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놀이터에 낯선 원복을 입고 낯선 가방을 멘 아이들이 늘었다. 이전에는 보지 못한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은 대부분 남자아이이었는데, 나 역시 아들 키우는 엄마인 데다 유치원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터라, 그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이 어디인지 궁금해졌다.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은 작년에 문을 연 ‘숲 유치원’이라고 했다. 사실 내게 숲 유치원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면 주변에 숲 유치원은 꽤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가 사회적인 문제로 심각하게 거론되면서 숲 유치원들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어떤 유치원은 ‘OO 숲 유치원’이었는데, 숲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 다시 일반 유치원으로 개원하기도 했다. 나 또한 아이 호흡기가 예민한 편이라 숲 유치원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학부모의 의견을 들으니 생각이 또 달라졌다. 아무리 미세먼지가 나쁘다 한들, 한창 뛰어놀 나이의 아이들을 계속해서 실내에만 있게 둘 수는 없을뿐더러, 산에서 나오는 좋은 공기와 천연 물질들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미세먼지를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을 만들어 준다는 의견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즐겁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놀 수 있게 해주자’는 교육 철학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 좋은 공기와 열린 환경에 솔깃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많은 '숲 유치원'
숲 유치원은 산이 많은 북유럽 국가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숲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특히 숲 유치원이 유명한 나라는 독일과 덴마크라고. 두 나라 모두 친환경, 그리고 자연과 여유를 즐길 줄 아는 국민성이 유명하다.
숲 유치원은 이론만 들으면 참 솔깃하다. 비싼 원비에, 딱 마음에 드는 유치원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어쩌면 숲 유치원은 나에게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이렇게 열린 교육 공간은 가뜩이나 활동적인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할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다른 의문과 걱정이 앞선다.
가장 큰 걱정은 안전과 위생에 관한 부분이다. 어떤 숲을 얼마만큼, 어떤 방식으로 다녀오고, 무엇을 배우는지 커리큘럼이 일정하지 않아 모든 유치원에 따로 문의하거나, 설명회를 듣고 알아봐야 한다. 내가 관심을 가졌던 숲 유치원은 숲과 유치원이 연결돼있지 않아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북유럽식 숲 유치원, 그들의 교육 방식은 ‘자율성’에 초점을 맞춰 아이가 스스로 찾아내고 배우는 힘을 기를 수 있게 유도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숲 유치원도 주로 지켜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물론 유치원마다 방식의 차이는 있다), 우리나라의 숲 환경이 이미 수년간 숲 교육을 진행해 온 외국의 숲보다 과연 안전할지 의문이 든다.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인근 숲 놀이터에 다녀온 적 있었는데, 전날 누군가 버리고 간 술병과 담배꽁초 같은 쓰레기들이 그대로 널브러져 있었다. 게다가, 만약 숲에서 사고가 난다면? 숲은 원칙적으로 아이를 위한 안전지대가 아니다 보니 CCTV 확인도 어려울 수 있다.
또, 유치원은 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 단계의 교육을 받는 곳이다 보니, 숲 유치원은 일반 초등학교와 괴리가 클 것 같다는 우려도 든다. 초등학교 대신 대안학교를 보낼 것이 아니라면, 한국에서 태어난 이상, 한국의 교육 현실과 비슷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기 때문이다.
숲 유치원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바로 “이거다!”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다른 유치원보다 원비가 저렴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체험 활동비가 추가돼 일반 사립 유치원보다 더 비싼 숲 유치원도 있다.
부모로서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유치원이 늘어나는 것은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런 다양한 유아 교육 시설이 우리의 교육 환경과 잘 맞물려 아이들의 개성과 특성을 살리는 일에 긍정적인 수단으로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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