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같은 대체교사 사업… 중단 결정에 경악”
“오아시스 같은 대체교사 사업… 중단 결정에 경악”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02.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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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양주시청 앞 24시간 천막농성 나선 보육교사들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천막농성밖에 선택할 것이 없어 나선 네 명의 보육교사를 26일 오후 남양주시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천막농성밖에 나선 네 명의 보육교사를 26일 오후 남양주시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천막농성 처음입니다. 겁도 없이 무모하게 뛰어들었지만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 선택했어요. 이번엔 우리가 이런 일을 겪었지만 다음에 들어오는 대체교사들은 더 안 좋은 조건에서 근무하게 되겠구나, 또 후에 우리 아이들이 커서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니까 끝까지 버텨보자는 각오가 생겼어요.”

지난해 말 남양주시 육아종합지원센터(아래 센터)로부터 계약만료를 통보받고 일자리를 잃은 대체교사들이 26일 오후 2시부터 경기도 남양주시 경춘로 남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시간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센터는 남양주시 관내 650여 개 어린이집에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간 대체교사 지원사업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보육교사 휴가로 대체교사가 필요한 어린이집은 직접 일용직 대체교사를 고용하고 인건비를 청구하라는 것이다.

대체교사 사업은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직무교육, 경조사, 휴가 등 이유로 보육공백이 발생했을 때 대체교사가 어린이집에 파견을 나가 아이들을 대신 돌보는 사업이다.

지난 3개월간,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에 가입한 대체교사들은 대체교사 사업재개를 위해 파업집회, 1인시위를 비롯해 남양주시, 남양주시 육아종합지원센터, 수탁기관인 경복대학교를 돌며 10여 차례의 면담 및 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책임이 없다’고 회피했다.

천막농성밖에 나선 네 명의 보육교사를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 “남양주 대체교사였다는 것만으로 취업도 안 돼”

26일 오후 2시부터 시작한 24시간 천막농성.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6일 오후 2시부터 시작한 24시간 천막농성.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Q. 2019년 1월부터 일을 못 하고 계신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A : “32명 전원 해고당하고 그중에 계속 구직활동 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신데, 어린이집 20여 곳에 이력서를 돌렸는데 전혀 연락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남양주시에서 대체교사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렇고, 대체교사가 노조에 가입해서 같이 하기 힘들다는 걸 원장님들이 다 알고 있는 상황이라, 노조 하는 교사는 쓸 수 없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기존엔 대체교사 했다고 하면 원장님들이 굉장히 환영하셨어요. 많은 원을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대처 능력이 있을 거로 생각해 반겼는데 현재 저희는 취직이 안 돼요. 다른 직업군도 지원해봤는데 안 되더라고요. 어린이집 교사로 아이들만 돌본 세월이 10년이 넘었는데 갑자기 다른 쪽으로 이직을 하려니 현실적으론 어렵죠.”

Q. 남양주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1월부터 연차를 못 쓰고 있는 건가요?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도 계시겠어요.

A : “1월에 대체교사로 아르바이트 하신 분들이 있긴 해요. ‘경기도형’이라고 대체교사 인력이 필요한 어린이집에서 직접 대체교사를 구하면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건데 급여를 일당으로 줘요. 생계가 안 되니 누가 하겠어요. 그리고 원장 입장에서는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많은 서류를 매번 다시 해서 제출해야 하고 번거롭고 복잡해서 안 하려고 하죠.”

B : “저는 12월 말에 전화를 제일 많이 받았어요. 원장들 얘기 들어보면 (경기도형) 서류 넣는 게 너무 힘들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공고를 내서 누가 급하게 와서 일하다 보면 자격증만 있을 뿐 누군지 모르고 검증이 안 돼서 불안한데도 어쩔 수 없이 쓸 수밖에 없으니…. 교사가 정말 쉬어야 할 때 쉴 수 있어야 하는데 마음 아픈 상황을 많이 봤어요.

부모님 돌아가시는데 대체교사 못 구해서 못 가고, 깁스 하고 아이들 돌보고 있다는 얘기가 보육교사들 온라인 커뮤니티에 많이 올라와요. 근골격계가 찢어져도 대체교사 올 때까지 기다렸다 수술하러 가야 하는 게 현실이죠. 센터에서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아요. 선생님들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센터에 대체교사를 부를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해요.”

C : “지난해까지 긴급지원이라는 게 있어요. 긴급이 4개월간 중단되니 (현장에서는) 암울해 하죠. 센터에 연락하면 인력이 없다고 하니까 포기하게 되고, 그러니 맘 아픈 현상이 생기는 거예요.”

◇ “보육교사에게 대체교사 사업은 사막의 오아시스”

대체교사들은 보육교사들이 휴가를 가지 못해 마음 아픈상황을 많이 봤다고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대체교사들은 보육교사들이 휴가를 가지 못해 마음 아픈 상황을 많이 봤다고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Q.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일하시다가 대체교사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A : “저는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해서 휴가를 써야 하는데 어린이집은 휴가 쓰기 어렵잖아요. 대체교사 하루 쓰는 건 센터에서 좋아하지 않아요. 긴급신청 해도 잘 안 보내주고요. 입원하는 일이 생기면서 중간에 퇴사할 수밖에 없었죠. 건강관리를 잘해야 하는 상황이라 휴가 때문에 대체교사를 하게 됐어요.

솔직히 현장 나가보면 선생님은 대체교사를 ‘일 안 하는 교사’라고 생각해요. ‘서류 안 하고, 엄마들 안 만나고, 원장님들에게 업무 지시를 심하게 안 받으면 일하기 편한 것 아니냐’고 대놓고 묻는 선생님도 있어요. 그런데 저희 선생님들 보면 그렇지 않아요. 모두 사정이 있죠.”

