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아들, 미국 학교 과학박람회에 도전하다
일곱 살 아들, 미국 학교 과학박람회에 도전하다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19.03.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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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미국 과학 교육의 모토 '즐거운 경험'

내년이면 벌써 2020년. 4월이 가까워오면 많은 30~40대 엄마이라면 대부분 겪어봤을 오랜 전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과학의 달인 4월만 되면 학교에서는 과학 공상화 그리기 대회, 과학 상상 글짓기 대회를 열곤 했다. 그 때마다 우리가 상상하던 먼 미래는 사실 2020년이었다. 2020년이라는 '먼 미래'.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해저에 집을 짓고 살 것 같은 그 먼 미래를 떠올리던 초등학생 중 하나였던 나는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큰아이는 자라서 어느덧 7살이 됐고, 최근 학교에서 하는 첫 공식적인 과학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름하여 'STEAM FAIR'. 미국 대부분의 학교들은 과학박람회(Science Fair) 행사를 연다. 이 행사에 참가를 원하는 아이들은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포스터에 담아 전시하곤한다.

STEAM FAIR 안내문. ⓒ이은
STEAM FAIR 안내문. ⓒ이은

큰아이의 학교에서는 과학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학(Science)을 비롯해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미술(Art), 그리고 수학(Math)을 모두 함께 모아서 STEAM FAIR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모든 분야에 걸쳐 100여 점의 프로젝트가 출품되었고, 그 중에서 1등부터 3등까지 총 9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큰아이는 한달 전부터 끙끙 거리며 이것 저것 찾아보고 만들더니 아빠에게는 본드 사용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엄마에게는 본인이 컴퓨터로 글자 쓰는 속도가 느리니 자신이 적은 메모를 좀 타이핑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 이외에는 혼자의 힘으로 작은 로봇을 만들었다.

대단한 로봇이라기 보다는 컵에 작은 모터를 달고 진동으로 흔들리는 것을 이용한 공학 작품이었다. 포스터에도 한참 아기자기 그림도 그리고, 열심히 설명하고, 그래프까지 그리더니 운 좋게 2등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STEAM FAIR에 가보니 진지한 분위기라기 보다는 다양한 행사와 간단한 다과를 곁들인 작은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수상한 작품들도  화려하고 세련되게 만들어낸 결과물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해내려고 노력한 작품, 단계별로 과학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결과물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전반적으로 생활과 밀접한 주제들이 많았는데, 어떤 종류의 종이로 만든 종이비행기가 더 멀리 날까, 어떤 형태의 다리가 더 튼튼할까와 같은 것들이 그것이었다.

STEAM FAIR 모습. ⓒ이은
STEAM FAIR 모습. ⓒ이은

아이를 미국의 학교에 보내면서 특별하게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학교가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생의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해서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STEAM FAIR에도 출품한 아이들, 참관하러 온 아이들, 캐쥬얼한 차림의 학부모들 그리고 어린 동생들이나 형과 누나들도 함께 어울려서 함께 출품작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 운동장에 온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과학박람회에 참가한 아이들은 작게나마 자신의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고, 단계적으로 생각하며 과학적으로 접근해보는 훈련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솔직히 말해보자면, 미국의 수학·과학 교육은 한국의 수학·과학 교육보다는 배우는 내용의 수준이 높지도 않고 학습양이 많지도 않다. 때문에 한국에서 꾸준히 학교 수업을 따라가던 친구들이 미국에 오게 되면 수학 천재로 등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과학도 콘텐츠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은데 미국의 교육과정에서 새로 강조하는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단계별로 생각하기가 특별한 요소인 것 같다. 암기식으로 공부하는 과학이 아닌 실험적인 상황에서 직접 해결 방안을 찾고, 그저 대상을 관찰하는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는 과학교육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교육, 멋지고 그럴듯한 결과물만이 아니라 노력과 과정이 단계별로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평가방식, 그리고 경쟁이 아닌 그 모든 과정을 아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즐거운 경험' 위주의 접근방식. 그것이 미국의 과학 교육이 지향하는 바다.

한국의 교육 내용은 그 수준이 아주 높고 무엇보다도 미국에 비해 공립학교의 교사 수준이 상당히 우수하며 학생들 역시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좋은 조건들이 아이들의 미래에까지 연결되어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무엇보다도 열린 사고를 만들 수 있는 유연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분위기가 필요할 것 같다.

아직 두돌도 안 된 작은아이는 오빠의 프로젝트를 마음대로 만질 수 없어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 외할머니의 지혜로운 조언대로 두부라도 만지고 으깨게 해주어야겠다. 작은아이도 오빠처럼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탐구해보며 그 과정을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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