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브라질 주재원으로 발령을 받아 브라질에 가서 살 준비를 하던 때의 일이다. 그때 나는 먼저 브라질에서 살고 있던 친구에게 몇 가지 물어보려고 연락을 했다. 친구는 브라질에서 아이를 가졌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친구는 내게 “아이는 언제 가질 거야?”라고 물어봤고, 나는 브라질에서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친구는 내게 “육아용품은 한국에서 미리 꼭 사 와. 브라질은 너무 비싸”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아이, 그리고 노력한다고 해서 언제 생길지도 모르는 아이의 용품을 미리 사는 게 마음에 걸려 친구의 말을 흘려들었다. 육아용품이 비싸 봤자 얼마나 비싼가 하는 마음도 막연히 있었다.
그리고 나는 브라질에서 아이를 가졌고, 아이 용품을 준비하다가 친구의 말을 흘려들은 것을 너무나 후회했다.
다행히 기저귀, 분유 같은 필수 육아용품은 한국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비싸 봐야 몇천 원 차이가 나는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육아용품은 단돈 몇천 원 더 비싼 수준이 아니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예시는 한국과 브라질 두 곳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선택해봤다. 환율은 1헤알(BRL)에 300원이라 가정하겠다. 참고로 2019년 11월 27일 기준 환율은 1헤알에 277.68원이다.
유모차를 먼저 살펴보자. 치코 브랜드의 절충형 유모차 라이트웨이 모델은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약 9만 원 정도에 살 수 있다. 그렇다면 브라질은 어떨까? 난 가격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브라질에서 치코 유모차 라이트웨이의 가격은 899헤알. 한화로 26만 9700원. 같은 모델인데 한국보다 세 배나 더 비쌌다.
엄마들이 많이 쓰는 바운서, 그중 피셔프라이스 인펀트 투 토들러 락커 바운서로 비교해봤다. 해당 모델은 한국에서 약 5만 원이면 살 수 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약 530헤알. 한화로 약 15만 9000원이다. 역시 한국보다 세 배 정도 비싸다. 그나마 요새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라 세일해서 할부 없이 일시불이나 현금으로 살 경우 330헤알에 살 수 있는데, 그것도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9만 9000원. 세일을 했는데도 한국보다 두 배나 비싸다.
장난감값도 만만찮다. 한국과 브라질에서 동시에 인기 있는 만화 ‘슈퍼윙스’ 장난감으로 비교해 보겠다. 한국에서 로봇슈트 호기는 1만 5000~2만 원이면 살 수 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약 200헤알. 한화로 6만 원 정도 한다. 이 또한 한국보다 세 배나 비싼 금액이다.
처음부터 브라질에서 살았으면 모를까, 브라질의 육아용품이나 아이들 장난감 가격을 한국과 비교하다 보니 선뜻 물건을 사기가 어렵다. 한국은 브라질보다 육아용품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대여해주는 곳도 많다지만, 브라질에서는 대여해주는 곳을 찾기 어렵다. 다 사거나 물려받는 수밖에 없다.
혹시 나처럼 브라질에서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거나, 어린아이와 함께 살아야 하는 부모가 있다면 필요한 아이 용품은 반드시 미리 사 오길 권하는 바다.
*칼럼니스트 황혜리는 한국외대 포르투갈(브라질)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브라질에서 한 살 아들을 기르고 있는 엄마입니다. 브라질에서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이 문화들을 한국과 비교하고 소개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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