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7.5명 자살사망자,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하루 37.5명 자살사망자,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11.18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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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찾아가요! 초대해요! 2019 세계 자살유가족의 날’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16일 오후 3시 서울시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찾아가요! 초대해요! 2019 세계 자살유가족의 날' 행사가 열렸다. 김동완 기자 ⓒ베이비뉴스
16일 오후 3시 서울시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찾아가요! 초대해요! 2019 세계 자살유가족의 날' 행사가 열렸다. 김동완 기자 ⓒ베이비뉴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해도 괜찮아!”

“우리 부끄러워하지 말고 떳떳하게 행복하게 살자.”

“유가족은 신인류의 다른 종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좀 달라졌으면 해요.”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에 대한 자살유가족들의 외침이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가족을 잃고 고통의 늪, 사회적 오해, 편견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세계 자살유가족의 날을 맞아 자살유가족 당사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최하는 행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개최됐다.

지난 16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찾아가요! 초대해요! 2019 세계 자살유가족의 날’ 행사가 열렸다. 이날 ‘자살유가족X따뜻한 친구들(이하 따친들)’이 직접 행사를 주최하고 생명존중시민회의가 공간과 다과를 후원했다.

세계 자살유가족의 날은 1999년 부친을 자살로 잃은 미국 상원의원 해리 레이드에 의해 처음 만들어져 매년 11월 셋째 주 토욜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후 영국,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자살유가족을 위로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가족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한 ‘세계 자살유가족의 날’ 행사가 열렸다. 김혜정 자살유가족과따뜻한친구들 대표가 행정안전부에서 진행한 ‘국민해결 2018’ 소셜리빙랩 아이디어 제안으로 시작된 것.

김 대표는 자살유가족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자살유가족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조서클(모임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공모에 선정돼 6개월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지난해 자조서클에서는 ‘우리들의 다락방’, ‘애도 프로세스’, ‘공동체 대화’, ‘세계 자살유가족의 날’ 등을 진행한 바 있다.

◇ “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지원이 필요하다”

박인주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대표는 자살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인식 변화와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완 기자 ⓒ베이비뉴스
박인주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대표는 자살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인식 변화와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완 기자 ⓒ베이비뉴스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2019년에도 김 대표는 ‘따친들’과 매월 유가족 자조서클을 이어왔다. 지난 8~9월에는 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정서안전과 연결의 대화’ 워크숍을 운영하기도 했다.

김혜정 대표는 이날 여는 말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자살유가족과 자살로 떠난 사람에 대한 편견과 오해, 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따친들’팀을 결성했다. 우리가 비록 누군가를 잃고 고통을 겪은 적이 있지만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면서 존중하는 마음으로 온 세상을 함께 따뜻하게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김혜정 자살유가족과따뜻한친구들 대표의 여는 말 ▲박인주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대표의 인사 말씀 ▲‘오래된 기도’ 시 낭송 ▲자살유가족 이야기 ▲클래식 기타 공연 ▲일본 유가족들의 경험 소개 ▲서클댄스 ▲외침문장 ▲악수·허그로 진행됐다. 

중앙자살예방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자살사망자 수는 만 3670명, 하루 평균 자살사망자 수는 37.5명이다. 자살사망자 1명당 유가족을 6명으로 보면, 한해 8만 명 이상이 유가족. 실제로 자살유가족들은 일반인보다 자살 위험이 8배, 우울증에 시달릴 확률이 7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살유가족의 자살 예방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메르스 희생자 총 38명, 하루 평균 자살사망자 수 37.5명과 비교해 자살예방에, 감염병 메르스처럼 국가가 예방대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인주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아프면 아프다고,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럽다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이 필요하다고 얘기해야 한다”면서 “(자살에 대한) 개인적 차원에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고,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상임대표는 “자살유가족을 보는 시각이 그동안 편견과 오해, 사회적 낙인 등 잘못된 문화와 분위기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생명국가주의라는 관점에서 국회, 정부 등 국가가 자살유가족에 대한 예산을 늘리고 지원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가족자조서클 지속적인 유지 필요해”

서클댄스 모습. 이날 모인 자살유가족과 따뜻한 친구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둥근 원을 그리면서 겹겹이 쌓여 그 안의 따뜻한 온기를 나눴다. 김동완 기자 ⓒ베이비뉴스
서클댄스 모습. 이날 모인 자살유가족과 따뜻한 친구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둥근 원을 그리면서 겹겹이 쌓여 그 안의 따뜻한 온기를 나눴다. 김동완 기자 ⓒ베이비뉴스

특히 자녀를 키우는 유가족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과 정서적 위험 등 복합적 심리적 재난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아 관심과 배려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유가족들이 지역사회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사회적 서비스는 거의 없는 실정.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일본의 자살유가족들은 자살이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했다며 그 과정을 소개했다. 

▲2000년 자살 유가족 미팅 시작 ▲2001년 유자녀, 총리 만나 자살대책의 필요성 호소 ▲2002년 10월 1일 ‘자살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출판 ▲2004년 10월 NPO 법인 라이프링크 발족, ‘새로운 연계가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낸다’는 모토로 자살대책의 연결자 역할을 표방하며 일본 자살 종합대책을 이끌었다.

임 공동대표는 “자살예방활동과 유족 지원을 위해 노력하는 민간단체 라이프링크가 보다 실효성 있는 정부의 종합적인 자살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자살대책법제화, 3만 명 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해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이 제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계 자살유가족의 날 행사는 무겁고 엄숙했지만 따뜻했다. 유가족들은 편견과 죄책감으로부터 억눌러져 있던 감정을 드러내며 같은 경험을 가진 동료들과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시 낭송 중에, 다른 자살유가족 사연을 듣는 중에, 손을 맞잡고 둥근 원을 만들어 돌면서 서클댄스를 하는 중에 소리 내 울기도 했고 서로 보듬어주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50여 명의 유가족들과 그들의 이웃, 친구 동료들이 참여해 서로를 위로하고 따뜻한 연대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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