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질만 나면 욕설을 하는 아이
신경질만 나면 욕설을 하는 아이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18.12.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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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민감한 반응은 역효과

Q. 신경질만 났다 하면 욕을 합니다. 어디서 배웠는지 너무 자연스럽게 욕이 튀어나와요. 그때마다 당황스러워 혼을 내곤 하는데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평소 활달한 성격이라 밖에서 노는 시간이 많은데 혹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A. 5~6세 아이는 언어가 급격히 확장되는 때이다. 들은 것은 반드시 한 번쯤 말해보고 싶어 한다. 욕도 예외가 아니다. 친구나 TV에서 들은 것을 흉내 내는 정도라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못 들은 척 적당히 넘겨도 괜찮다. 유행어를 따라 하는 것처럼 욕을 하다가도 어느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가 욕을 하거나 ‘돼지’, ‘방귀쟁이’ 등의 말을 하면 친구들이나 어른들이 웃거나 “어디서 배운 거니?” 하고 반응을 보이기 쉽다. 이렇게 주변에서 반응을 보일수록 아이는 재미를 더 느껴 자꾸 반복하게 된다.

간혹 보면 고의적으로 나쁜 말을 해서 친구나 엄마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의 마음속에 어떤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주변 사람의 관심을 받으려고 일부러 나쁜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차적인 대응은 일단 못 들은 척 무시하는 것이다. 화들짝 놀라 걱정스런 표정을 짓거나 꾸중을 하면, 이런 엄마의 반응을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 생각해 욕하는 행동을 계속할 수 있다. 또는 반항심으로 욕을 더 할 수도 있다. 일종의 교육방침이 필요하다면 특권을 박탈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적대적 반항장애의 한 증상으로 욕을 하는 것. 짜증과 화를 자주 내고, 부모 말을 잘 듣지 않고, 타당한 규칙을 무시하고, 쉽게 기분이 상하는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적대적 반항장애의 하나이기 쉽다. 이런 경우에는 하루 빨리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 뇌과학적 의미

편도체는 해마 앞쪽에 있는 아몬드 모양의 작은 구조물이다. 해마의 끝부분에 달려 있는 편도체는 기억에 정서라는 색깔을 입힌다. 편도체는 정서기억을 저장하고 회상을 조절할 뿐 아니라 학습된 정서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공포 반응은 편도체를 통해 뇌의 다른 부분에 정보를 전달하여 도전 또는 회피 반응을 유발한다.

편도체에 있는 핵들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면 기저외측핵, 피질내측핵, 중심핵이다. 몸의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들이 편도체의 기저외측핵에 이르면 이를 전두엽으로 투사하여 감정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감각신호들 중에서 후각 신호는 편도체의 피질내측핵으로 들어온다. 시상을 통하여 편도체로 들어온 감각 신호는 중심핵으로 연결되어 자율신경계로 신호를 내보낸다.

이러한 신호는 시상하부로 가서 자율신경 반응에 의해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거나 각성과 비슷한 생리적 반응을 유발한다. 한편 중심핵에서 뇌간으로 가는 신호는 자극에 대한 행동 반응을 유발한다. 아이가 욕을 하는 것은 이 편도체가 유발하는 행동반응이다.

욕설하는 뇌
욕설하는 뇌 ⓒ김영훈

◇ 양육솔루션

▲부부 간의 말투부터 고쳐라. 엄마 아빠가 툭하면 남을 신랄하게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말을 거침없이 해대고, 감정이 상할 때마다 욕을 내뱉는다면 그 밑에서 자란 아이는 욕을 배울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욕하는 습관을 쉽게 고치기도 힘들다.

더 심각한 것은, 부부 간의 말투를 아이에게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이런 경우 아이의 자존감마저 해칠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아이가 고운 말을 쓰길 원한다면 부부의 말투부터 고쳐야 한다.

