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잃을 각오로 아빠 육아휴직 밀어붙인 정치인... 우린 왜 없을까?
표 잃을 각오로 아빠 육아휴직 밀어붙인 정치인... 우린 왜 없을까?
  • 김정아 김윤정 기자
  • 승인 2019.09.30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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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 없는 나라, 스웨덴⑤] 스웨덴 사회보험청 니클라스 뢰프그렌(Niklas Löfgren) 가족경제부 대변인 인터뷰

【베이비뉴스 김정아 김윤정 기자】

스웨덴에는 싱글맘이 없다? 전체 아동의 25%가 한부모와 사는 나라 스웨덴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편견과 차별 속에 사는 싱글맘이 없다. 이혼 후에 싱글맘 혹은 싱글대디가 됐다고 하더라도 힘겹게 혼자만 양육 부담을 하지 않는다. 이혼 후에도, 아이는 함께 키우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기까지 스웨덴 정부와 사회는 어떤 제도적 뒷받침을 해줬을까? 직접, 스웨덴 스톡홀롬을 찾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지혜를 얻고 왔다. -기자 말

니클라스 뢰프그렌 스웨덴 사회보험청 가족경제부 대변인.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니클라스 뢰프그렌 스웨덴 사회보험청 가족경제부 대변인.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저도 한부모 가정입니다."

스웨덴에서 사회복지 전반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인 사회보험청(Försäkringskassan) 가족경제부 대변인인 니클라스 뢰프그렌(Niklas Löfgren·이하 니클라스)이 꺼낸 뜻밖의 이야기다. 베이비뉴스 취재진은 지난달 28일, 스웨덴 스톡홀름 헤게르스텐(Hägersten) 지역에 위치한 사회보험청을 찾았다. 스웨덴에서 만난 싱글맘, 싱글대디들 모두 스웨덴의 육아 정책에 특별한 불만 없이 만족한다는 대답을 했던 터라 정부 정책이 어떤 기조를 가지고 시행되는지 무척 궁금하던 차였다.

사회보험청에 도착 후 로비에서 방문증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니클라스 대변인이 직접 로비로 나와 취재진을 맞았다. 한 명 한 명 취재진과 눈을 맞추며 악수를 청한 니클라스 대변인은 예약해 둔 회의실로 취재진을 이끌었다. 어떤 수행 인원도 없이 또, 그 특별한 정책 자료집 하나 없이 맨손(?)으로 취재진을 맞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스웨덴 육아정책,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

스웨덴 사회보험청 전경.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스웨덴 사회보험청 전경.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니클라스 대변인에게 취재진은 먼저, 스웨덴에서 만난 싱글대디, 싱글맘들이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다는 임신·육아 관련 제도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제도 소개에 앞서 니클라스는 "이 모든 제도들은 일과 육아를 동시에 잘 해낼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라는 말을 했다. 이어 니클라스가 제일 먼저 소개한 제도는 임신수당이다. "육체적인 위험에 노출된 일을 하는 임산부에 한해서 직장에서는 대체할 만한 일을 주고 그걸 할 수 없다면 출산 전 두 달은 휴직을 하면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제도예요. 임신수당은 월급의 80%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여성들이 임신으로 인해 직장을 포기하지 않도록 뒷받침해주는 제도인 것이다.

