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공 넘어온 ‘낙태죄 처벌’… 의료·종교계 ‘반대’ 난항 예고
국회로 공 넘어온 ‘낙태죄 처벌’… 의료·종교계 ‘반대’ 난항 예고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05.24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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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회입법조사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토론회 열어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2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최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에서 토론회 말미까지 현장에 남은 이정미 의원(중앙)에게 발언하고 있는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2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말미까지 현장에 남은 이정미 의원(중앙)에게 발언하고 있는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왼쪽).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시한을 내년 12월 31일으로 정했다. 낙태 법제도 개선에 대한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66년간 존재한 낙태 처벌 규정을 손봐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이에 지난 22일 국회입법조사처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함께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를 개최했다. 

헌법재판소는 임부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충분한 기간, 사회·경제적 낙태 허용 사유의 조합방식,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과 같은 일정한 절차적 요건 등을 국회가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따라서 이번 토론회도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반영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 형사처벌 조항 담은 ‘형법’ 유지할까… “시기 나눠 구체적 기준 제시해야”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관련 쟁점 및 입법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헌법재판소는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갈등 상황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모자보건법’이 허용하는 낙태 사유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낙태죄를 형사처벌 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임신 종결 시기를 결정할 때 발생할 쟁점을 ▲임부 요청에 따른 사유불문한 임신중절 시기 ▲생명보호 수단 및 정도를 달리할 수 있는 시기 ▲청소년 임부 등의 보호자 동의 요건 ▲시술 전 상담·숙려기간 등 절차적 요건 ▲의료서비스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정책(사후 낙태약 판매 허용 여부) ▲신념에 의한 의료인의 진료 거부로 정리했다. 

22일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를 개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2일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를 개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 조사관은 “위헌 판결 재판관 3인은 약 14주 정도를 사유 불문하고 임신 중절이 가능한 시기로 본다”며 “많은 국가들이 8~14주 사이를 그 기간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임신 중절 기간을 제한하는 시기는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22주를 기점으로 한다. 김 조사관은 “이 시점에 대한 타당성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열거주의적 방식으로 죄를 결정하는 게 올바른 방식인지도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김 조사관은 낙태 관련 법조항에 대한 입법과제도 제시했다.

현행 낙태죄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으로 구성돼 있다. 김 조사관은 “형사처벌을 존치시킬 것인지가 과제가 될 것”이라며, “형법 제269조 1항을 없애고 모든 허용사유를 중심으로 모자보건법을 구성할지에 대한 법체계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모자보건법 개정에 대해서는 “헌재 판결을 고려하면 임신 중절 시기와 허용사유가 결합한 형식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조사관은 시기를 세 개로 나누는 안을 제시했다. 임신 1기는 어떤 사유라도 관계없이 임부의 요청에 따라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고, 2기는 조금 조심스러운 접근이 가능한 시기, 3기는 임신을 유지할 경우 모체의 생명에 위협적인 사유를 의사의 판단에 한해 임신 중절을 시행하는 시기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 산부인과학회 “낙태수술 반대 입장 고수… 주수 제한 무의미”

이날 토론회는 의료계와 종교계 의견을 확인한 자리였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학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낙태를 반대한다”며 “의학적 사유 외에 어떤 형태의 낙태수술도 학회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냐”고 반문하며 “임신 주수를 결정하는 초음파 진단 기준은 방법이나 나라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따라서 임신 중절이 가능한 임신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또한 김 이사는 임신 중절 수술과 관련해 의료계가 받고 있는 오해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수련방법은 계류유산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수에 따라 위험하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며 “경험이 없는 의사에 의한 시술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임신 중절 수술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의사가 있다’는 소문도 언급했다. “아이를 키울 때 의사가 버는 소득은 수술 비용의 10배가 넘는다”며 “수술하고 나서 기분 좋게 ‘돈 벌었다’고 생각하는 의사는 한 명도 없다”고 당부했다.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인 정재우 신부가 2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최한 토론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인 정재우 신부가 2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최한 토론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미프진 등의 약물 중절방법에도 우려를 표시했다. 김 이사는 “미프진은 자궁 안에 아기집이 있다는 의사의 진단 없이, 자궁 외 임신에 사용하면 효과가 없다”며, “임신이 계속 지속하다 혈관 파열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임신 49일 이후에는 미프진 복용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며 “48시간 안에 다시 한번 복용하거나 자궁 수축제를 써야 하는 경우 등이 있어 최소 1주일은 병원에 입원해야 후유증 없는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 정재우 신부는 “임신과 출산은 인격적인 사건”이라며 낙태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정 신부는 “(낙태 관련 제도 개선에 있어) 해외 사례를 참고할 때, 그 나라 제도에는 임신을 둘러싼 정책과 제도가 함께 담겨서 낙태 조항을 구성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인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고 낙태 제도를 참고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낙태와 관련한 법을 만들어버리면 우리 사회가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신부는 “임신한 여성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낙태를 선택하는 상황은 정말 자유로운 선택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헌재 결정 나흘 만인 지난달 15일 가장 먼저 낙태죄 폐지 법안을 제출한 이정미 의원은 “헌법불합치 판결 한 달이 지났는데 국회가 너무 잠잠하고 조용해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 법안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았고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니라는 비판을 양쪽에서 받았다”고 자신이 제출한 개정안에 대한 반응을 언급했다.

이후 이 의원은 모든 토론자의 발언을 청취하고 토론회 말미에 행사장을 떠나 눈길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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