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출산과 애국 사이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출산과 애국 사이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9.09.2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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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기혼 #비혼 #출산 #사회적지위 #성평등 #국회 #인사청문회 #출산율 #애국

결혼하고 아이 낳고 몇 번째 맞이하는 명절인지도 모르겠다. 첫 명절 때 친정에 들렀다가 인사하고 돌아서며 괜히 서러운 마음에 훌쩍거리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명절 준비에도 꽤 손이 익어서 어른들 보시기에 한결 수월해 보인다고. 나는 잘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나도 이제 제법 어엿한 아이 엄마, 한 집안의 며느리다운 모양새를 갖추어 가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처음이라, 잘 몰라서 했던 실수들도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낯설고 힘들었던 일들도 이제는 꽤 편해졌다. '아이를 낳아야 철이 들고 어른이 된다'는 어른들 말씀이 이런 건가도 싶다. 조금 뿌듯하기도, 어쩐지 씁쓸한 마음도 든다. 여성이 가정에서 자리를 잡아갈수록 사회에서 더 멀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철들었구나, 정말 어른이 됐구나'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듣기 위해 내가 포기해야 했던 것들은 생각보다 너무 많은데, 안정적인 자리 하나를 위해 잃어야 했던 것들에 대한 값어치를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아닌지….

아무도 이런 것들을 위로해주지 않는 데다, 특히 '포기'를 견뎌야 하는 이유가 '여자'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점점 답답해진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해?"라고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의 엄마가 그렇게 사니까"… 사회는 또다시 나를 가정으로 밀어 넣을 뿐 시원한 해결책을 주지 않는다.  

얼마 전 미혼인 여성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등장했다. 그때 어떤 국회의원이 그 후보의 결혼 여부와 출산에 대해 언급하며 "본인 출세도 좋지만, (결혼과 출산으로) 국가 발전에도 기여해 달라”라는 발언을 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인 적 있었다. 나는 이미 결혼해 아이를 낳은 엄마지만,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수치스러웠다.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는지 너무 충격적인 이야기라 한동안 그 말에 대해 곱씹었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다. 엄마는 애국의 도구가 아니다. ⓒ베이비뉴스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다. 엄마는 애국의 도구가 아니다. ⓒ베이비뉴스

◇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선택… 엄마는 애국의 도구가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해당 후보자에 대한 이력을 잘 몰라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지만 확실한 것은 그 후보자는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정한 질의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남성만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서야 그런 식의 발언은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예전보다 많이 성 평등한 사회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의 의식은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은 아닐는지.

일부에서는 후보자를 놓고 페미니스트라고도 했지만 그 자체도 성을 구분하고, 굳이 편을 가르는 설득력 없는 주장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본질은 남성이 여성을 비방했다는 것이 아니라 공직자의 임명 여부를 앞두고 굳이 사생활의 영역을 들추어 관련 없는 인신공격을 펼쳤다는 점이다. 그것도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신체적 특수 상황(임신과 출산)을 애국과 결부시키면서 말이다.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것은 전적으로 내가 선택한 나의 삶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것도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 없다. 물론 살아보지 않은 인생이라 선택을 한 것에 대한 만족과 후회를 반복하며 살겠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바라지도 않거니와, 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삶이 아니겠는가! 과연 해당 국회의원과 같은 불쾌한 언행들이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 발언이었을까?

높은 자리에 있는 공직자부터 이런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일이 암울할 뿐이다. 부디 가정에 대한 올바른 이해, 그리고 성에 대한 잘못된 의식부터 하루빨리 변화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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