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은 원장의 소왕국' 비리 구조 들여다보니...
'어린이집은 원장의 소왕국' 비리 구조 들여다보니...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11.14 22: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어린이집 비리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간담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보육더하기 인권 함께하기 주최로 14일 오전 10시 30분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홀에서 '어린이집 비리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간담회'가 열렸다. ⓒ참여연대
보육더하기 인권 함께하기 주최로 14일 오전 10시 30분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홀에서 '어린이집 비리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간담회'가 열렸다. ⓒ참여연대

“(어린이집 비리) 신고창구가 생기고,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담당 공무원을 증원하면 어린이집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신고해도 공무원과 어린이집 원장은 유착관계다. 내부고발자를 보호한다지만 이 또한 사후약방문. 지도감독 공무원을 늘리고 감독을 강화해봤자 미리 알려주고 오는 지도감독, 서류로만 보는 지도감독으로 문제를 잡아낼 수 없다.”(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어린이집 비리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간담회가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렸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강한 담합과 권력, 국가 행정이 어린이집 원장만을 공급자 대표로 지정하고 있는 것, 사유화되고 신고조차 할 곳이 마땅히 없는 현실이 어린이집 비리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림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 대표지부장은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원장 중심의 현장을 고발했다. “원장 재량으로 운영되는 특성을 이유로, (보육교사들은) 아이에게 전달하는 목소리, 몸짓까지 검열받는다. 부모와의 교류 또한 검열대상이다. 심한 경우 아예 부모 얼굴을 연 두 차례만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소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지부장은 "특히 원장은 엄마들에게 무조건 아이가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부모가 듣기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선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한다"고도 했다.

그동안 공공운수노조 측에서 주장해온 어린이집 대표적 비리 유형은 부정수급, 부정 사용, 부실급식 등이다. 그 안에 가짜 영수증 처리, 사적인 용도로 빼돌리기 통한 급식비리, 교구 구매 관련 비리, 보육교직원 허위 등록, 임금 페이백(교사가 받은 임금 중 일부를 원장이 현금으로 돌려받는 것) 등이 포함된다.

신수경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어린이집의 비리는 단순히 원장이 금전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아동의 인격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내부고발 하면 다음 날 원장실 불려간다는 게 현장의 상식”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국가 행정은 보육 서비스 전달체계에서 공급자를 시설 대표인 원장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국가 행정은 보육 서비스 전달체계에서 공급자를 시설 대표인 원장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서진숙 부위원장은 “국가 행정은 보육 서비스 전달체계에서 공급자를 시설 대표인 원장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권리가 원장에게 과잉 대표돼 있기 때문에 내부고발을 할 수 없고 수많은 문제가 은폐될 수밖에 없다'는 게 서 부위원장의 진단이다.

특히 서 부위원장은 교사 허위 등록, 아동 허위 등록은 허위등록 교사인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 한 지자체가 관리감독을 통해 알아낼 수 없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했다. 서 부위원장은 “보건복지부, 각 시군구와 각 어린이집은 ‘보육정보시스템’을 통해 업무가 이뤄지는데, 이 시스템을 통해 어린이집 원아 현원, 사고 유무, 건강상태, 건강기록을 보고하고, 근무 중인 교직원 현원, 휴가, 출퇴근, 임명보고를 한다. 운영상태와 회계도 보고한다. 여기서 각종 지침, 공지, 공문, 전달사항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에 대한 접근 권한은 서비스 공급자로 지정한 ‘원장’ 외에는 없다. 원장 이름으로 등록된 공인인증서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어 어린이집 각종 비리는 드러날 수 없는 구조다.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은 국공립어린이집의 개인 위탁과 10년 이상 이어진 장기위탁도 문제다. 각종 인권침해가 벌어지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신고 대상이 되지 않는다. 국가가 직·간접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라 위탁됐기 때문이다."

서 부위원장은 "지자체에 민원을 넣거나 폭로하는 것만이 내부 문제를 신고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하지만 민원을 넣으면 그다음 날 원장실로 불려간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상식"이라고 현장 실태를 꼬집었다.

그러면 공식적인 문제해결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서 부위원장은 “공적인 영역에서 설립하고, 공적인 영역에서 운영하고, 공적인 방식으로 사람을 고용해 공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린이집 원장 개인에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공공영역에서 맡아 운영해봐야 한다.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해 어린이집 운영을 하는 것이 최선의 답”이라고 강조했다.  

