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부모의 ‘사소한 거짓말’ 
아이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부모의 ‘사소한 거짓말’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19.11.1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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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정직한 소통’이 부모-자녀 간 신뢰를 만듭니다 

아이 버릇을 잡아보려고 최소한 한 번쯤은 아이에게 이런 거짓말, 해본 부모 많을 것이다.

“말 안 들으면 경찰 아저씨가 잡으러 온다.”

“말 안 들으면 너 두고 그냥 간다.”

“너 거기 가면(위험한 곳) 호랑이가 잡아먹는다.”

부모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뱉은 말, 그래서 그저 사소한 거짓말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아이는 어른의 사소한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두 기억한다. 아이는 어른과는 달리 그런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고, 경험 또한 다양하지 않아 신경 쓸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거짓말을 많이 했다면, 그 아이 또한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 연구진이 연구한 결과,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거짓말을 많이 들은 청소년일수록 부모에게 더 많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결과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부모의 부정직한 언행은 결국 아이의 부정직함을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부모의 거짓말은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소한 거짓말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너 사탕 가져갔어?", "아니 안 가져갔는데?"... 부모의 사소한 거짓말이 아이를 거짓말쟁이로 키웁니다. ⓒ베이비뉴스
"너 사탕 가져갔어?", "아니 안 가져갔는데?"... 부모의 사소한 거짓말이 아이를 거짓말쟁이로 키웁니다. ⓒ베이비뉴스

◇ 부모의 거짓말은 아이에게 타인에 대한 불신과 불안 만드는 '독' 

어떤 상황에서 거짓말은 즉각적인 효과를 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에게 “이건 다음에 사줄게”라고 말하며 상황을 모면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상황에서 부모는 자신이 한 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수 있지만 아이는 그 말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그래서 부모가 한 "다음에 사줄게"라는 말을 지키지 않는다면 아이는 무시당한 기분을 느끼고, ‘부모의 말은 거짓’이라는 불신이 생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부모가 그 어떤 말을 하더라도 아이는 믿지 못하고 불안해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는 부모뿐 아니라 타인을 믿지 못하는 아이로 성장하고, 약속이나 신용에 대한 개념이 생기지 않아 보다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는 선의의 거짓말”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거짓말에 익숙해져 진실하지 못한 행실이 일상이 되어버린다면 아이 또한 그것을 그대로 따라 배우기도 한다. 

정직함은 갈등을 만들어내고, 부정직함으로 갈등을 쉽게 모면할 수 있음을 배우는 것이다. 만약 엄마가 “너 이 장난감 어디서 났어? 비슷한 장난감 아빠한테 사달라고 하지 말랬지?”라고 말한 상황에서, 아이는 엄마의 기분을 언짢게 하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처럼 느낀다. 그래서 아이는 “유치원에서 친구가 줬어요”라는 거짓말로 대응할 수 있다.

이렇게 부모의 거짓말은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당장 아이를 다루기 힘들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않아야 하며, 아이와 하는 약속은 부모가 지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엄마, 언제 와?”라고 묻는 아이에게 “지금 빨리 갈게”라고 말하기보다는 “오늘은 엄마가 일이 많아서 조금 늦을 것 같아. 대신에 7시까지는 꼭 갈게”라고 말하자. 

“지금 빨리 갈게!”라고 해놓고 빨리 오지 않는 엄마에게 아이는 불신이 생길 뿐만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안이 남는다. 따라서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킬 수 있는 말로 아이와 소통해야 한다.

이렇게라도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면, 정말 ‘사소한 거짓말’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약 내 아이가 어른이라도 내가 이렇게 거짓말을 할 것인가?’

혹시 내 아이가 ‘뭘 잘 모른다’고 생각해서 거짓말을 해왔다면, 위와 같은 생각으로 아이에게 정직하게 다가가자. 

그리고 지금까지 아이에게 무심코 해온 거짓말 때문에 아이가 부모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표현하자.

“그동안 엄마가 무책임하게 말만 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일이 많았지? 말한 것은 꼭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많이 미안해. 앞으로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고, 말한 것은 꼭 지키려고 노력할게.”

거짓말은 아이의 마음을 조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거짓말은 부모-자녀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무너트린다. 그러니 부모는 아이와 더 솔직하게 소통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KBS, MBC 등 방송국에서 10여 년 동안 MC 및 리포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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