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돌봄 때문에 매주 상경… 이것만 해결되면 더 낳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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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05.25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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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둥이 마라톤 대회 참여한 여섯 다둥이 가족의 이야기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25일 서울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 잔디축구장에서 서울시가 주최하고 우리카드와 베이비뉴스가 주관하는 가족축제 ‘2019년 제5회 아장아장 다둥이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5일 서울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 잔디축구장에서 서울시가 주최하고 우리카드와 베이비뉴스가 주관하는 가족축제 ‘2019년 제5회 아장아장 다둥이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8도. 초여름 이른 더위가 찾아온 서울 광진구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 이곳에서 다둥이들의 웃음소리가 온종일 끊이질 않았다. 다둥이들은 놀이를 즐기느라 잔뜩 신났고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는 부모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25일 서울어린이대공원 축구장에서 열린 ‘형제·자매·남매와 함께하는 5월 가족축제 아장아장 다둥이 마라톤 대회(이하 다둥이 마라톤)’ 풍경이다. 축제에 찾아온 가족들과 시민들은 그늘을 찾아 자리를 깔고 텐트와 그늘막을 치고 챙겨온 음식을 먹으며 축제를 즐겼다.

다둥이 마라톤은 서울시가 주최하고 베이비뉴스와 우리카드가 주관하고, 네이버 부모i가 후원했다. 다둥이를 기르고 있는 서울시민들과 출산과 결혼을 장려하고 다둥이 가족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이번 행사는 어린이 합창단, 마술쇼, 군악대 공연, 어린이 전기안전 뮤지컬, 여성중창단 공연 등의 다채로운 공연과 부스의 놀이체험행사, 포토 촬영, 마라톤 코스 진행으로 꾸며졌다.

다둥이 가족을 위한 축제인 만큼 부모의 손을 꼭 잡고 오는 수많은 다둥이가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저출생 시대. 다둥이 가족의 어려움은 어떤 게 있을까. 기자는 다둥이 가족들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 “다둥이 맞벌이 부부를 위해… 퇴근 좀 일찍 시켜주세요” 

서울시 성북구에서 온 임동주·김행운 부부는 다섯 살, 세 살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시 성북구에서 온 임동주·김행운 부부는 다섯 살, 세 살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현금 지원보다는 회사를 좀 일찍 끝나게 해줘서 아이들 어린이집 등·하원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맞벌이부부가 아이를 키울 수 있어요. 두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4시에 하원하는데 저랑 남편은 집에 오면 7시, 8시거든요. 2시간만 일찍 끝나면 데리러 갈 수 있는데….” (서미영 씨)

서울 동대문구에서 온 서미영·한완규 부부는 여섯 살과 네 살 두 딸을 키우고 있다. 시골에 계신 한 씨의 부모님이 아들 집 근처로 전셋집을 구해 오셔서, 평일에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손주를 아들 부부가 퇴근할 때까지 돌봐주신다. 그리고 주말엔 도로 시골로 내려가신다.

한 씨는 “매일 퇴근길에 부모님 댁에 들러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온다”면서 “이것만 해결되면 아이를 더 낳아 키우고 싶다. 얼마나 아이들이 예쁘냐”며 현실의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울 성북구에서 온 김행운·임동주 부부는 다섯 살, 세 살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주말에는 이런 행사 참여를 많이 하는 편이라는 부부에게 다둥이를 키우면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물었다.

임 씨는 “현금보다는 가정마다 필요한 물품을 조사해서 지원하면 좋겠어요. 의류나 교육 교재 같은 것. 현금은 통장으로 들어오면 다른 곳에 쓰게 되더라고요”하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체적으로 교재 대여와 장난감 대여 사업을 꼽았다. 구청 등에서 진행하는 대여 사업이 없진 않으나 문제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난감 대여를 해보니까 중고나라보다 대여료가 비쌌고 도서관에서 빌린 교재도 상품의 질의 높지가 않더라고요”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 “셋째 계획 있냐고요? 아유 없어요, 없어”

두 아이를 데리고 다둥이 마라톤 대회에 온 가족.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두 아이를 데리고 다둥이 마라톤 대회에 온 가족.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박가희·이상민 부부는 여섯 살, 네 살 두 아들을 키운다. 셋째 계획을 묻자, “아유 없어요, 없어” 손사래 친다.

박 씨는 “어린이집에 맞춤반, 종일반이 있어요. 저희는 외벌이인데 제가 일 안 한다고 맞춤반인데 차별 같기도 하고 실제 효과가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서류를 종일반으로 위조하는 분도 많더라고요”라면서 “그나마 아동수당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 유치원비를 많이 내니까요”라고 말했다.

아들 둘, 딸 둘. 네 명의 아이가 한자리에 있다. 기자가 다가가 한 가정이냐고 물었더니, 큰아이들이 동네 친구라 같이 다둥이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다.

두 아들의 엄마는 큰애는 유치원, 작은애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고 외벌이라고 했다. 보다 현실적인 보육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 이웃인 강경석(가명) 씨는 일곱 살, 여섯 살 두 딸을 키운다. 병설유치원을 지원했는데 떨어져서 둘을 같은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강 씨는 “보육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니까 국공립유치원이 늘든지 비용 지원이 됐으면 좋겠어요. 셋째요? 세 명 되면 못 살아요” 하고 웃는다.

◇ “셋 키우려니 맞벌이 해야 하고, 맞벌이 하니 셋 키우기 어려워요”

장영화 씨는 아들 부부와 딸과 친손주 한 명, 외손주 두 명과 함께 다둥이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장영화 씨는 아들 부부와 딸과 친손주 한 명, 외손주 두 명과 함께 다둥이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드디어 아이가 셋인 다둥이 가족을 만났다. 일곱 살, 다섯 살, 네 살 세 아이를 키우는 한선옥·김경섭 부부는 서울 금천구에서 왔다. 김 씨는 다둥이 아빠로서의 어려움에 대해 “일 끝나고 오면 육아가 시작이에요. 맞벌이다 보니 돌보미 선생님이 저희 퇴근 전까지 봐주시는데요,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힘들어요.”

한 씨도 거든다. “셋을 키우려니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맞벌이를 하니 셋을 키우기 어려워요. 셋을 같은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어요. 셋을 학원에 보내고 싶은데 중간에 어린이집에서 학원을 데려다 줄 사람이 없어요. 실버 아르바이트 같은 제도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장영화 씨는 아들네와 딸네와 함께 다둥이 마라톤 대회를 찾았다. 그늘에 텐트를 치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림이 보기 좋았다. 친손주 한 명, 외손주 두 명.

장 씨는 “딸은 가까이 살아서 매일 만나요. 어린이집 다녀오면 손주들 데리고 같이 놀고 하는데 요즘 아이들 키우는 것 보면 너무 힘든 것 같아요. 딸은 여섯 살, 네 살 두 아이를 키우느라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를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아들에게 한 명 더 낳으라고 하지 않으시냐고 물었더니, 장 씨는 “둘은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하나가 딱 맞는 것 같아요”그러면서도 “사실 혼자는 외롭긴 해요. 외손주들은 둘이라 잘 놀고 하는데… 그래서 사촌들끼리 잘 지내라고 오늘같이 같이 많이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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