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언어발달을 위해 '수다쟁이'가 되세요
아이의 언어발달을 위해 '수다쟁이'가 되세요
  • 칼럼니스트 김택선
  • 승인 2019.07.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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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K의 육아코치] 아이의 바람직한 언어발달 위한 환경 만드는 방법

18개월 된 민서는 돌이 지난 후부터 말할 수 있는 단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엄마’ ‘아빠’를 말하기 시작하더니 ‘멍멍’, ‘야옹’, ‘빵빵’ 하며 사물을 가리키는 단어가 많이 늘어났다. 이제는 벌써 50개 정도의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놀이터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엄마들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고등학생 언니들까지도 ‘엄마’라고 큰소리로 말하는 바람에 민서 엄마는 가끔 민망해질 때가 있다. 급기야 예방접종하러 진료실에 들어온 민서는 가운을 입고 주사기를 들고 있는 나에게도 ‘엄마’라고 외친다.

이 경우에 민서는 어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의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과잉일반화’의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언어의 과잉일반화는 주로 12개월에서 24개월 사이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서 일시적으로 등장하는데, 모든 남자를 ‘아빠’라고 한다거나 모든 여자를 ‘엄마’라고 하는 식이다. 물론 강아지, 고양이, 소, 사슴, 치타 같은 동물 모두를 ‘개’ 라고 부를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이의 언어 발달의 시기에 일시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간단히 올바른 단어를 알려주면 된다. 아이는 시간이 지나서 더 많은 단어를 익히고 언어를 잘 이해하게 되면 사람이나 사물마다 서로 다른 호칭이나 명칭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부모가 아이의 언어 발달과정을 잘 알고 있으면 쓸데없는 오해나 걱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말을 서투르게 하더라도 진지하게 기다려 줘야 한다.  ⓒ베이비뉴스
아이가 말을 서투르게 하더라도 진지하게 기다려줘야 한다. ⓒ베이비뉴스

한 노부인이 오랫동안 남편을 의심을 했다는 얘기를 털어놓는 것을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젊은 시절 자신의 남편에게 돌 지난 낯선 아이가 아빠라고 하는 걸 들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말문이 트인 아이들이 거쳐 가는 과정인 ‘과잉일반화’이었을 거라고 그 노부인에게 확실히 얘기해줬다면 어땠을까? 그 노부인은 오랜 시간 불편한 마을을 갖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언어를 ‘저절로’ 배우는 걸로 생각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요즈음 ‘언어지연’이 있는 아이들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면 알 수 있다. 핵가족화되고 말이 필요 없는 SNS로써 대화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어른들의 대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넬슨 소아과학 교과서'(Nelson Textbook of Pediatrics)에 의하면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관여하는 뇌의 언어중추는 초당 700개의 시냅스 형성 과정을 통해서 급속도로 발달이 이뤄지며 경험에 의존적이다. 생후 8개월까지 언어중추의 발달속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며 24개월에 거의 완성된다.

이제 아이들의 말문이 트인다고 생각되는 그 시기에 언어중추는 이미 완성 돼버리는 것이다. 어른들이 추측하는 것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완성이 이뤄진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아이들의 바람직한 언어발달을 위해 언제부터 어떤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걸까? 우선 신생아 때부터 부모는 눈을 마주치고 아이와 대화해야한다. 많은 실험들은 신생아에게 모방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하루에 5시간~ 6시간 정도는 어른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TV나 SNS처럼 일방적인 대화를 보여주는 것은 언어의 발달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빠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엄마와 아이가 단둘이 집 안에 있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때는 부모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우니 엄마가 이웃 혹은 친구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해보자. 아이가 많은 단어나 고급 문법이 들어간 문장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엄마는 아이와 놀이를 함께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단어나 문장이 풍부한 수다쟁이 엄마가 될 필요가 있다. 엄마가 아이와 대화하면서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의 수가 많을수록 그렇지 않은 엄마의 아이보다 그 아이가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의 수가 더 많았다는 실험들이 있다.

물론 ‘좋은’ 수다쟁이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할 중요한 규칙들이 있다.

첫째,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명확한 단어를 쓰면서 간략하게 이야기한다. “노란 신발을 신자”라고 하면 될 것을 “저것 신고 할머니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오자”라고 하면 좋지 않다. 이것 또는 저것이라는 불명확한 대명사를 쓰거나 게다가 문장까지 병렬문을 쓰면 아이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둘째, 엄마 혼자서 말하는 일방적인 수다는 독백이나 잔소리와 마찬가지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 아이의 반응에 따라 적절하게 반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아이가 말을 서투르게 하더라도 진지하게 기다려줘야 한다. 말을 배우는 아이들이 엉뚱한 단어를 쓴다거나 ‘아아’ 또는 ‘어어’ 하면서 한참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가끔은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기도 하는데 아이는 그런 경우 놀림을 받는다고 느낄 수도 있다. 절대 놀림 받는다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느긋하게 기다려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틀린 단어를 중간에 지적하고 질책하는 태도는 아이의 언어발달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위와 같은 엄마의 노력으로 신생아 때부터 말배우기 과정을 잘 거친 아이는 36개월이 지나면서 문장을 구사할 수 있게 되고 마침내는 자신의 생각과 상상을 언어로써 표현하는 언어의 마술사로 성장하게 된다.

*칼럼니스트 김택선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 등 여러 병의원에서 소아청소년과 과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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