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 원장과 상담 중에 퇴사 의사를 밝히자, 원장이 “너 이력서랑 교사 자료들 다른 원장들한테 다 보여주면서 너는 뽑지 말라고 할 거야”라고 협박했다. 실제 재취업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그 원장이 제가 하지도 않은 행동에 대해 소문을 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천시 민간어린이집 보육교사 A 씨)
# 원장이 국공립어린이집 개원 준비과정에서 횡령한다는 위탁업체의 제보로 구청의 감사가 들어왔다. 감사 과정에서 원장은 누가 제보했는지 알아보다 위탁업체 이사가 주임교사인 제가 이야기했다는 말을 흘렸다. 원장은 제게 시말서를 쓰라고 했고 쓰지 않겠다고 하자 교실에서 못 나오도록 감금시켰다.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 주임교사 B 씨)
보육교사가 원장으로부터 당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다. 보육교사 2명 중 1명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고, 경험한 10명 중 6명이 괴롭힘 가해자로 ‘원장, 이사장 등 어린이집 대표’를 지목했다.
이는 공공운수노조와 직장갑질119(어린이집갑질근절 보육교사 모임)가 가입자 대상으로 2019년 12월 18일부터 24일까지 7일간 실시한 설문조사에 891명 보육교사가 참여한 결과다.
설문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57.3%로 나타났다. 괴롭힘 경험을 응답한 응답자 70.9%가 심각하다고 응답(매우 심각하다 19.6%, 심각한 편이다 51.3%)했다. 괴롭힘의 가해자는 원장 또는 이사장 등 어린이집 대표인 경우가 60.7%인 것으로 조사됐다.
괴롭힘을 당한 보육교사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괴롭힘 대처는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 50.9%와 퇴사 29.2%로 나타났다.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응답한 응답자의 이유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73.0% 답했다.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응답한 비율은 38.3%.
◇ 보육교사, 원장 괴롭힘에 ‘참거나 모르는 척’ 50.9%, 퇴사 29.2%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괴롭힘이 줄었다’는 응답은 22.2%(매우 많이 줄어들었다 5.4%, 조금 줄어들었다 16.8%)로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을 ‘모르고 있다’는 응답은 55.3%. 법 시행 후 ‘폭언이 줄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변화가 없다’가 79.8%(거의 변화가 없다 46.1%, 전혀 변화가 없다 33.8%)였고, 법 시행 후 ‘예방조치가 취해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8.3%가 ‘어떠한 예방조치도 취해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조사에 응한 보육교사들은 직장 내 괴롭힘 원인에 대해 ‘보육교사는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이미지로 부당한 대우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때문’이라고 53.7% 답했다. 또 ‘기관(시설) 규모가 작아 직원 간 관계가 긴밀해 사생활 침해나 소문 등이 발생함’이라는 응답도 48.1%로 나왔다.
공공운수노조와 직장갑질119 측은 어린이집 원장의 보육교사 ‘직장 내 괴롭힘’ 사례 ▲CCTV통한 실시간 감시 ▲공공연한 모욕과 사생활 비난 ▲휴대폰 사용금지 등 과도한 사생활 통제 ▲공공연한 협박 및 부당노동행위 등을 들면서 “보육교사 직종 특성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취지를 반영한 실태조사를 통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2019년 보육교사 처우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는 ‘감정노동자보호법’(2018.10.18.) 시행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2019.7.16.) 시행 후 보육시설의 변화 파악해 향후 개선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은 고객 응대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언이나 폭행으로부터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이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2017년 11월 1일 출범해 2020년 1월 현재 14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가 무료로 오픈 카톡 상담, 이메일 답변, 밴드 상담 등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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