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등하굣길 위험요소 1순위, '뻔뻔한 어른들'
어린이 등하굣길 위험요소 1순위, '뻔뻔한 어른들'
  • 칼럼니스트 전용완
  • 승인 2019.12.1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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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통안전과 카시트 이야기] 신호위반·불법주차·보행자 위협… 스쿨존 운행기

나는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아이의 등교와 아직 유치원생인 두 아이의 등원은 제 몫입니다. 아이들 하교·하원은 오후에 아이 엄마가 맡습니다. 

아이 셋을 아침마다 자동차 카시트에 태우고 도로로 나서는 순간부터 전쟁이 시작됩니다. 도로의 자동차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법을 어기는 자동차를 피해 내달립니다. 

나는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어떤 교통법규를 위반했는지, 그래서 아이들이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우리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 가족이 도로에서 겪은 일을 시간별로 정리해봤습니다.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 길 건너는 어린이 기다리니 뒤에서 '빵빵'… 교통약자 보호구역 위반도 '떳떳' 

▲아침 8시 40분. 첫째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가는 길.

첫 번째 교차로 우회전을 만납니다. 우회전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린이를 기다립니다. 10초 정도 지났을까요, 뒤에 선 차들이 ‘빵빵’하고 경적을 울립니다. 그리고 곧 한 차량이 제 차를 앞서 우회전을 시도합니다. 길을 건너던 아이들은 뛰기 시작했고, 그 차량은 아이들 틈으로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지나갑니다.

[도로교통법 제25조] 교차로 통행방법 : 운전자는 우회전할 경우 우측 끝 차선에서 서행해야 하며 보행자와 자전거에 주의해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27조] 보행자의 보호 :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아야 한다. 

▲아침 8시 45분. 초등학교 앞.

초등학교 옆 골목길에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차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여기에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작은 횡단보도가 있습니다. 도로 폭이 좁아서인지 보행 신호등이 없고, 아이들은 수시로 길을 건넙니다. 좌회전 신호 점등과 동시에 차들이 ‘빵빵’거리기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건너는 아이와 좌회전 신호 중에 정지한 차량이 대치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꾸중 섞인 고함을 듣고 도망칩니다.

[도로교통법 제27조] 보행자의 보호 

▲아침 8시 55분. 유치원으로 향하는 길.

유치원 도착 전 이면도로 약 300m가량 학부모들의 차량 수십 대가 늘어서 있습니다. 길가에 정차가 아닌 주차된 차량에서 학부모와 어린이가 손을 잡고 나와 유치원까지 걸어갑니다. 주차된 자동차 사이로 부모의 손을 잡고 ‘행복하게’ 무단횡단 하는 어린이들이 툭툭 튀어나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별표10] 교통약자 보호구역 주정차

[도로교통법 제10조] 도로의 횡단

◇ 승하차 중인 통학버스 뒤에서 '빵빵'거리는 차들… '노란버스'도 위험천만 

▲오후 1시 30분. 유치원 가는 길.

아이들을 태우고 이동하는 노란버스를 만났습니다. 학부모와 선생님이 인사를 하고 아이들 하차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노란버스 뒤에 선 저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버스의 왼편에는 ‘정지’ 표지판이 나와 있습니다. 10초 정도 지났을까요, 뒤에서 차들이 ‘빵빵’거리기 시작합니다.

[도로교통법 제51조] 어린이 통학버스 특별보호법 : 어린이 통학버스가 도로에 정차하여 어린이나 영유아가 타고 내리는 중임을 표시하는 점멸등 등의 장치를 작동 중일 때에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정차한 차로와 그 차로의 바로 옆 차로로 통행하는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 통학버스에 이르기 전에 일시 정지하여 안전을 확인한 후 서행하여야 한다.

▲오후 1시 45분. 유치원 앞.

유치원 근처 도로 약 500m가량에 노란색 어린이 통학버스와 학부모의 차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차량 사이로 학부모와 어린이가 튀어나오는 것이 5초에 한 번꼴로 보입니다. 유치원 옆에는 거대한 무료 공영주차장이 세 곳이나 있습니다. 공영주차장 자리는 반절 이상 비어 있습니다. 저는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주차를 마치고 유치원으로 갑니다. 저는 주차장까지 걸어가야 하지만, 유치원 앞 도로에 주차한 학부모들은 저보다 빠르게 아이들을 챙겨 떠나가고 있습니다. 이미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일까, 이 차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들을 위협하며 빠르게 큰길로 빠져나갔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별표10] 교통약자 보호구역 주정차

[도로교통법 제27조] 보행자의 보호

▲오후 2시. 초등학교 앞.

수십 대의 어린이 통학버스가 길가에서 대기 중입니다. 학원 선생님들은 인도 쪽 바리케이드를 지나 차도로 아이들을 인솔해 승차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차량도 ‘정지’ 표지판은 물론이고 점멸등조차 켜지 않았습니다. 길가에 선 버스에 아이들이 올라타고, 그 옆으로 차들이 쌩쌩 지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별표10] 교통약자 보호구역 주정차

[도로교통법 53조]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 및 운영자 등의 의무

▲오후 2시 05분. 아파트 정문 앞.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 중인 우리 첫째 아이를 만났습니다. 반대편 아파트에서 나온 어린이 통학버스가 우리 아파트를 향해 달려옵니다. 아이들이 길을 건너고 있는데, 버스는 경적을 울리며 보행 중인 아이들의 코앞까지 내달린 후에야 정지합니다.

아이들은 놀라 흩어집니다. 그 자리에 멈춰버린 아이도 있습니다. 우리 첫째는 그냥 달려가 버렸습니다. 화가 난 운전기사는 경적을 울린 채 가속페달을 밟아 자리를 떠났습니다.

[도로교통법 제27조] 보행자의 보호

아이들을 자동차에 태우고 도로로 나서는 순간부터 전쟁이 시작됩니다. ⓒ베이비뉴스
아이들을 자동차에 태우고 도로로 나서는 순간부터 전쟁이 시작됩니다. ⓒ베이비뉴스

◇ 아이들 안전을 위해서 '융통성 없는 운전자' 되기로 했다 

▲오후 8시. 드디어, 우리 집.

우리 가족은 저녁에 오늘 등하교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우리가 잘못한 것은 무엇인지, 위험요소와 아쉬운 점들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논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미리 준비해서 일찍 나가면 걸음걸이가 바빠질 필요가 없고, 차량 정체 시간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는 것을 주문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집도 스쿨 존(School Zone,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 위치하고, 아이도 셋이기 때문에 언제나 여유 있는 운전을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서행하는 것은 물론, 위험요소 앞에서는 습관적으로 일시 정지하기로 했습니다. 융통성 없는 운전자라는 비난은 그냥 달게 받기로 하고, 아이들 보호를 택했습니다.

유치원과 학교 앞 불법 주정차 문제는 오지랖이란 생각이 좀 들어도 우리 지역 경찰청, 시청, 교육청에 지속해서 민원을 넣기로 했습니다. 특정 기관에만 민원을 제기하면 서로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할 것 같아 동시에 넣고 기관들끼리 연계해 논의라도 좀 하라고 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해보시겠습니까?

*칼럼니스트 전용완은 자동차 회사의 홍보 담당자로 자동차와 함께 살았다. 아이가 셋이라 다른 아빠들보다 어린이 교통안전 문제와 카시트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게 됐고, 카시트에 대한 정보를 블로그에 올리다 혼자 보는 것이 아까워 네이버 카페 ’아이와차‘를 개설해 어린이 교통안전과 카시트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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