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니까 나중에? 어릴수록 밥상머리 교육이다
어리니까 나중에? 어릴수록 밥상머리 교육이다
  • 칼럼니스트 이연주
  • 승인 2019.07.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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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는 행복한 몰입육아] 밥 먹으면서 대화하는 것은 명문가의 전통

 전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백악관에서 업무를 보다가 7시만 되면 사라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가족과 식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CEO 짐 도널드도 식사 시간이 되면 업무를 중단하고 집으로 가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그의 인터뷰를 보면 가족과의 저녁식사를 위해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하고, 그래도 일이 많을 경우에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일을 하러 간다고 했다.

유명한 여성 경영자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인 세릴 샌드버그의 책을 보면, 그녀도 아이가 어렸을 때 근무시간을 변형해 5시 30분에 퇴근했다. 아이들과 저녁을 함께 먹기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이 잠들면 다시 컴퓨터를 켜고 일을 했다고 한다.

권력과 부를 가진 그들은 왜 가족과의 식사기간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그때 나는 매일 너무나도 여유롭게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과 식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냥 우린 가족이기에 매일 식사를 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가족과의 저녁 식사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바쁜 이들이 어떻게 시간을 내서라도 함께 하려고 할 만큼 소중하고 행복하고 중요한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들과 식사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제대로 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애석하게도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시간의 소중함을 잊고 있는 듯 하다.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기에, 중요함을 모르기에 우리는 어린 아이들이 집에서 밥을 먹든, 나가서 밥을 먹든 그 시간에 대부분 스마트폰 영상이나 TV를 보여준다. 아이를 한 자리에 앉혀놓고 밥을 먹이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아니면 집에서 스마트폰 없이 밥을 먹더라도 우리는 아이에게 이런 대화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꼭꼭 씹어먹어. 밥풀 흘렸어. 골고루 먹어. 남기지 말고 싹싹 먹어. 골고루 먹어야 튼튼해지지 키도 크고.”

세릴 샌드버그가 새벽에 일을 시작해서 5시 30분에 퇴근해 아이들과 밥을 먹을 때 아이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깨끗하게 먹으라고? 말할 때 입 벌리지 말라고? 누가 나랑 밥을 먹는데 이런 말만 한다고 생각해보자.

“00씨, 꼭꼭 씹어먹어요. 그래야 소화가 잘 돼요. 튼튼해지려면 그릇에 있는 밥 다 먹고 반찬도 같이 먹어요. 흘리지 말고! 밥만 먹지 말고 야채도 먹고.”

한 번도 아니고 밥을 먹을 때마다 무한반복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사람과는 다시는 밥을 같이 먹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고함을 질러줄 것이다. 그만하라고, 그런 말은 집어치우라고!

식사시간이 즐거운 아이들
식사시간이 즐거운 아이들. ⓒ이연주

만 3세 유아의 최대 집중시간은 20분이다. 그리고 유아의 식사시간도 보통 약 20분으로 비슷하다. 그런데 위와 같이 따분한 말들만 식사시간에 듣는다면 아이들에게 식사시간은 그 어떤 것보다 피하고 싶은 시간일 것이다. 가뜩이나 먹기 싫은 밥을 매일 듣는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먹어야 한다니.

실제로 가족과 식사시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은 식사시간에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날씨 이야기, 사업 이야기, 사회 이야기 등 주제에 한계가 없는 것이 식사시간의 매력이다. 그 어떤 이야기를 해도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니까.

