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계모인 왕비의 시기와 질투 속에 궁을 떠나 숲 속으로 도망간 백설공주는 숲 속에서 일곱 난쟁이를 만나 함께 오두막에서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질투심에 휩싸인 왕비는 백설공주를 죽이기 위해 사냥꾼을 숲 속으로 보낸다. 하지만 사냥꾼이 착한 백설공주를 살려주자 왕비는 직접 노파로 변장해 오두막을 찾는다. 사과를 팔러 왔다는 노파의 말에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준 백설공주는 결국 독약이 든 사과를 먹고 쓰러진다.
눈처럼 하얀 피부, 앵두처럼 붉은 입술, 흑단처럼 검은 머리를 가진 백설공주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하지만 백설공주를 읽다 보면 “왜 백설공주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노파에게 ‘왜 그리 쉽게 문을 열어줬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더욱이 왕비가 이미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동화의 미심쩍은 부분에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관계와 연대를 상상하는 사회학 에세이,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의 저자인 박현희 독산고등학교 사회교사는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탁틴내일 탁틴맘 교육장에서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를 주제로 인문강좌를 진행했다.
박 교사는 “우리는 수많은 것에 당연히 ‘그렇다’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데 사회 구조적인 틀 속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연습을 한다면 쓸데없는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래동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읽는 아이들은 당연히 ‘모든 일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자’라는 교훈을 얻는다. 하지만 조금만 비틀어 생각해보면, 상식이 있는 토끼라면 이 게임을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토끼는 거북이를 이긴다고 해도 영광스럽지 않으며 만약 지면 굴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토끼는 도대체 이 기이한 게임을 왜 응했을까?
박 교사는 동화에 나오지 않는 제3자를 거론한다. “내기를 주선해 판돈을 받거나, TV 생중계 광고이익을 얻거나, 책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는 등 이야기 속에서 드러나지 않는 동기를 가지고 경주를 성사시켜야 이익을 챙겼을 3자가 숨어 있을 것이다.”
박 교사는 이어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이 갑자기 만들어진 데에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처럼 그 게임을 둘러싸고 이익을 볼 수 있는 사람, 드러나지 않은 제3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나의 문제가 세상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것, 다시 말해 다른 누군가의 문제도 나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산다면 좀 더 행복해 질 수 있고, 적어도 내 아이가 자라는 세상은 조금은 나아진 세상일 것이다.”
이와 함께 박 교사는 “우리는 뭐든지 열심히, 최선을 다하지만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것인지 성찰이나 반성을 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데 이게 정말 행복을 위한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전족 문화는 사람들이 발이 작아야 미인이라고 생각했기에 당시에는 당연했다. 모든 여자 아이들은 발을 작게 하려고 작은 신발에 자신의 발을 욱여넣어야 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서는 학대일 뿐이다.
박 교사는 “지금 우리가 보면 너무 이상한 것들이 과거에는 당연히 ‘그렇다’로 받아들였다. 마찬가지로 30년 후에 지금 우리를 돌아보면 이상한 것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 백설공주가 낯선 이에게 문을 열어준 이유
우리는 열심히 돈을 모은다. 하루하루 쓰는 돈은 그리 많지 않지만 내일 쓸 돈을 걱정해 돈을 쫒는다. 내일 갑자기 실직을 하든지 아니면 사고를 당하든지 등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몰라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은 혼자라는 생각 때문이다.
여기서 ‘백설공주가 자꾸 문을 열어줬을까’에 대한 시작이 있다. 박 교사는 십여 년 전 지금 중학생인 자녀가 태어났을 때의 생활에 비춰 백설공주가 문을 열어 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박 교사는 아기가 태어날 즈음 이사를 하자 동네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기가 태어나자 휴직계를 내고 집안에만 있자니 왠지 모를 외로움과 답답함이 찾아왔다. 당시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은 전집 판매원이거나 보험설계사뿐이었지만 무척이나 반가웠다. 백설공주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난쟁이들은 광산 노동자들이었다.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 저녁때야 들어왔다. 그러면 백설공주는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숲 속 오두막에서 혼자 집안일을 하면서 난쟁이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난쟁이들은 고된 광산 일로 힘들어서 잠에 든다. 깨어 있다 해도 얘기가 잘 통할 리 없었을 것이다.
박 교사는 “하루 종일 일하다 지쳐서 돌아온 우리 남편들도 오면 자거나, 깨 있어도 대화가 안 통할 때가 많다. 예전에 아이를 키우면 혼자 집에 있을 때 보험 아줌마를 반가이 맞이하는 나를 보면 ‘백설공주가 이래서 문을 열어줬구나!’하며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백설공주가 문을 열어 준 이유는 외로워서이다. 백설공주는 어떤 목적으로 문을 두드리든지 목숨을 걸고 열어줄 각오가 돼 있던 것이다. 그게 설령 독 사과라도 말이다. 백설공주는 관계의 결핍을 소비로 채우는 생활을 했다. 현실에서도 주위 사람들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 충족하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사람이 외롭다.
박 교사는 “우리는 결여된 관계를 돈으로 채우려고 한다. 때문에 우리는 열심히 돈에 목매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배웠어요
이런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