▲어떤 친구를 사귀고 있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욕을 하는 친구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따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법. 아이가 새로운 언어와 행동을 배울 때마다 그 행동이 다른 형태로 돌출될 수 있음을 유념하자

▲재미 삼아 잠시 따라 하는 경우에는 무시한다. 아이가 욕이나 거친 표현을 쓸 때는 “그건 너무 미운 말이야, 우리 영민이는 예쁘게 말할 수 있지?”라고 다독이듯 말해주고, 그 다음부터는 같은 욕을 하더라도 적당히 무시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한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고의적으로 마음을 상하게 한다면 ‘나-전달법’을 이용한다. 아이가 처음 이런 행동을 보일 때는 ‘나-전달법’을 이용해 가르친다. ‘나-전달법’은 말하는 사람이 상대방의 행동을 비판하지 않고 자신의 느낌만을 객관적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대화법이다.

예를 들어 “네가 미운 말을 하니까 엄마가 속상하구나. 다른 사람들이 너를 나쁜 아이로 생각할까봐 걱정된단다. 이제는 예쁜 말로 이야기했으면 좋겠어.”라고 엄마의 느낌과 기대하는 것, 또는 훈육할 내용을 말해주는 식이다.

▲욕을 할 때 민감하게 반응하지 마라.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니?” “그런 말은 아주 나쁜 사람들이나 하는 거야!” “한 번만 더 하면 혼날 줄 알아!” 하는 식으로 욕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역효과. 욕에 대한 인상을 강렬하게 해줘 오히려 더 하게 만들 수 있다.

당황스런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어른들이 크게 반응하는 것이 재미있어, 욕하는 것을 흥미롭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얼굴을 붉히며 흥분하면 안 된다

▲아이가 욕을 하든 나쁜 표현을 쓰든 일절 무시한다. 처음에는 부모나 주변 사람이 아이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해주고 이후부터는 무시하라. 그래도 안정되지 않는다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때까지 더 기다려야 한다

▲경청하라. 우선 욕을 하게 된 상황을 설명하게 하면서 왜 욕을 하고 싶어졌는지 아이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자. 듣는 중간중간에 타이밍을 맞춰 “화가 나서 그랬니? 아니면 억울해서 그랬니?”라고 말해준 후 만일 화가 나서 그랬다고 하면 “그럼 왜 화가 났을까?”라고 화난 이유를 말하게 유도한다. 화난 이유를 말할 때는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아이의 상황을 최대한 공감해준다.

▲상대방 입장이 되어보게 한다. “친구가 너한테 욕을 했다면 기분이 어떨까?” 하고 상대방의 마음이 되어보게 한다. 이때 “친구가 욕을 하면 너도 기분이 나쁘겠지?” 등의 확인하는 표현보다는, “너는 기분이 어떻겠니?”가 바른 질문법이다. 아이 스스로 느낀 것을 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분을 이야기하게 한 후에는 욕을 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도 얘기해보게 한다.

▲욕 대신 할 수 있는 대안 행동을 찾아보자. “그래 그런 상황이라면 화가 많이 났겠구나. 그럴 때 욕하지 않고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은 없었을까?”라고 말하면서 욕 대신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 그 방법에 대해서는 부모가 미리 얘기해주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찾아내게 해야 한다.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욕을 하지 않고 편지나 문자 같은 것으로 너의 감정을 전할 수도 있단다.” 하고 조언해준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다보면 쉽게 욕이 튀어나오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자라난다.

▲습관에 대한 그림책을 이용하라. 그림책을 이용하면 아이가 말대꾸나 욕설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아이 스스로 알도록 해줄 수 있다. 그림책은 이러한 방법에 매개체로 사용되기에 딱 좋다. 주인공의 잘못된 습관 혹은 모습들을 이야기하면서, 이러한 모습을 보았을 때 친구들이 싫어하는 모습들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글로 말해주면서 이러면 안 되는 거라고 말해주어라.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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