B : “3개월에 한 번, 6개월에 한 번 병원 검진 가는 걸 못해서 현장에 있을 수 없는 거예요. 대체교사가 안 오니까 원장이 그걸 나가게 못 해줘요. 자리를 비우면 다른 선생님한테 피해 주고 눈치 보이고 그래도 대체교사는 한 달에 한 번 쓰는 연차 때문에 하는 거죠.”

Q. 현장에서 느끼는 대체교사 사업에 대한 보람도 클 것 같아요.

C : “가정어린이집에 대체교사로 가보면 선생님이 부족해서 아이들을 돌볼 환경이 안 돼요. 교사와 원장 겸직이라 원장반이 있는데 원장이 주로 사무만 보고 교사가 다 떠맡아요. 그나마 선생님들이 1년에 한 번씩 휴가 갈 수 있는 게 대체교사가 있어 가능한데, 이것도 원장이 신청 안 해주면 지원조차 할 수가 없는 시스템이에요. 원장이 교사가 맘에 안 들면 안 해 줄 수도 있죠.

사실 대체교사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사업인데, 시청에서 너무 현실을 모르고 사업을 중단하고 그런 걸 보면 경악스러워요.”

B : “저는 현장에서 4년 일하면서 딱 한 번 대체교사를 썼어요. 그것도 엄청나게 우겨서요. 2013년부터 대체교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전설의 대체교사’였죠. 대체교사를 쓰고 휴가를 간다고 하는데 소문에만 들리는 신화 같은 존재(웃음). 2016년 처음 대체교사를 봤어요.”

Q. 대체교사 업무의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B : “2017년 입사했어요. 일해 보니 거리, 시간 등 힘든 점도 많아요. 특히 센터에서 근무 매뉴얼 지시가 내려와요. 저희는 매뉴얼을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현장에 나가보면 원장님들이 요구하는 게 많아요. 매뉴얼대로, (원장의 추가 지시를) 못 따른다고 하면 원장님은 센터로 전화하시죠. 그럼 센터는 교육 때와는 입장이 달라져요. 센터에서 하지 말라고 했던 것도 ‘융통성 있게 하라’고.

그 외에도 센터 교육 참석도 잦아요.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하는 걸 한 달에 한두 번 참석해야 하고, 한 시간 교육을 들으러 왕복 세 시간 이동하기도 해요. 그런데 저희 의무교육도 아니고 원장들 교육에 갑자기 인원 동원하기도 해요. 그래도 센터에 불평 한 번 못했죠.”

◇ “2월 대체교사 채용 까다롭게 바꿔… 기존 대체교사 6명 전원 탈락”

26일 오후 2시 남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의신청서를 남양주시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시장실 앞에 갔다가 공무원들과 대치하는 상황도 있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6일 오후 2시 남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의신청서를 남양주시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시장실 앞에 갔다가 공무원들과 대치하는 상황도 있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Q. 2월에 대체교사 채용이 있었다고요?

A : “노조의 노력으로 애초 5월로 계획했던 대체교사 사업재개는 3월로 앞당겨졌어요. 절차를 밟아 채용하겠다고 해서 기존에 일해온 대체교사 6명이 지원을 했는데 6명 전원 탈락했어요. 이전에는 면접 질문이 ‘교사로서 좋았던 점’, ‘나빴던 점’, ‘만약 멀리 배치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등이었는데, 이번에는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을 구술시험 보듯 면접으로 이야기하라고 했어요.

준비를 안 하고 간 것도 문제지만 책 보고 찾아봐야 하는 그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저희를 떨어뜨리기 위해 어렵게 내고 ‘너희들 실력이 안 좋아서 떨어진 거야’ 하려고 명분을 만든 게 아닌가 해요.”

C : “2017년 대체교사 채용 때와는 완전히 달랐어요. 지원조건을 까다롭게 바꿔 놓고 채용 절차도 바꿨더라고요.”

A : “저희를 뽑지 않기 위해서 채용 절차도 달리했고 필기시험, 인적성검사까지 다 포함 시킨 것 같아요. 전국 어느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도 대체교사 뽑을 때 이렇게 하진 않아요. 결국 신규 대체교사 11명만 합격했어요.”

◇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 하지만… 일터로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

Q. 지난 3개월간 남양주시로, 센터로, 경복대로 ‘뺑뺑이’돌면서 느낀 점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A :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아무리 찾아가고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았어요. 센터, 경복대, 남양주시 벽이 너무 높고, 주변에서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들 해요. 그런데 여기서 그만두는 건 올바른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그만두면 센터에서는 언제든 사업을 중단할 수 있고 대체교사들도 이렇게 해고할 수 있겠구나, 하고 학습하는 효과를 주게 될 것 같아요. 이런 건 후임 대체교사들에게도 더 좋지 못한 근로조건을 물려주게 될 겁니다.”

D : “그러니 버텨야죠. 저희는 천막농성이 처음입니다. 겁도 없이 무모하게 뛰어든 것일 수 있지만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 선택한 거예요."

B : "시에서 절차 따지면서 권한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권리를 주장하다 보니 이렇게 됐는데 너무 세상이 불안하죠. 우리가 맞는데 안 버텨서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어요. 우리가 주장하지 않아서 안 된 게 아닌가, 하는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 버텨보려고 해요."

C : "대체교사 사업이 정상화돼서 원하는 분들 복직하고 아이들도 제대로 보육받고, 교사도 휴가 자유롭게 쓸 수 있길 바라죠. 그래야 부모님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겠어요. 맞벌이가 늘면서 보육이 굉장히 중요한 국가적 사업이잖아요. 정책적으로 하라고 내려오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안 되고 있어서 잘 됐으면 좋겠어요."

A : "저도 다시 일터로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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