겠다는 말숙의 도 넘은 언행에 반말을 선언한 상태.
말숙은 시누이에게 반말하는 올케가 어디 있느냐고 날뛰었고, 시할머니 전막례(강부자)의 물음에도 윤희는 "신랑은 제 동생에게 친동생처럼 편하게 이름을 부르는데, 왜 저는 손아래 시누에게 극존칭을 써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하며 말숙과 대립하고 있다.
결혼 1년 차 김미연(가명, 34) 씨는 "내가 손윗사람이다. 2살 어린 시동생 '도련님'이라고 하는 것도 짜증났는데, 결혼하면 '서방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니 더 싫다. 말만 높이지, 마음으로는 완전 무시하고 있는데 호칭이랑 높임말이 그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정말 싫다"며 윤희를 응원했다.
◇ 현관문 비밀번호 알려달라는 시어머니
극중 윤희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시댁과 한 지붕 아래서 각각의 세대에 거주하게 됐다. 특히 시어머니 엄청애(윤여정)가 김치를 가져다주겠다며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던 장면은 다음날 인터넷을 뜨겁게 달굴 정도로 많은 며느리들의 공분을 샀다.
윤아름(가명, 35) 씨는 "신혼여행 다녀와서 처음 시댁에 인사드리고 나오는데 시어머니가 너무 당당하게 비밀번호를 적어 놓고 가라고 하셔서 당황했다. 안 알려드릴 수도 없고…. 다음에 이사 가면 지문 인식키로 바꿀 것"이라고 전했다.
극중 윤희는 말했다. "시어머니에게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순간 그건 평수 넓은 시댁에 그냥 함께 사는 거다."
◇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 관두라?
윤희는 시댁에 '임신' 압박을 받던 중 정말 임신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임신과 함께 시할머니와 시어머니는 회사 퇴직을 요구했고, 윤희는 '가족투표'라는 재치를 발휘했다. 우여곡절 끝에 윤희는 사퇴의 압박에서 벗어났지만 시련은 회사에서도 이어졌다.
윤희의 직업은 드라마 제작PD로 최근 수백억대의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러나 회사 측이 윤희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나서 프로젝트에서 빠져줄 것을 요구한 것. 윤희는 회사대표에게 일에 지장 없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고 피력하고, 만약 임신을 이유로 프로젝트에서 빠져야 한다면 퇴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며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윤희는 회사 대표의 비아냥거림을 비롯해 동료들의 '임신부를 위한 과한 배려' 등 임신부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설움을 받고 있다.
S기업에 다니는 임신 5개월 차 유현진(가명, 33) 씨는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승급심사에서 밀려 동기가 상사가 됐다. 이름을 대면 모두 다 아는 대기업에 다니는 나도 이런데, 대한민국 많은 기업들이 얼마나 임산부를 차별할지….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린 김현숙 씨는 "넝쿨당을 보면서 우리 사회 뿌리 깊은 남존여비 사상과 시집과 며느리의 갈등, 직장여성의 애환 모두를 되새기게 된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며느리와 임산부, 워킹맘에게는 힘든 세상"이라며 드라마 속 가상현실과 우리의 현실이 결코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