스타벅스 CEO 짐 도널드는 어머니와의 식사시간에서 세상을 배웠다고 늘 이야기 한다. 동네 마트에서 일하던 어머니는 마트에서 가장 잘나간 제품, 마트에서 만난 진상고객, 마트에서 진열을 바꾸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등 마트에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래서 그는 어릴 때부터 세상에 호기심을 가졌고, 가난한 집이었지만 어린 나이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미국 명문가는 아니라도 아이와의 식사시간이 정말 감사하고도 중요한 시간이라 여기면서 다양한 즐거운 대화를 나누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안 보여주고 밥을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목표란 생각에 밥 먹을 때 반찬 이야기, 음식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제 습관화도 되었고, 명문가의 저녁 식사이야기를 알게 된 요즘은 그 주제를 더 다양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엄마 회사는 LGBT에게도 채용 기회를 주고 있어. 그러니까 L은 레즈비언, G는 게이, B는 양성애자, T는 트랜스젠더를 말해.”와 같은 회사 타운홀 미팅 때 들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오늘 점심에 엄마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비누를 만들어서 파는 친구거든. 그런데 비누를 예쁘게 잘 만들었는데 안 팔려서 너무 걱정이래.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까?"와 같은 나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이제 세상 우주를 이해하는 만 3세, 만 5세이므로 그 어떤 주제를 이야기해도 다 들을 준비가 돼 있고, 심지어 재미있어 한다. 오늘은, 내일 회사에 결혼 발표하는 친구와 책 동호회 점심 약속이 두 개 겹쳤는데 어디를 갈지 너무 고민된다고, 너희 같으면 누구와의 약속을 지키겠냐고 진지하게 의견을 구했다. 그리고 여름 방학 때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명문가의 가족 저녁 식사시간에 대해 알게 된 후 아이들과 밥을 먹으면서 간식을 먹으면서 하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아이들의 수준, 특히 6세 아들의 이해수준이 높아져서 이제는 아들과 이야기를 하면 도움이 되기도 하고 즐겁기까지 하다. 정말 신비로운 경험이다. 나의 작은 노력들로 아이의 수준이 높아지면 나의 육아가 더 빨리 더 많이 즐거워진다는 아주 행복한 사실을 깨닫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아직 대화를 나눌 만큼 말을 하지 못한다면? 그래도 엄마 아빠는 즐겁게 수다를 떨어야 한다. 그냥 생각 나는 대로 아이 수준에 맞춰서 나에게 있었던 일을 즐겁게 이야기하면 된다.

“엄마가 아까 이 미역국 끓이는 거 봤어? 예전에 할머니가 미역국 끓여주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먹었던 생각이 나더라고. 그래서 아까 엄마가 할머니랑 통화한 거야. 할머니 생각이 나서. 너도 미역국 맛있게 먹고 나중에 미역국 먹을 때 엄마 생각 해줘. 그럼 엄마 정말 행복할 것 같아. 그리고 미역이 정말 몸에 좋아. 식이섬유, 아연 이런 영양소가 들어가서 몸이 엄청 좋아하는 음식이야.”

처음에는 별로 할 말이 없고, 말도 짧은데 하다보면 는다. 처음에는 벽 보고 말하는 느낌에 어색하지만 한두 번 하다보면 말이 점점 길어지고, 아이도 점점 잘 들어주어서 신이 날 것이다. 이렇게 아이가 다양한 대화에 익숙해지면 커서도 자리에 식탁 의자에 잘 앉아서 얼굴을 마주보며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이 식탁에 오랜 시간 잘 앉아서 밥 먹는 것을 보면 부러워 한다. 아이들이 엉덩이가 무거워서가 아니라 아이들은 식탁에 앉아서 간식을 먹거나 밥을 먹는 시간이 즐겁기 때문에 엉덩이를 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자꾸만 스마트폰을 아이들에게 내어준다. 우리 아이는 가만히 잘 못 앉아 있는다며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자꾸 보여준다. 노력을 해보지도 않고서 아이들이 외출하면 가만히 있지 못한다고 잘못된 믿음을 갖지 말기 바란다.

아 참! 설득력 있는 증거 하나! 하버드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독서로 아이가 습득하는 단어가 평균 140개라면 가족 식사로 습득하는 단어는 평균 1000개라고 한다. 그러니 모든 공부의 기초가 되는 지적능력, 어휘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아이와의 식사시간을 소중히 여겨라. 아이와 식사시간에 풍성한 대화를 나누어라. 어른의 역할은 아이의 생각과 경험을 풍성하게 해 주는 것임을 기억하라.

*칼럼니스트 이연주는 18개월 차이 나는 6세 아들과 4세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스마트폰 없는 똑똑한 육아」의 저자이다. 힙시트를 하고도 손에는 스마트폰, 유모차를 밀면서도 스마트폰, 놀이터에 와서도 스마트폰. 엄마들이 아이에게 집중하지 않자 화가 난 1인. 놀이처럼 육아도 집중해야 재미가 극에 달한다는 것을 말하고픈 마음에 글솜씨 없는 사람이 육아서까지 썼다. 스마트폰 없이 아이와 있는 시간에는 아이에게 푹 빠져보라는 것! 물론 힘들지만 스마트폰으로 도피하며 하는 육아보다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아이와 함께 엄마도 아빠도 성장하는 것이 진정한 육아라는 주장도 함께 펼치는 열혈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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