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자에게 ‘돈 벌고 빨리 돌아가라’는 사회
결혼이민자에게 ‘돈 벌고 빨리 돌아가라’는 사회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10.02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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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국건강가정진흥원 3차 가족포럼 개최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1일 서울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 PPS홀에서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주최하는 ‘2019년 제3차 가족포럼’이 열렸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1일 서울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 PPS홀에서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주최하는 ‘2019년 제3차 가족포럼’이 열렸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차별 발언이나 행동을 가하는 사람은 잠깐이지만, 당하는 사람은 반복되는 괴로움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됩니다.”

이케다 마유미 씨는 결혼이민자다. 동대문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기도 한 이케다 씨는 외국인 또는 다문화가정 구성원이 공공장소에서 차별 받은 사례를 털어놨다.

필리핀 결혼이민자에게 ‘돈 벌고 빨리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하거나, 중국 유학생에게 ‘한국어로 말하라’며 지적하거나, 엄마들이 참여하는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 이민자를 누락하는 등의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케다 씨는 한국생활을 하면서 금융기관이나 행정기관에서 차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대출신청 하는 과정에서 서명을 재촉해 내용을 설명해달라고 하니, 직원이 ‘남편에게 설명했으니 남편에게 물어봐라’고 대답했다”는 것. 

이 사례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1일 서울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 PPS홀에서 주최한 ‘2019년 제3차 가족포럼’에서 나왔다. ‘가족다양성, 어떻게 수용하고 인정할 것인가 : 편견해소와 인식개선 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가족을 둘러싼 편견 해소와 인식개선 방향에 대해 연구자와 당사자, 활동가가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에는 이케다 마유미 씨를 비롯, 손혜숙 자용모자복지관 원장, 김지환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의 품' 대표, 책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저자 이수희 씨가 참석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겪는 현실과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김혜영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예전엔 사람과 사람들의 관계를 하나하나 국가가 설정해주지 않았지만 세상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관계맺음도 변한다”며 가족형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자신의 주장이 타인의 삶을 훼손하거나 오해하게 되는 일상을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며 토론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1일 서울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 PPS홀에서 ‘2019년 제3차 가족포럼’을 주최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1일 서울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 PPS홀에서 ‘2019년 제3차 가족포럼’을 주최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 “멸시코드 사용, 단순 지적 효과 없어…맥락적 접근 필요하다”

가족과 관련한 차별적 단어사용은 인터넷상에서 날것으로 드러난다. ‘멸시코드의 탈맥락적 소비 – 쿨함과 패드립의 경계’로 발제를 진행한 김상현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애미없다’는 표현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를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애미없다’는 말은 ‘엄마가 없다’는 뜻으로 한부모 가정을 멸시하는 표현이다. 

김 연구위원은 “디씨(인터넷 커뮤니티 '디씨 인사이드')와 디씨 아류로 대변되는 공간, 익명성이 강제된 공간에서는 대체로 극혐하는 코드가 있다”며 “오프라인 예의범절을 온라인 자아에 덮어씌우는 것을 불편하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애미없다’는 표현은 ‘정해진 원칙을 무시할 정도로 강하다’라는 의미로 비틀어졌지만, 맥락을 무시한 채 단순히 ‘부모가 없다’, ‘편모가정 자녀’라고 낙인찍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비난이 가해진다는 것. 김 연구위원은 “황당한 지점”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자아는 구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김 연구위원은 “(인터넷 유저도) 패드립(패륜적 발언)과 편견 발언은 옳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고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이같은 발언을 하지 않는다”며 “‘이런 말들이 좋지 않다’는 교육적 접근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표현의 맥락을 어원으로 돌리거나 그 맥락으로 쓰지 못하게 하는 등의 맥락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개인 인식 변화에 제도 얹어져야”… 다문화에 55억 예산 쓰는 안산시

같은 지적은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동의했다. 변 연구위원은 “(인식개선사업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과정을 넣는 등 교육제도 안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 연구위원은 미혼모 가족 인식 조사를 수행하며 “사회는 편견이 있다고 바라보지만 나 스스로는 편견이 없는 쪽에 응답을 많이 했다”는 경향을 발견했다는 점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 안에서 개인은 발전했다고 스스로를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바뀌면 인식이 바뀔 물고를 틀 수 있다”며 “(이들 가족을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가 먼저 마련돼준다면 우리 국민 특성상 빠르게 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아울러 국가가 시행하는 가족 통계에 미혼부모와 동거 가족을 조사 범위에 넣을 것을 제안했다. “당사자들이 밝히고 응답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고 그 이유를 덧붙였다.

한편, 편견 해소의 정책적 사례로 안산시가 소개됐다. 안산시는 전체 인구 71만여 명 중 외국인주민은 12%(8만 6697명, 104개국)를 차지한다. ‘다문회의 성지’라고도 부르는 안산은 외국인주민지원본부와 함께 1본부 2과 6담당 24명의 인력, 1년 예산 55억 원을 확보하고 있다.

문숙현 안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안산은 다문화 주민을 긍정적으로 포용하기 위해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당사자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기관을 통해서, 당사자들이 역량을 강화하고 당당해져야 온전한 사회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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