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뉴스에서는 ‘미세먼지가 나쁘다, 마스크 쓰라, 밖에 나가지 마라, 라고만 말하지, 미세먼지를 피하거나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절대 말해주지 않는다. 무섭기만 하다. 이러다 죽을 것 같다.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만 들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아 늘 답답하다.”(김민정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회원)
8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관철동 마이크임팩트스퀘어 12층 라운지에서 열린 ‘2018 전문가가 전하는 미세먼지 팩트체크 콘서트는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이하 시민본부)와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하고 미세먼지줄이기나부터시민행동이 주최했다.
‘현지 취재로 되짚는 중국발 미세먼지 논란’에 대해,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와 이상록 tvN 관점을 바꾸는 다큐 시프트(shift) CP가 나와 국내외 미세먼지 현황에 대해 취재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김 기자는 최근 ‘파란 하늘을 찾아-미세먼지 해외견문록’이라는 기획을 통해 12편의 기사로 한국보다 먼저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으로 고통을 겪고 극복한 나라들, 한국과 마찬가지로 월경성 오염물질로 고통을 겪는 나라들을 두루 살펴봤다. 이 CP는 미세먼지에 적응한 새로운 인류 ‘호모더스트쿠스(미세먼지 인간)’ 3편을 통해 국내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요소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 “다른 방식의 에너지로 교체하는 사회적 합의 필요”
김민수 시민본부 대표의 진행으로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김 기자와 이 CP의 취재는 왜 모두 중국발 미세먼지에서 시작했을까.
김 기자는 “2013년 환경부를 출입했다. 당시 국내에선 환경과학원이라든지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채 미세먼지 예보를 시범적으로 하고 있을 때라 부정확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72%다, 80%, 고농도 미세먼지가 한창일 때 수치로 설익은 기사가 나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나라 탓만 하면서 한국 내 미세먼지 배출원에는 눈감고 있는 것 아닌가’, ‘정부는, 지자체는, 시민은, 기업은 미세먼지 농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있는가’, '언제까지 시민에게 마스크만 쓰라고 할 것인가', 정부에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기사를 썼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이 CP는 “어떤 사안에 대해 문제가 뭐고,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얘기를 하려면 현상을 먼저 봐야 한다. 제작진에서는 두 가지로 봤다.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 그리고 일반 사람들은 가장 큰 원인이 중국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서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은 하루아침에 변화되지 않는다. 어떤 정책이 실효성 있는 정책일까. 김 기자는 독일의 ▲경유차 도심 진입 제한 ▲경유차 오염저감 장치 의무화 ▲도심 속도 제한 ▲도시계획 통해 바람길 막는 건물 불허 ▲고농도 시 대중교통 할인 확대 등의 제도를 소개했다.
또한 일본의 ▲기초지자체에서도 상시적 대기오염 감시 상황실 운영, 대만의 ▲정부, 학계, 기업, 시민의 공동 모니터링으로 오염물질 이동 경로까지 파악,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자동차 포함 오염물질을 내뿜는 설비를 배출량이 적은 새 모델로 교체하는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로 연간 7000억 원 투입 등 제도도 소개했다.
이 CP는 “결국은 차량 노후 여부나 경유차 이런 걸 떠나, 차 타는 걸 줄여야 한다”면서, “석탄 발전 줄이기, 사회적으로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 다른 방식의 에너지로 교체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누구 탓이냐'를 가르는 것은 소모적이다. 중국과 풀어야 할 문제는 정부가 외교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선택이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을 상수로 놓고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차량 이용 줄이기 등인데, 이러한 것에 대해선 (국민들이) 귀찮아해서 안타깝다”고 했다.
◇ “미세먼지 벗어나고 싶으면 불편함 감수하고 자기 할 일 해야”
콘서트에 참여한 엄마·아빠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서초구에서 온 두 아이 엄마 김민정 씨는 참석 동기에 대해 “이렇게 내버려두면 더 나빠질 게 확실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컸을 때 이 공기를 마시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김 씨는 2012년부터 공기에 대해 신경을 써왔다. “미세먼지가 무서워서 문 닫고, 환기하지 않고, 나가지 않고 불안감이 굉장히 컸다. 미세먼지에 대해 알아갈수록 무서워만 할 게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해야겠다고 의식이 바뀌어갔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오든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든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 쓰레기를 많이 버린다든지, 비닐과 같은 일회용품을 이용한다든지, 자동차를 많이 사용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다시 우리에게 되돌아오게 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내가 미세먼지로부터 벗어나고 싶으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기가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구리시에서 온 김은영 씨는 “중국 탓을 하기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줄여나가자는 생각이 강했고, 매주 다른 주제(종이타올 사용 자제·장바구니 사용 등)를 가지고 실천하고 있다. 우리가 하고 있는 방법이 옳은 방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면 우리 아이들이 보고 배울 점이 많겠고, 아이들 스스로도 환경을 지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씨의 남편 김장욱 씨는 “아빠 입장에서 아내의 활동이 고맙고 대견하다. 여기서 활동하는 분들을 보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지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미세먼지의 다양한 원인에 대해 늘 단편적으로 논의되는 것 같아서 모든 전문가들이 같이 모여 이야기하면 원인과 해결책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 “언론이 미세먼지 해결의 리더 역할을 해주길”
시민본부는 미세먼지에 대해 우려하는 엄마들이 온라인상에 모여 정보도 공유하고, 교육부, 환경부 등에서 주최하는 정책토론회에 참여해 목소리도 내고 있다.
김 대표는 행사 후 베이비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미세먼지에 대해 많은 기사가 나온다. 내용 중에는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다. 일반인들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너무 어렵다. 주요 이슈를 정리해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기획했다”고 취지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알면 알수록 불안과 공포를 좀 내려놓게 된다"며, "(회원들이)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서 맘 편안하게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게 됐다'. '일상을 되찾게 됐다', '나부터 미세먼지를 줄이는 활동에 동참하겠다'는 말씀을 하실 때 보람을 느낀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이 바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데 그 기능을 잘 못하고 있어 아쉽다. 미세먼지 해결에 리더 역할을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한 분이라도 미세먼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선한 영향력을 주는 모습을 보면, (준비가) 힘들지만 또 내년에도 팩트체크 콘서트를 열게 되지 않겠느냐”며 내년을 기약했다.
한편, 이날 조경두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마스크, 공기청정기가 아닌 진짜 미세먼지 해결방법’에 대해,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정체 등 최근 미세먼지가 정체되거나 심해진 까닭’, ‘전문가로서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내용’ 등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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