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특별한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아이에게 특별한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 칼럼니스트 송이진
  • 승인 2019.07.3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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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포터 엄마의 행복한 여행 육아] 중요한 것은 여행의 장소가 아닙니다

“엄마! 우리는 방학 때 어디 안 가? 00는 괌에 가고 **는 태국 간대.”

아이의 말에 엄마는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림일기 쓸 거리도 있어야 하고 친구들끼리 여행 자랑도 할 텐데. 특별한 데라도 가야 하나 싶지요. 하지만 엄마 아빠에게는 떠나야 할 이유 보다 떠나지 못할 이유가 더 많습니다. 시간, 체력, 또 그곳이 해외라면 여행경비도 만만치 않은 부담입니다.

어쩌다 보니 아이와 많은 여행을 했고 그 기록을 모아 책을 내기도 했는데요. 책을 쓰며 깨달은 건 아이에게 여행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엄마! 우리 여행 가서 밤에 탁구 치다가 공이 비탈길로 내려가는데 아빠가 계속 쫓아갔잖아. 그거 진짜 웃기지 않았어?”

“지난번 워터파크에서 탔던 놀이기구 생각난다. 엄마가 소리를 너무 질러서 내 귀가 터지 뻔했다고.”

“다음에 또 여행 가서 음악 틀어놓고 춤추자. 곡은 내가 정할게.”

아이에게 여행은 장소보다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남는 듯 했습니다. 거기가 어디였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해도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는 오래도록 기억하더라고요. 

아이들의 행복했던 기억은 생각보다 꽤 오래 남습니다 ⓒ송이진
아이들의 행복했던 기억은 생각보다 꽤 오래 남습니다. ⓒ송이진

아마 아이들은 여행 기준이 어른들과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가 몰디브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물빛과 쉽게 갈 수 없는 여러 가지 여건 때문이잖아요. 유럽 역시 그 나라가 가진 역사와 선진국에 대한 로망 때문에 언젠가는 꼭 가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를 만들게 되고요.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만큼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여행을 기대하는 주된 기준은 ‘어디’가 아니라 ‘놀이’가 되는 거지요.

그러니 남들처럼 특별한 곳에 못 간다고 아이에게 미안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아이에게는 옆 동네도 멋진 여행지가 될 수 있으니까요. 꼭 1박 이상 머물러야 하는 것도 아니라서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는 가까운 당일치기도 좋습니다. 우리나라도 해외 못지않게 좋은 곳이 많고 교통편도 잘 돼 있어 조금만 서두르면 어디든 하루 안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해외 못지않은 좋은 여행지가 정말 많습니다 ⓒ송이진
우리나라에도 해외 못지않은 좋은 여행지가 정말 많습니다. ⓒ송이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많은 부모가 아이를 신나게 놀리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한번 갔다 오면 영혼도 체력도 탈탈 털린다고 하는데요. 아이도 그 순간은 정신없이 잘 놀지만 지나고 보면 마음에 남는 것도 없고 함께 나눌 추억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 나랑 팽이 돌리기 시합할래?”

“엄마 바빠. 혼자 좀 놀아.”

“아빠, 나랑 씨름 한판 하자.”

“응, 30분만 자고.”

아이에게 여행은 회사와 집안일에 빼앗겼던 엄마 아빠를 온전히 차지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함께 떠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을텐데요.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숙제하듯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놀 거리를 찾고 시간을 보낸다면 부모도 지치지 않고 여행할 수 있겠지요.

다행히 저희 부부는 놀이기구 타는 것을 좋아해서 함께 워터파크나 테마파크를 종종 가는데요. 아이만 따라다니지 않고 남편과 번갈아가며 성인용도 한 번씩 타본답니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 아빠가 겁에 질려 하는 모습을 즐겁게 보더라고요.

자전거 타는 것도 좋아해서 아이와 함께 자전거 도로를 찾아다니기도 하는데요, 이렇듯 꼭 놀이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캠핑에서 요리를 할 때 아이에게 재료 다듬는 것을 부탁한다던가 길 찾을 때 지도를 주고 직접 찾게 하는 것 등의 미션을 주면 아이들은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도 신나는 놀이로 생각합니다.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는 근처 도시 여행도 좋습니다. 홍대나 대학로에서 함께 즐기기 좋은 넌버벌 퍼포먼스를 보고 맛집 투어를 하거나 광장시장에서 마약 김밥과 빈대떡을 먹고 청계천을 걷다 시장구경을 하다보면 하루가 꽤 알차게 흘러갑니다. 그런 소소한 나들이가 부모에게는 추억 여행이, 아이에게는 새로운 도시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디로 갈까 생각하기 전에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부모마다 방법은 다를 테지만, 엄마 아빠와 신나게 놀 수 있다면 아이에게는 최고의 여행이 될 것입니다.

여행을 계획할 때는 아이와 눈을 맞추며 무엇을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세요 ⓒ송이진
여행을 계획할 때는 아이와 눈을 맞추며 무엇을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세요. ⓒ송이진

*칼럼니스트 송이진은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활동하는 19년차 방송인. 50여 편의 광고를 찍은 주부모델이기도 합니다. 저서로는 「아이와 해외여행 백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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