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증후군'에 대처하는 미국 유학생 가족의 자세 
'새 학기 증후군'에 대처하는 미국 유학생 가족의 자세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19.09.0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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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 인류학] 개학 전 가족과 함께 새로운 환경 둘러보는 '오픈 하우스'

미국의 새 학기는 한국과 달리 8월 말부터 시작이다. 6월부터 두 달 넘게 이어진 긴 여름방학을 마친 아이들은 개학 후 새로운 반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난다. 

미국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는 정식으로 첫 수업을 시작하기 전 오픈 하우스(Open House) 행사를 연다. 방식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으로 새 학기 시작 전 새로 배정받은 교실에 방문해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만난다. 이때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교무 담당 선생님이 교문에서부터 학생과 학부모를 반갑게 맞이한다. 

교실에 가서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 한 해 동안 배우게 될 것들, 중요하게 지켜야할 것들 등 공지사항을 듣는다. 부모와 학생들은 가정별로 하교 방식을 선생님께 알리고, 자신의 자리를 확인한 뒤 질문이 있으면 따로 질문도 한다. 학교에서 배포한 준비물 리스트의 물품을 미리 준비한 아이들은 이날 미리 교실에 가져다 놓기도 한다.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새 학기 시작 전 가족과 함께 학기 전 행사 '오픈 하우스'를 진행한다. 이 행사에서 새로운 교실, 친구들, 선생님을 만난다. ⓒ베이비뉴스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새 학기 시작 전 가족과 함께 학기 전 행사 '오픈 하우스'를 진행한다. 이 행사에서 새로운 교실, 친구들, 선생님을 만난다. ⓒ베이비뉴스

◇ 가족과 함께 아이의 새 학기 적응 돕는 미국 초등학교

남편의 회의가 늦은 시간에 잡힌 바람에 올해 큰아이의 오픈 하우스 행사에는 나와 큰아이, 작은아이 셋이서만 참석했다. 새로 부임하셨다는 교장 선생님의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교실로 이동했다. 

교실 분위기도 밝아 보였고, 담임 선생님 첫인상도 참 좋았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져 마음이 한결 놓였다. 

그러나, 그 평화도 잠시. 작은아이의 눈에 오빠 교실에 놓인 신기한 물건들이 들어온 모양이다. 책상 위 알록달록 교과서, 교실 게시판의 꿀벌 스티커(꿀벌은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마스코트다. 미국에는 그 학교를 대표하는 각각의 마스코트가 있다. 전학 전에 다니던 학교의 마스코트는 코알라였다), 폭신폭신해 보이는 동물 인형들까지…. 딸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아기띠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엄마가 좀처럼 협조해주지 않자 원망 섞인 목소리로 “엄마~!”하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담임 선생님이 전체 공지를 막 마친 참이라 작은 아이를 겨우 달래 오빠의 책상에 함께 앉혔다. 색색의 연필과 종이들이 펼쳐진 책상에서 신난 우리 둘째는 책상에서 떠나려고 하질 않았다. 다만 자유로운 분위기였던데다가 함께 따라온 다른 동생들도 많았기 때문에 작은아이의 행동을 크게 제지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었다. 

때마침 주변을 둘러보니 보통 아빠, 엄마, 그리고 언니나 오빠, 동생을 포함한 가족 전체가 오픈 하우스 행사에 온 경우가 많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함께온 집도 있었다. 

다행히 우리집도 행사 마지막에는 늦은 회의를 마치고 허겁지겁 달려온 아빠와 함께 참여할 수 있었다. 오픈 하우스 행사가 저녁 8시까지 진행된 덕이다. 보통 5~6시면 퇴근하는 미국 직장인의 출퇴근 문화와 일하는 부모를 배려해 행사를 기획한 학교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 멀리서 큰애가 탈 스쿨버스가 온다. 아들아, 힘내자! ⓒ베이비뉴스
저 멀리서 큰애가 탈 스쿨버스가 온다. 아들아, 힘내자! ⓒ베이비뉴스

◇ 새 학년, 새 학기, 새로운 시작… "아들, 우리 파이팅하자!"

오픈 하우스 행사에 다녀온 큰아이는 이제야 학교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실감 나는 모양이었다. 여름방학이 두 달 하고도 이 주나 더 되었으니, 한참 만에 다시 학교에 가려니 엄두가 안 나는 듯했다. 특히 올해는 둘째를 데리고 큰아이 등하원이 힘들 것 같아서 처음으로 스쿨버스를 타도록 했다. 바뀌는 것들이 너무 많으니 긴장되는 것은 당연한 일. 잠 못 드는 큰아이를 옆에서 다독이며 재웠다.

처음으로 스쿨버스를 타고 큰아이는 씩씩하게 학교로 갔다. 스쿨버스 정류장에 함께 나온 작은아이는 오빠가 갑자기 버스를 타고 사라지자 눈물이 그렁그렁하며 오빠를 찾았다. “오빠가 학교에 갔다가 이따가 다시 올거야”라고 설명해주니 그제야 서러운 표정을 감춘다. 큰아이의 개학이 일주일이 지난 지금 작은아이는 이제 오빠가 스쿨버스를 타면 손을 흔들며 배웅한다. 

새 학년 새 학기는 아이만큼 엄마도 설레고 걱정이 많다. 그래도 오픈 하우스에서 학교의 이모저모를 속속들이 보고 오니 그나마 안심이 좀 됐다. 아이와 함께 학교의 각종 시설을 확인해보고, 스쿨버스 내리는 곳에서 교실까지 걷는 연습도 해보고, 화장실도 확인해보며 미리 연습하는 것이 아이의 긴장을 줄이는 데 크게 이바지한 것 같았다. 

오늘은 아이의 도시락을 싸고 늘 적어주는 쪽지에 “새 학년 새 학기 파이팅!”이라고 적어본다. 새로운 1년. 아이도 엄마도 파이팅. 나 스스로 되뇌어 본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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