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잘 놀 수 있게, 잘 지켜볼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이 잘 놀 수 있게, 잘 지켜볼 수 있겠습니까?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19.11.1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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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2020년 ‘놀이중심’으로 바뀌는 누리과정 도입을 앞두고 

우리나라는 2020년 본격적으로 유아교육 현장에 놀이중심수업을 도입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진교육 국가로 선망하는 국가 중 하나인 핀란드의 유아교육 현장에서는 이미 놀이중심수업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오늘 핀란드의 교육 제도 중 유아교육, 그중에서도 유치원의 놀이중심수업을 들여다보고 우리나라의 현실에 어떤 부분을 접목할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 아이들을 잘 놀게 하려면 어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라즈 체티(Raj Chetty) 교수는 미국 테네시 주에서 유치원 교육을 받은 유아 1만 2000명을 약 20년간 추적·연구했습니다. 이후 우수한 교사에게 양질의 유아교육을 받은 유아들은 성인이 됐을 때 대학 진학률도 높았고,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었으며, 심지어 저소득층 유아가 중산층으로 계층 이동까지 가능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핀란드 교육의 성공 요인과도 같습니다. 핀란드 교육의 성공 요인으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모두 교사가 강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놀이’라고 하면 어른들은 아이들이 공부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제멋대로 두거나, 아니면 놀이도구를 가지고 친구들과 구조화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똑같은 놀이를 아이들이 수행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해주고, 그 과정을 아이들이 해낼 수 있을 만큼 ‘돕는’ 정도로만 놀이를 생각합니다. 

저는 교사와 학부모들께 핀란드 놀이중심 유치원 수업 영상을 보여주고 우리와 무엇이 다른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어른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상 그 자체가 놀이입니다."

"형식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합니다."

"같은 장소에서 아이들이 다른 놀이를 합니다."

"세 살인데 스스로 옷(스키복)을 입고 영하 17도에서 같이 놀고 있군요."

'잘 노는' 핀란드 아이의 옆에는 좋은 교사가 있습니다. ⓒ베이비뉴스
'잘 노는' 핀란드 아이의 옆에는 좋은 교사가 있습니다. ⓒ베이비뉴스

놀이중심수업을 진행하려면 놀이중심수업의 목적을 우선 잘 살펴봐야 합니다. 

핀란드에서 7살 아이들은 프리스쿨(Pre-School)이라는 반에 들어갑니다. 이 반에서 아이들은 4시간만 놀고, 나머지 시간에는 초등학교에 적응하는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핀란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수학, 핀란드어, 집중력, 인내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을 보는데,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초등학교에 들어갈 수 없답니다. 

마냥 ‘자유’를 주는 것 같은 놀이중심수업에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초등학교 입학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지 않습니까? 입학허가가 나지 않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아이들은 집중력과 인내심을 훈련해야 합니다. 이 훈련에는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학교 교장 등 5명의 전문가가 투입되고 집중력에 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아이들을 훈련합니다. 이 과정에서 ‘치료’라는 말은 쓰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치료’라는 말을 좀 무분별하게 쓰는데 말이에요. 

◇ 핀란드 아이들은 놀면서 자율성, 책임감, 관계를 배웁니다 

집중력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 핀란드의 한 유치원 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에게도 유익하고 교사에게도 유익합니다.”

또한, 집중력이란 아이에게 ‘공부하고 싶다’는 동기가 부여돼있다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한 공부, 놀이처럼 재미있는 공부로 책임감, 자율성, 상호작용을 통한 관계성 등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집중력과 끈기가 높아지는데, 유치원의 놀이수업 과정에서 모든 것을 놀이처럼 하다 보니 아이들은 느리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기어코 해내고, 또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도 배웁니다. 여기에는 부모가 개입해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시키는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인가요. 핀란드에서는 두 살 아이가 “나 혼자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을 때, 도와달라고 하기 전까지 어른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고 합니다. 결국, 자기주도성은 두 살 때부터 시작한다는 말이겠지요. 

영하 17도의 추위에도 3~7살 아이들은 스스로 두꺼운 옷을 챙겨 입고 나가 놉니다. 그렇게 3시간도 놉니다. 교사와 원장선생님은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다가 다친 아이가 있거나 실내에서 놀길 원하는 아이들을 돌볼 뿐입니다. 다친 아이들도 큰 상처가 아니라면 금방 놀이터로 돌아갑니다. 놀이시간이 끝난 후 옷에 묻은 눈을 터는 일, 당연히 아이 혼자 합니다. 3살 아이도 혼자 합니다. 두꺼운 외투와 젖은 옷과 양말을 건조대에 거는 일도 당연히 아이들의 몫입니다. 

핀란드 아이들은 놀면서 자율성, 책임감, 관계를 배우고 집중력을 키웁니다. ⓒ베이비뉴스
핀란드 아이들은 놀면서 자율성, 책임감, 관계를 배우고 집중력을 키웁니다. ⓒ베이비뉴스

◇ '구조화 한 무형식'으로 아이들 교육하는 핀란드, 우리도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일들은 어른들이 해주면 당연히 빠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자율성과 책임감은 길러줄 수 없다는 것을 교사들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천천히, 혼자서 끝까지 해내는 것은 일상적이고도 중요한 집중력 훈련에 해당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과제를 수행하는 것도 스스로 해내고, 제 일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적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유아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누가 더 선생님께 ‘특혜’를 받았는가, 누가 더 선생님께 칭찬을 많이 받았는가를 이유로 비롯되곤 합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에 부모가 개입하고, 아이들의 행동을 교사나 부모가 판단합니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주세요”라는 요구도 많죠. 교사의 자율성도 매우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핀란드처럼 교육내용이 크게 구조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이런 자율성을 체화하려면 교사의 자율성과 능력이 필요합니다. 

핀란드에서 놀이중심수업은 이런 의미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놀이중심수업’이라는 말이 필요 없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끈기 있게 무엇인가를 스스로 해내고, 배우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칭찬으로 움직이는 아이들이 아니라, 제 일을 수행하는 것이 매우 당연한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바로 집중력을 가진 아이들입니다. 

무(無)형식이지만, 일생을 가는 태도를 형성하도록 도와주는, 매우 커다란 틀로 구조화된 교육 속에서 책임감, 자율성, 관계성, 표현력, 집중력, 인내심을 배우게 하는 핀란드의 유아교육. 우리가 도입해서 적용해야 할 것 아닐까요?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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