◇ 어린이집이 유치원보다 투명하게 회계 관리가 되고 있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외견상 어린이집이 유치원보다 수입 관리나 회계 관리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온갖 지출 비리, 심각한 노동 탄압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외견상 어린이집이 유치원보다 수입 관리나 회계 관리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온갖 지출 비리, 심각한 노동 탄압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2012년 8월부터 모든 사회복지시설에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 시설 재무회계규칙(보건복지부령)’을 적용해 모든 어린이집은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주기적으로 회계 보고를 하게 돼 있다고 설명한 뒤, “외견상 어린이집이 유치원보다 수입 관리나 회계 관리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온갖 지출 비리, 심각한 노동 탄압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어린이집이 개인사업자 위주의 민간시설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비리의 근원이라고 꼽았다. 김 팀장은 “어린이집 약 83.75%(시설 수 기준)가 개인 운영 어린이집이며, 아동 수 기준으로도 약 73%의 어린이집 재원 아동이 개인 운영 어린이집에 재원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소규모로 운영되고 아동 연령이 어린 특성이 유치원보다 더 원장의 시설 사유화나 전횡이 쉽고 내부고발이 어려운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공공성 강화와 어린이집 비리에 대한 대책으로, 어린이집 보조금화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어린이집 비리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소규모의 개인원장 운영 시설의 사유화로 인해 감시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최소한의 어린이집 공공성 확보를 위해 국공립어린이집 확대하는 방안과 바우처 방식 지원이 보육료에 대한 지도 감독이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드러난 이상 이를 보조금으로 하고 시설별 지원을 변경해 엄격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공립어린이집도 다수가 민간위탁 개인 원장에 의해 사유화되는 사례가 드러난 이상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고 원장이 피고용인으로 순환 근무를 하는 사회서비스공단 어린이집 추진과 교사 내부고발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어린이집 학부모 운영위원회 참여 확대 필요"

김신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현재 학부모가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할 방법은 학부모 운영위원회에 운영위원이 되는 것이라며 운영위원회 참가하고 있는 경험을 공유했다. ⓒ참여연대
김신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현재 학부모가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할 방법은 학부모 운영위원회에 운영위원이 되는 것이라며 운영위원회 참가하고 있는 경험을 공유했다. ⓒ참여연대

김신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현재 학부모가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할 방법은 학부모 운영위원회에 운영위원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는 직접 두 아이가 다니는 국공립어린이집과 가정어린이집에 운영위원으로 참가해 본 경험을 공유했다. "회의에 참석하면 다과와 함께 원장이 준비한 서류 몇 장 받아보고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찍으면 끝. 형식으로 시작해 형식으로 끝난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설치는 의무사항이어서 설치하지 않을 때 지도점검 시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40인 미만 어린이집은 원 자율에 맡겨져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조항이 있다. 이를 두고 김신애 활동가는 “가정어린이집 중 운영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곳은 공식적인 학부모의 의사 전달 경로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개인정보보호라는 명목으로 부모 간 연락처를 알 길이 없어 학부모가 연대하기 어려운 점을 꼬집으면서, 어린이집 입소 시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아 동의한 부모에 한해 연대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운영위원회가 단순 고문기관을 넘어 어린이집 예·결산에 대한 강력한 감사 권한을 갖도록 해야 한다. 급식에 대한 관리 감독도 ‘학부모 감사관’ 제도 등을 통해 부모가 직접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원장이 교사와 부모간의 소통을 의도적으로 막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수경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변호사는 그동안 맡아온 아동학대 사건 경험을 바탕으로 “주 양육자인 부모와의 보육 현장 종사자들 간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가 대부분”이라며 소통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신 변호사는 부모와 교사의 활발한 소통을 위해선, 보육 현장 평가 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동들 개별화 파일을 마련해 성장, 발달은 물론 다양한 아동을 관찰 조력하면서 발견된 내용을 정리하고 추후 부모와의 정기적 상담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가정의 보호자와의 소통을 통해 아동의 변화된 점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수경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변호사는 보육 현장 평가 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참여연대
신수경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변호사는 보육 현장 평가 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참여연대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