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호 기자】
3년 전인 2016년 9월 25일 평범했던 한 가족에게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집 근처 맥도날드에서 아이들과 함께 햄버거를 먹은 그날을 최은주 씨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4살이었던 큰 딸은 점심으로 불고기버거 하나를 다 먹었고 그리고 그날 "배가 예쁘지 않다"라며 잠에 들었습니다.
아이가 걱정이 된 최은주 씨는 잘 자는지 확인하러 들어갔다가 침대에 설사해놓고 그냥 모르고 자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였고 가까운 병원에 갔지만 좀처럼 아이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장출혈성대장균 감염 후유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 햄버거병에 걸렸습니다.
최은주 씨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맥도날드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용혈성요독증후군', 일명 햄버거병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생겼다는 걸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 2018년 2월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이 이야기들은 처음 문제가 됐던 시점부터 3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언론사를 통해 보도가 됐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여전히 맥도날드는 고통을 받고 있는 아이와 가족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달라진 건 없습니다. 달라진 거라면 아이는 어느새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를 입학할 나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맥도날드는 사과조차 하고 있지 않으며 최은주 씨는 맥도날드와의 긴 싸움을 멈추지 않고 묵묵히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2월 한창 추운 한파의 날씨 속에서 어머니는 맥도날드의 재조사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며 맥도날드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지난 2월 18일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최은주 씨를 만났습니다. 맥도날드 단체 고발을 같이 진행하고 있는 정치하는엄마들의 팟캐스트 방송 '정치하는하마' 녹음을 위해서였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3년 전 그날의 기억과 함께 현재의 나아지지 않은 현실을 이야기하며 최은주 씨는 덤덤하게 녹음을 진행하였고 또 어떤 날에는 언론사와의 만남을 갖고 자신의 이야기들을 과감히 전했습니다. 누구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해서 다시는 꺼내고 싶지 않아 하지만 본인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사치라고 생각되는 듯 보였습니다.
현재 경기도 평택에 거주 중인 최은주 씨는 이런 활동들을 틈틈이 펼치기 위해 왕복만 4시간여가 걸리는 시간을 내서 서울을 오가면서 생활 중입니다.
어느 날 취재와 관련해서 급히 어머니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바로 문자가 왔습니다.
'제가 아이 소독중이라 있다가 연락드릴게요.' 어머니의 일상이 짐작가는 문자였다.
지난 26일 시은이의 몸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져 긴급으로 병원을 찾게 됐고 시은이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난 기자를 보고 왠지 낯설어하던 시은이는 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고 복막투석실로 향했다.
복막투석실로 들어간 아이를 기다리며 복도 한편을 바라보던 아버지가 말을 건넸다. '저쪽이 아이가 입원했던 소아 중환자실입니다'... 그 말을 듣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시은이의 작은 손이 보였다. 너무나 어린 나이에 힘든 과정들을 자신 나름대로 버티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현재 상황에서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을 다녀간 뒤에 집으로는 아이의 투석을 위한 여러 가지 약들 4주치가 배송되어 현관문 앞을 가득 채운다고 합니다. 투석을 위한 약들 말고도 하루에 최소 먹거나 바르는 약들과 연고들도 무수히 많습니다. 신장 기능을 90% 가까이 상실한 시은이는 지금도 매일 10시간 가까이 투석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창 한파가 계속되던 겨울쯤에 만났던 최은주 씨는 어느새 차가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다가왔지만 여전히 맥도날드와의 긴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한 뉴스 프로그램에서 한국맥도날드가 2016년 7월 O-157 대장균 오염 패티가 전국 10개 매장에 15박스 남은 사실을 고의로 은폐하고, 관계 기관에 ‘재고 없음’으로 거짓 보고를 지시한 정황에 관한 내용이 보도되었고 다음날 긴급 기자회견이 한국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열렸습니다.
평소에 아픈 아이의 얘기를 하면서도 최대한 눈물을 참아내는 모습을 보였던 최은주 씨는 이날 자신의 발언 후에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제가 정의로워서 그런 것도 아니고요. 힘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거 같아서 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는 정말, 이렇게 매일 비극적으로 사는 아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은주 씨가 인터뷰 중에 한 말입니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은주 씨가 했던 말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긴 싸움이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지만 저는 계속해서 싸울 거예요. 기업이 돈만 추구하는 이런 행태들을 바로잡아야지 그 어떤 엄마, 아빠도 어떤 아이도 이렇게 아파서는 안됩니다."
피해자는 존재하지만 가해자가 없는 비상식적인 상황에서도 이제는 세상이 다 알아야 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거대 기업 맥도날드와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특별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한 아이의 엄마 최은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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