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책 읽기 즐겁게 만드는 ‘정답 없는 질문’ 
아이의 책 읽기 즐겁게 만드는 ‘정답 없는 질문’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19.11.21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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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책으로 '잘 노는' 법

아이들은 이 세상에 선물로 오기 전, 천국에서 경험한 것들을 많이 저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생각을 들을 때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지 놀랄 때가 많거든요. 

아이들 속에 깊이 들어 있는 생각을 잘 꺼내려면, 어른들이 질문을 잘해주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기다림’이라는 느린 박자가 필요합니다. 책 한 권을 읽어도 정답을 요구하는 부모에게 아이들은 예상을 벗어나는 그들만의 답으로 부모인 우리에게 신선한 ‘선물’을 주곤 합니다.

질문을 잘하는 법을 배우는 중인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그 어머니는 아이들과 「눈물바다」라는 책을 같이 읽고 “사람은 언제 눈물이 날까?”라는, 그야말로 뻔한 질문을 했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답이 이 어머니를 놀라게 했대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울면서 태어나기 때문에 안 울어본 사람이 없어요.”

그리고 눈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만들어 보기로 했는데, 아이가 이런 표현을 했다네요. 

“눈물은 눈의 청소부. 나는 결심했다. 울기로.”

엄마는 아이의 이야기를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답니다. 엄마는 아이가 “나는 결심했다. 울지 않기로”라고 끝맺음할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이렇게 어른이 잘 질문 해주고, 아이의 답을 잘 들어주면 아이들의 머릿속에서는 생각들이 불꽃처럼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지지요. 자신만의 이야기가 제 속에서 샘처럼 솟으니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일이 재미있을 수밖에요. 책을 읽는 것이 즉 노는 일이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책으로 ‘잘 노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에 집중할 줄 알게 되고 스스로 신선한 자극을 계속 받게 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제 속에 내재한 힘과 생각을 키웁니다. ⓒ베이비뉴스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제 속에 내재한 힘과 생각을 키웁니다. ⓒ베이비뉴스

◇ 어른이 좋은 질문 던질 때, 아이들은 더 잘 배웁니다 

우리가 배운 지식과 방법대로 가르치면 재미가 없습니다. 그건 이미 답이 정해진 것이거든요. 우리도 그랬습니다. 답이 정해진 질문에 누군가 대답하고 나면 나는 더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더는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정해진 답을 요구하는 질문도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공부를 아이들의 생각만으로 끌고 갈 수도 없습니다. 즉, 균형과 조화를 갖춘 질문이 필요합니다.

며칠 전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김미혜 선생님을 만나서 강의를 듣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인기 작가인 김미혜 선생님은 마음이 참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역시 창작은 질문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창작의 전제 조건은 ‘사랑’이었습니다. 

김미혜 작가님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라는 전래동화를 쓰셨는데요. 책에서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침착하고 당당하고 지혜롭고 용기 있게 호랑이에게서 벗어날 것인가?”

“나약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될 것인가? 행운으로 위기에서 탈출할 것인가?”

그리고 김 작가님은 이런 차원의 질문에서 다시 새로운 질문을 하셨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어디로 갔을까?”

“악행을 저지른 호랑이는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그 질문을 토대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입니다. 김미혜 작가님은 이미 구전돼온 전래동화를 다시 쓰고, 그 작품에 질문하고, 그 질문을 토대로 또 다른 작품을 만드는 끊임없는 창의력을 보여줬습니다. 이 창작의 모티브는 바로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아이들에게 내재한 힘을 끌어올려 주고 싶었던 작가의 ‘사랑’도 더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좋은 질문을 할 때 더 잘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전래동화는 부모가 이야기하는 식으로 들려주면 아이들의 상상력을 한층 자극한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혼자 상상하는 그 ‘짜릿한 기억’ 우리 모두가 갖고 있지 않습니까?

아이들이 이야기를 듣는 재미와 묘미를 잃지 않도록 부모의 역할은 언제나 중요합니다. 책을 많이 읽기보다 한 권의 좋은 책을 재미나게 읽는 방법, 질문과 창의가 함께 한다면 아이들은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내재한 에너지를 끌어내는, 부모의 진정한 사랑이 함께하는 책 읽기를 권해봅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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