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육아는 돕는게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다. 아이는 사랑해서 돌보는 것이 아니라, 돌볼수록 더욱 사랑하게 되고 돌봄이 쌓일수록 더더욱 사랑받게 된다. 그 만족감은 이 세상이 주는 어떠한 행복과도 비교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아빠들도 그 경험을 꼭 하길 바란다.” (9쪽)
최근 육아에 동참하거나, 육아를 전담으로 맡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 아빠 육아 문화가 점점 보편화 되면서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남성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 1월 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가 1만 7662명으로, 2017년 1만 2042명보다 대략 4.7%가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육아하는 아빠를 보편적으로 찾아보기 어렵고, 아빠들이 육아 정보를 얻기도 힘든 현실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또 파워블로그로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위해 심리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정우열 작가가 아빠들을 위한 책인 「육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중앙북스)를 지난달 4월 5일 출간했다.
정우열 작가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회원, 부부가족치료연구회 회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이며, 부부공동육아 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으로 2016년 여성가족부장관 표창과 2017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책은 초보 아빠였던 저자가 ‘아빠’의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아이를 키우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육아 이야기와 알짜 육아정보를 쉽게 풀어나가는 육아서다.
◇ “아빠가 육아를 더 잘할 수도 있다”
정우열 작가는 아빠라고 육아를 못 하리란 법은 없다고 말한다. 정 작가는 “대부분 아빠들은 육아 노하우가 필요한 일들은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능력 밖의 일로 치부해버리는 무관심한 아빠들도 여전히 많다”고 언급했다.
“아빠 육아의 현실이 이러한 데에는 태도의 문제도 있다. ‘아빠가 육아한다’고 표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주로 ‘육아에 동참한다’고 한다. 반대로 엄마는 육아에 동참한다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변화된 현대사회에 적합한 표현은 육아에 동참하는 아빠가 아닌, 육아하는 아빠인 것 같다.” (83쪽)
정 작가는 정신분석학자인 에릭 에릭슨(Erik H .Erikson)의 말을 인용했다. 에릭슨은 “아이를 돌보고 싶은 욕구는 남녀 모두의 인간성 안에 내재돼 있다”고 주장한다. 또, 교육과 학습이 제공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빠도 아이 돌봄에 있어서 적극적인 주체가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정 작가는 엄마가 먼저 아빠 육아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미국 세톤 힐 대학교 숀(Donna Shawn Matta)교수 연구를 소개했다.
“육아 시간이나 질보다 중요한 것은 육아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숀 교수 연구에 따르면 현대사회에 바람직한 남편은 아내와 아이의 욕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에 가사 및 육아 활동이 많다. 아내와 아이 모두의 입장을 고려해 아빠 육아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가사와 육아를 한다.” (84쪽)
정 작가는 이러한 남편의 경우 남녀의 권력이 평등하다고 여기며, 아내를 가사와 육아 전담자로 보지 않고 아내는 남편을 생계 부양자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정 작가는 “이러한 육아 분담의 바탕이 되는 것은 아내가 남편이 하는 육아에 확신을 가지는 것”이라며 “남편에게 적극적인 육아를 먼저 요구하기 전에 아내가 먼저 남편과 육아를 분담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 “육아는 각자 하는 게 아니라 연합해서 하는 것”
정 작가는 아빠 육아 지원 정책과 문화를 탓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실정에 맞게 함께 육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꼭 육아휴직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아이 돌보기에 힘쓰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육아를 하는 아빠’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작가는 요즘 아빠들은 부양의 의무보다는 아이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한다.
“육아는 부부가 각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연합해서 해야 한다. 그러니 이전 시대의 유산인 아빠는 부양자, 엄마는 가정주부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가족에 대한 몇몇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부부가 역할을 균형 있게 분담할수록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삶에 만족한다고 한다.” (254쪽)
정 작가는 끈끈한 부부 관계없이는 역할을 분담하기 쉽지 않다면서 상대방 역할까지 덤으로 해줄 수 있는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리 정해두고 칼로 자르듯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종종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서로의 몸과 마음 상태를 고려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한쪽이 여러 가지 일로 바쁘고 힘들 때는 양보와 배려를 통해 부부 중심 육아를 하는 것이 좋다.”(254쪽)
◇ ‘아빠의 육아 참여는 조화로운 가족 분위기 조성’
아빠 효과(Father Effect)라는 말이 있다. 자녀 교육에 아빠가 미치는 영향력으로인지와 정서, 행동발달, 대인관계 등 아이의 모든 면에서 아빠가 아이와 많은 교류를 할수록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효과이론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 심리학 교수인 로스파크는 “아빠와 놀이나 상호작용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뇌를 발달시킨다”며 “영유아기 때 아빠와의 관계가 부족했던 아이들은 수리능력이 떨어지고 학업 성취동기도 낮다”고 주장했다. 육아에 있어서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또한, 아빠의 양육 참여는 간접적으로 양육을 전담했던 엄마의 신체적·심리적·정신적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부부는 서로의 양육 방식과 태도에서 배울 점을 찾고 조화로운 가족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며, 서로를 이해하는 폭도 커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 서두에 있는 “육아는 돕는게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다” 이 말이 정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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