부모 수당 또한 마찬가지다. 스웨덴에서 부모는 아이 한 명당 480일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데, 니클라스는 "엄마와 아빠가 똑같이 240일을 나눠 쓰는 것을 이상적인 것으로 정부에서는 보고 있다"며 "아빠들은 법적으로 3개월을 의무로 육아휴직을 써야 하고 이를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엄마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육아휴직 480일 중 390일은 자기 수익의 80%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최대 금액은 정해져 있다. 나머지 90일은 소득에 상관없이 하루에 180크로나(한화 약 2만 2000원)를 받는다. 소득이 없는 사람 또한 480일 내내 매일 250크로나(한화 약 3만 6000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직 등의 상태에서도 빈곤을 이유로 아이를 시설에 보내거나 입양 보내는 한국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육아휴직 390일간은 월급의 80%를 부모 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 그 이외의 금액은 회사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기도 해요. 노동조합에 가입된 부모라면 노동조합 차원에서 혜택을 주기도 하죠. 저와 같은 정부 기관 종사자는 기본적으로 월급의 90%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스웨덴에서 육아휴직은 12살이 될 때까지 나눠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아이가 태어나고 첫해 한 달을 제외하고는 엄마, 아빠의 동시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스웨덴에서는 390일의 육아휴직을 제외하고도 '임시 부모수당'이라는 제도도 있다. 아이가 아픈 경우 처음 7일은 의사 진단서 없이, 그 이후는 진단서를 첨부하면 월급의 80%까지 보전해주는 제도다.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 한 해 수익, 월세, 자녀 수 등을 고려해 집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 "아동수당을 누구에게나 지급하는 것, 세금 제도에 대한 신뢰의 문제"

1948년 처음 시작된 스웨덴의 아동수당은 만 16세까지 소득에 상관없이 받을 수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948년 처음 시작된 스웨덴의 아동수당은 만 16세까지 소득에 상관없이 받을 수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에서도 비교적 최근 시행되기 시작한 아동수당 제도에 관해 물었다. 우리나라는 2019년 현재 만 7세 미만의 아동이 있는 가정에 정부가 월 10만 원을 아동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니클라스 대변인은 "스웨덴의 아동수당 제도는 1948년 시작됐고, 스웨덴에 거주하고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소득과 관계없이 받을 수 있다"며 "만 16세까지 매달 1250크로나를 엄마, 아빠 계좌로 반반 지급한다"고 말했다. 또한, 만 16세 이후에도 학업을 이어간다면 '학생수당'이라는 이름으로 18살까지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동수당 도입 전,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지급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 부자 혹은 고소득층에게도 아동수당을 주는 것은 예산을 제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니클라스 대변인은 "아동수당을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은 세금 제도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부자도 자신들이 낸 세금에 대한 보전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스웨덴에서의 아동수당은 부모의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동거커플, 한부모 가정 심지어 동성 커플이 입양한 자녀도 받을 수 있다. 

◇ "전체 아동의 25%인 50만 명이 한부모와 사는 나라"

스웨덴 전체 아동의 25%가 한부모 가정의 자녀다. 사진은 취재진이 스웨덴에서 만난 싱글맘 Sara de Hond의 두 딸.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스웨덴 전체 아동의 25%가 한부모 가정의 자녀다. 사진은 취재진이 스웨덴에서 만난 싱글맘 Sara de Hond의 두 딸.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니클라스 대변인과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한부모 가정에 대한 특별한 지원책은 필요가 없어 보였다. 부모라면 누구나,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임신·출산·육아 제도를 누릴 수 있는데, 한부모 가정만을 위한 정책이 과연 있을까. "노르웨이에는 한부모 수당이 있어요. 그렇지만 스웨덴에는 따로 없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이혼한 가정의 경우 부모 중 한 명이 아이를 맡아 키우면 상대방이 양육권을 가진 사람에게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사회보험청에서 양육보조금을 지급해주는 제도는 있다. 사회보험청에서 먼저 양육보조금을 지급하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쪽에 추후 청구하는 방식이다. 양육보조금은 11세까지는 한 달이 1573크로나(한화 약 19만 2900원), 15세까지는 1723크로나(한화 약 21만 1300원), 15~18세는 2073크로나 (25만 4000원)을 사회보험청에서 지급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육비 미이행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자주 떠오르고 있는 만큼 해당 제도에 관한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여성가족부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양육비 지급 미이행률이 67.7%에 달했다. 다시 말해서, 양육비 지급 의무를 진 부모 10명 중 약 7명이 도리를 다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스웨덴의 한부모 가정 비율은 얼마나 될까. "스웨덴의 전체 아동수가 약 200만 명으로 그중 25%인 50만 명이 한부모와 살고 있다"며 "나도 한부모 가정, 즉 싱글대디"라고 니클라스는 뜻밖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부 관계자였다면 처음 만난 취재진에게 자신이 이혼했다거나,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니클라스의 이야기는, 그만큼 스웨덴에서는 한부모 가정이 흔하고 또 그들에 대한 차별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 "아빠 육아휴직, 스웨덴에서도 인기 없어…표 잃을 걸 각오하고 시행한 정책" 

