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어린이집 교사 되다’… 보육정책 개선 위한 은평구의 실험
‘공무원, 어린이집 교사 되다’… 보육정책 개선 위한 은평구의 실험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04.17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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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보육지원과 담당 공무원 14명, 보육교사 1일 체험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은평구청은 16일부터 4월 말까지 보육공무원의 어린이집 일일교사 체험을 진행한다. 사진은 올해 첫 번째로 교사가 된 황영범 보육지원과장.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은평구청은 16일부터 4월 말까지 보육공무원의 어린이집 일일교사 체험을 진행한다. 사진은 올해 첫 번째로 교사가 된 황영범 보육지원과장.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현장에 꼭 한 번 나와보셨음 해요.” 보육전문가들과 교직원들은 공통으로 보육현장과 정책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같은 요청은 보육정책토론회 현장에서도 매번 등장한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에서 보육교사가 제외되면서 보육교사들의 답답함은 더욱 커졌다.

서울시 은평구청은 16일부터 말일까지 관내 어린이집 14개소에 보육지원과 직원들의 어린이집 보육교사 일일체험을 진행한다. 직원들은 업무시간과 동일하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어린이집 교사가 된다. 오전에는 등원지도, 출석아동 확인, 급·간식 배식, 낮잠 지도를 한다. 오후에는 보육프로그램 지원, 야외활동, 교재교구 정리, 어린이집 뒷정리를 교사와 함께한다.

올해 첫 번째 교사로 황영범 보육지원과장이 나섰다. 황 과장이 교사로 배정받은 곳은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위치한 구립 폭포동어린이집 열매반. 열매반은 만3세 아이들 13명이 모인 곳으로, 이날 출석 인원은 10명이었다. 어린이집과 재원 아동 부모 동의를 얻어 황 과장의 1일 체험에 베이비뉴스가 함께했다.

황영범 보육지원과장이 16일 서울 진관동 구립 폭포동어린이집 교사가 돼 아이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황영범 보육지원과장이 16일 서울 진관동 구립 폭포동어린이집 교사가 돼 아이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한 교실, 교사 3명, 아동 10명…식사 소감에 “부어먹었죠”

베이비뉴스가 열매반을 찾아갔을 때, 점심식사 배식을 앞둔 시간이었다. 만3세반 아이들은 특별활동인 오감수업을 마친 오후 12시 30분에 점심식사를 했다. 황 과장 외에도 담임선생님 한 명과 보조교사 한 명이 교실에 있었다.

보육교사는 아동의 식사지도를 하며 점심식사를 해야 한다. 아이마다 식사습관과 밥을 먹는 속도가 다 다르다. 일찍 식사를 마친 아이가 있다면 그 아동이 방치되지 않게 신경을 쓰며, 양치질이나 손씻기 등의 이후 활동을 안내해야 한다. 한 아이가 식사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음식에 흥미를 보이지 못했다. 식판 위에 숟가락을 빙빙 돌리기만 했다. 

“밥 세 수저 더 먹어야겠네. 한 숟가락 먹고 나면 얼마나 더 먹어야 하지?”

식사가 서툴거나 밥 먹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있다면 식사 지도 난이도는 더 높아진다. 한 술 한 술 추임새를 넣어가며 아이가 밥 먹기에 재미를 붙일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황 과장은 아이들보다 일찍 식사를 마친 후 같은 책상에 앉은 아이들의 눈을 마주보며 식사 상황을 살폈다. 

식사 중 옷에 음식을 흘린 한 아이를 닦아주는 황영범 보육지원과장.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식사 중 옷에 음식을 흘린 한 아이를 닦아주는 황영범 보육지원과장.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부어먹은 셈이죠.”

식사는 어땠냐는 기자의 질문에 황 과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양치질을 하기 위해 세면대로 아이들이 모여들자 대화를 더 이어나갈 새 없이 황 과장이 움직였다. “자기가 쓸 치약 찾았어요?” 황 과장이 세면대 주변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교사들은 식판을 치우고 식사가 끝난 교실을 정리했다. 뒤이어 아이들 낮잠시간이 있기 때문이었다.

◇ 올해로 두 번째 진행된 은평구 1일 교사 체험…현장서 “대체교사 지원 늘었다”

황 과장에게 어린이집 1일 교사를 해본 소감을 묻자 “아이들 키울 때 옛날 생각난다”며 미소를 지었다. 2년 4개월째 보육지원과에서 근무했으며, 최근에는 ‘보육교사 서류 간소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1일 교사 체험을 했다는 황 과장은 “보육은 곧 재정”이라고 강조하면서, “보육교사 처우개선을 비롯한 보육 시스템을 바꾸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하는 이번 체험에 참여하는 은평구 보육지원과 직원은 14명. 은평구는 체험을 두고 “실효성 있는 어린이집 보육 정책을 마련하고 제도를 개선하는데 적극 반영해 보육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황영범 보육지원과장이 16일 서울 진관동 폭포동어린이집 교사체험 중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황영범 보육지원과장이 16일 서울 진관동 폭포동어린이집 교사체험 중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하루 체험이 보육현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이와 같은 의문에 구립 폭포동어린이집 문정숙 원장은 “대체교사 지원이 늘어났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문 원장은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가 구 정책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교사 체험으로 공무원들이 보육교사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섰고, 지난해보다 은평구는 대체교사가 많이 늘어났다는 것. 지자체 지원 덕에 폭포동어린이집은 교사들은 어느 때나 휴가를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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