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똥은 안 더럽다'던데, 전 왜 이러죠?
'내 새끼 똥은 안 더럽다'던데, 전 왜 이러죠?
  • 칼럼니스트 이기선
  • 승인 2018.10.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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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어떻게 이해할까] 배변훈련① 기저귀갈이의 즐거움

Q. 4개월 아기를 둔 엄마입니다. 저는 아기 기저귀 가는 일이 정말 곤혹스럽습니다. 비위가 뒤틀리고 넘어올 것 같아서요. 친정엄마가 “내 새끼 것은 똥도 안 더럽단다”라고 말씀하셔서 저도 그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제 자신에게 스스로도 놀라곤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기 기저귀 가는 일이 정말 곤혹스럽습니다. 비위가 뒤틀리고 넘어올 것 같아서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베이비뉴스
아기 기저귀 가는 일이 정말 곤혹스럽습니다. 비위가 뒤틀리고 넘어올 것 같아서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베이비뉴스

A. 엄마가 아기 기저귀를 가는 일은 하루에도 여러 번이나 지속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이번만이야. 딱 한 번만 눈 질끈 감고 참자.’라고 하면 지나가는 일회성인 경우와는 매우 다릅니다. 매일의 일상에서 많이 하는 일이 밥 먹는 일이지요. 하루에 세 번 식사도 많은데, 기저귀갈이는 그보다 더 많은 횟수를 겪어야 하므로, 질문하신 어머님 입장은 참으로 난감하실 수 있습니다.

흔히 ‘엄마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머님의 상황이 타인들에게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어머님들은 좌절할 수 있습니다. 아빠라면 그럴 수 있다고 관대하게 여겨주면서도, 엄마의 경우는 나쁜 엄마나 모성애가 없는 엄마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어머님들은 타인의 비난에 또 다시 좌절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아기 기저귀 갈이가 힘겹다면, 그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절해서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우선 아기의 신체적인 측면입니다. 기저귀가 젖으면, 아기는 갈아주기를 희망하는 신호를 보내게 됩니다. 영영아는 울음으로, 조금 더 성장한 영아는 몸짓으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젖은 기저귀를 방치하면 변의 독성이 피부발진을 유발합니다. 심하면 가렵고 부르터서 아기의 고운 피부가 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변의 경우는 물로 씻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데, 물티슈로 닦는 것은 온전히 위생적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저귀를 갈고자 아기 다리를 들어올릴 때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부드럽게 들었다가 내리고, 엉덩이를 씻길 때에도 아프지 않게 해야 합니다.

둘째는 아기의 심리적인 측면입니다. 기저귀가 젖었다고 엄마를 불러도 대답 없는 엄마, 또는 기저귀를 갈아주기는 하지만 거칠게 다루는 엄마는 아기에게 공포스러운 존재입니다. 특히 기저귀를 가는 시기는 애착형성의 결정적 시기와 같기 때문에, 기저귀를 갈아주는 양육자가 늘 짜증스러운 얼굴 표정을 하고 혐오스러운 듯이 찌푸린 표정과 손짓을 하면 아기는 불편감을 느낍니다.

게다가 “또야! 또 쌌어!”라는 하이톤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고 손으로는 엉덩이를 거칠고 아프게 만지면서 기저귀를 갈아준다면, 아기는 기저귀갈이가 무섭고 불편해지면서 점차 엄마를 부르는 횟수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엄마는 아기의 상태를 잘 모르게 되고, 아기는 변비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엄마로서의 자질이나 인격 문제가 아니라 성향 때문입니다

셋째는 엄마의 심리적인 측면입니다. 엄마가 기저귀가 더럽다는 생각에 만지기 싫고, 하루에 여러 번이나 계속 괴롭다면, 어머님의 어린 시기에 기저귀갈이가 불편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나치게 깔끔한 엄마의 경우, 아기의 변을 치우는 일이 역겹고 그 변이 자기 손에 묻어나는 상황을 못 견디고 있다면, 어머님 본인의 청결에 대한 태도가 어떤지 점검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청소나 빨래 등에 지나치게 청결해서 지저분하고 정리되지 않은 상황을 참지 않는다면, 기저귀갈이는 괴롭고 곤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엄마로서의 자질이나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 성향의 특성 때문입니다.

엄마의 성장기에 청결에 대한 강력한 훈련이 있었거나 비위생적인 것에 대해서 편안히 용납받는 경험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어린 아기에게조차도 더러운 상황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바람직한 기저귀갈이는 ‘꿈보다 해몽’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더러운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엄마노릇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하루에 몇 번씩이나 아기와 엄마가 온전히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는 시간은 이때뿐입니다. 기저귀를 보면서 아기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그때 엄마가 들려주는 자잘한 말소리가 모두 건강한 발달의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구, 우리 아가, 응가했네. 어디 볼까? 오늘은 어떤가? 시원하겠네~. 엉덩이도 씻으면 기분이 더 좋아질 거야~. 그러고 나서 맘마 먹자.“라고 하면서 기저귀갈이를 경험하면, 아기는 새 기저귀는 말할 것도 없지만, 엄마의 부드럽고 친절한 양육에 자꾸만 이 상황을 반복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이기선은 동덕여대에서 아동학(박사)을 공부하고, 메가원격평생교육원 아동학과 교수로 있다. 토브언어심리상담센터의 부모교육상담가, 함께하는아버지들의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자녀와 싸우지 마라」 「봄의 요정 보미」 등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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