니클라스 대변인은 "아빠가 육아를 하는 것이 당연해진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는 정부의 정책과 함께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니클라스 대변인은 "아빠가 육아를 하는 것이 당연해진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는 정부의 정책과 함께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에서도 역시 아빠 또한 육아휴직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직장 내에서의 불이익이나 소득이 줄어들 것 등을 우려해 실제로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은 엄마에 비해 아직 현저히 적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민간 부문 육아휴직자 5만 3494명 가운데 남성은 1만 1080명으로, 20.7%를 차지했다.

니클라스 대변인은 "사실 스웨덴에서도 아빠 육아휴직 제도가 처음부터 인기를 얻었던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웨덴에서는 1974년 법 개정을 통해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처음 가능해졌는데, 제도가 생긴 후 20여 년간 이 제도를 아빠들이 사용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는 것. 그래서 스웨덴 정부는 1995년 아빠들이 30일간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했고, 2002년에는 60일, 2016년부터는 3개월로 그 기간을 점차 확대했다. 

니클라스는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3개월로 확대 의무화했을 때, 국민의 반발을 많이 샀다. 스웨덴에서도 아직 남성들의 임금이 여성보다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표를 잃을 걸 감수하면서 밀고 나갔다. 지금도 사실 좋아하진 않지만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고 동참하는 분위기"라고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정부에서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늘리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 믿고 정책을 수행했고, 여전히 의무화에 대한 여론이 좋지는 않지만, 의식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스웨덴에서도 엄마가 육아를 전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과거 스웨덴에서도 엄마가 육아를 전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그렇다면, 스웨덴에서도 한때는 엄마가 육아를 전담하는 것이 당연했다는 얘긴데, 언제부터 변화가 일어난 것인지 궁금해졌다. "물론 스웨덴에서도 50년 전에는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을 중시했어요. 이혼을 많이 하지 않고 한 가정 안에 엄마와 아빠가 함께 지내는 것이 당연했죠. 엄마는 집에서 가정주부로, 아빠는 바깥에서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이 일반적이었어요"라고 니클라스 대변인은 전했다. 

니클라스는 "1970년대만 하더라도 남자가 집에서 아이를 본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이런 전통적인 가정의 형태를 반영하듯 스웨덴에서도 50년 전에는 가족 단위로 세금을 매겼어요. 하지만 이제는 개인 당 세금을 부과하는 등 모든 게 개인 중심, 개인을 위한 권리를 위한 것으로 돌아가요. 이러한 변화는 정책과 제도의 변화를 통해 일어났어요"라고 말했다. 사회보험청에서는 1970년대부터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 첫 번째는 근육질의 남성이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장의 포스터에서 시작됐다고.

"1970년 대만 하더라도 남자가 집에서 아이를 본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사회보험청에서는 남자가 육아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했죠. 오히려 아이를 돌보는 남자가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즉, 우리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스웨덴의 이상적인 육아 모습, 그리고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중받는 문화는 올바른 정부 정책과 그를 이끌어 온 정부 관계자들에게서 왔다는 것을 시사하는 말이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사회보험청을 떠나기 전, 니클라스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한국의 출산율은 얼마나 되나요?"라고 물었다. 마침 인터뷰 당일 한국에서 2018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9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있었다. 이 사실을 전하니 니클라스 대변인은 무척 놀라며 "스웨덴의 출산율은 1.89명"이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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