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호 기자】
스웨덴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뭐가 먼저 떠오를까? 세계적인 축구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안전한 차의 대명사 볼보, 홈퍼니싱 브랜드 이케아. 적어도 기자가 생각하는, 스웨덴 하면 떠오르는 건 그 정도였던 것 같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았던 스웨덴에서 지냈던 8박 10일의 취재 기간 동안 새롭게 느끼고 알게 된 복지의 나라 스웨덴에 대해 글과 사진으로 정리해봤다. -기자 말
◇ 육아에서 단독주연을 자처하는 스웨덴 아빠들
현재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0.98, 스웨덴은 우리의 두 배에 육박하는 1.89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출산율이 말해주듯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를 걷다보면 부모님과 함께 나온 수많은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엄마, 아빠와 함께 나온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그 규모나 수가 우리와 비할 바가 되지 않았다. 특히나 조금은 낯선 모습들은 아이들을 혼자 데리고 나온 수많은 아빠들의 주도적인 모습이었다.
“아빠가 육아하는 건 스웨덴에선 당연해요."
거리에서 만난 스웨덴 육아휴직 아빠들이 공통적으로 전한 말이다. 스웨덴의 부모수당은 육아휴직과 함께 월급의 일정금액을 받는 제도로 아이 한 명 당 480일이 육아휴직기간으로 주어지고 480일 중 390일은 수익의 80%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스웨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무려 25%인 반면 한국 남성의 육아 휴직률은 1%대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남성의 육아휴직 가능 기간은 최대 52주로 OECD 주요국 중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남성들의 육아휴직 관련 제도가 국가마다 달라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갖춰진 제도 대비 사용률을 따져보면 한국 남성들은 주요국에 비해 육아휴직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남성이 육아휴직 사용에 부담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육아휴직기간 동안의 소득대체율이 32.8%로 휴직으로 인한 소득감소를 꼽았다.
한국에서도 올해부터 '아빠육아휴직보너스제'로 월 상한액을 250만원으로 인상, 육아휴직 첫 3개월 이후 9개월간의 급여를 통상임금의 50%를 지급하는 등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제도적 노력을 보이고 있으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까지 미흡한 수준이다.
요즘에는 대한민국에서도 아빠들의 육아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육아휴직을 희망하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육아의 엑스트라가 아닌 단독 주연을 꿈꾸는 아빠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따라주지 못하는 제도의 보강과 함께 육아는 엄마만이 아닌 모두가 같이 해야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빠들의 이런 지속적인 관심들이 언젠가는 변화를 이뤄내지 않을까?
◇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는 스웨덴의 사회
8박 10일 동안 취재진의 주요 포커스는 싱글맘, 싱글대디 등 스웨덴의 살고있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의 삶이었다. 전체 아동의 25%가 한부모와 사는 나라 스웨덴, 이곳에선 싱글맘, 싱글대디 등이 우리나라와 같은 편견과 차별 속에 힘겹게 지내지 않는다고 한다. 이혼 후에 싱글맘 혹은 싱글대디가 됐다고 하더라도 혼자만 양육 부담을 하지 않는다. 이혼 후에도, 아이는 함께 키우기 때문이다.
편견과 차별 속에 지내는 대한민국의 싱글맘, 싱글대디에 관해 스웨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길거리 인터뷰를 진행했다.
“왜 그러는지는 알 것 같아요. 가족이라는 가치에서 뭔가 실패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아닐까 해요. 저는 전혀 그런 편견이나 차별적인 생각이 없고, 혼자서 다 해내는 게 그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싱글맘, 싱글대디가 되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해서 이끈 일이 아닌데 어떤 가치와 잣대를 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네요.”
“가족의 단순한 형태를 생각하는 데서 온 시각이란 것은 이해되나 스웨덴은 반대라고 할 수 있어요. 가족의 형태가 오히려 다양해지고 일반적인 가족일 필요가 없죠 엄마나 아빠가 있어야 하는 전통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나온 시각인 것 같아요.”
우리가 만나본 소수의 인터뷰이(interviewee)들이 스웨덴 전체의 생각을 대변하지는 않겠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건, 싱글맘이든 싱글대디든 내가 알고 있던 가족의 형태와는 조금 다를지라도 편견을 갖지 않고 그 변화한 형태의 가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인정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 유모차도 당연한게 모두의 배려를 받으며 버스에 오르는 사회
취재 중 이용했던 스웨덴 버스는 유모차 이용자가 가뿐히 올라갈 수 있는 높이에 출입구가 위치해 있었다. 부모들은 유모차를 끌고 쉽게 버스에 승차하고 다른 승객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를 비켜주거나 스스럼없이 유모차 이용자가 안정적으로 버스 한 자리에 위치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곤 했다. 유모차와 함께 탄 부모의 버스비도 무료다.
우리나라에선 유모차나 휠체어 탑승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 버스들의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저상버스가 올 때까지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저상버스가 오더라도 버스와 버스 승강장 사이의 폭이 넓어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안전하게 승차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몇대 안되는 저상버스에 부모들은 유모차를 버스에 싣느라 쩔쩔매고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다른 승객들의 불평을 감수해야 한다.
유모차를 갖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대한민국에서는 여간 불편함이 많아 기자도 보통 택시를 이용하거나 자동차를 이용하곤 한다. 하지만 스웨덴처럼 어딜 가든 유모차가 배려받는 시스템과 사회 분위기가 돼 있다면 굳이 택시나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사람들은 스웨덴은 아이가 행복한 나라, 복지가 잘 돼 있는 나라, 가난한 사람이 없는 나라 등등으로 쉽게 정리하곤 한다. 하지만 스웨덴도 이런 정책들과 사람들의 인식이 자리 잡기까지는 수많은 충돌과 대립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세계에서 아이가 가장 행복한 나라가 어디인가, 라는 물음을 누군가에게 던지면 '스웨덴' 말고 '대한민국'이라는 대답이 먼저 나오는 그날이 오길 바라본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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