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이 딸 키워서 '그나마' 다행?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싱글맘이 딸 키워서 '그나마' 다행?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 칼럼니스트 차은아
  • 승인 2020.01.0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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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아의 아이 엠 싱글마마] '한부모'가 아이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는 법

사랑이를 혼자 키운 지 꽉 찬 8년이 됐다. 올해 사랑이는 한국 나이로 9살이 됐다. 

언제 크냐고, 제발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어느덧 훌쩍 커 혼자 할 줄 아는 것이 제법 많아졌다. 

어느 날엔 학교에서 요리 수업을 하고 와서는 혼자 뚝딱뚝딱 샌드위치를 만들어 내게 자랑한다. 이젠 제가 갖고 논 장난감은 나보다 저 깔끔하게 정리할 줄 안다. 옷도 혼자 입을 줄 안다. ‘언제 크나’ 했던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커서 엄마를 놀라게 하는지….기특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랑이를 임신했을 땐 육아 서적을 정말 열심히 봤다. 어떤 아이로 키워야 할지 막연함과, 이 아이가 어떻게 자랄지 설렘이 공존했다. 그런데, 그런 마음도 잠시, 육아는 현실적으로 정말 고단했고, 전남편과의 문제도 심각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 자괴감이 심했다. 전남편과 정리한 후 더 괜찮은 엄마가 되려고 다양한 방법을 찾고,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던 것 같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주양육자가 아이에게 주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영향력은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살아갈 때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음을 그때까진 몰랐기 때문이다. 

◇ 엄마 없이 큰 A… "나도 엄마한테 버림 받았는데, 나라고 왜 못 버려?" 

나의 지인 A. A는 10살 때부터 아빠와 살았다. 부모가 이혼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빠의 사랑을 충분히 받았지만, 매 순간 엄마의 손길과 사랑이 필요했다고 했다. 

“엄마가 언제 제일 보고 싶었어요?”

“처음 생리 시작했을 때. 아빠한테 말 하기 창피하더라고요.”

첫 생리는 시작했는데, 아빠에겐 쉽게 말할 수 없었던 그때, A는 '고모'라고 부르던 아빠의 친구에게 이 사실을 조심스럽게 얘기했고, 그때 그 고모가 A의 마음을 다독이며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A는 그때 엄마의 빈자리를 너무 크게 느꼈고, 그로 인한 절망감과 슬픔 또한 너무 거대했다고 말했다.

엄마 없이 첫 생리를 겪어야 했던 A. 아빠한텐 말도 못 하고…. 그때 엄마가 정말 보고 싶었고, 미웠다고. ⓒ베이비뉴스
엄마 없이 첫 생리를 겪어야 했던 A. 아빠한텐 말도 못 하고…. 그때 엄마가 정말 보고 싶었고, 미웠다고. ⓒ베이비뉴스

그런데 A가 성인이 되어서 결혼한 후에 가끔 남편과 다툴 때면 자기도 모르게 아이는 남편에게 맡기고 이혼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내게 털어놓았다.

부부 싸움이 커지면 홧김에 “이혼해버릴까”라는 생각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만큼 가족의 중요함과 서로의 신뢰가 갈등을 회복 시켜 준다는 사실 또한 모두 잘 알 것이다.

그런데 A는 부부 싸움만 하면 자꾸 “애는 남편더러 키우라고 해야지”라는 생각이 든단다. “우리 엄마도 나를 버렸는데, 나는 왜 내가 책임져야 해? 나도 버림받고 자랐어. 애는 남편이 알아서 하겠지!” 생각이 자꾸 이렇게까지 뻗칠 때마다 혼자 큰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자신이 제일 경멸하고 증오했던, 나를 버린 엄마의 모습을 나에게서 발견했다는 절망감에 눈물이 난다고도 했다.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 안 살아야지. 우리 엄마처럼 애를 버리는 일은 안 해야지. 우리 애만큼은 나처럼 안 키울 거라고 수백 번 다짐하며 살았는데, 남편과 싸우기만 하면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더 혼란스러워요.”

A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증오는 어른이 되고 나서 괜찮아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버림받았다는 사실과 상처와 그 기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A를 괴롭힌다. 무엇보다 그 감정의 상처가 A의 아이에게까지 대물림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A는 그 상처를 치유하려고 요즘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건강한 방법으로 내 결핍을 해결해 보려고요”라고 A는 말했다. 내가 A에게 할 수 있는 일은 그녀를 힘껏 안아주는 일뿐이었다.

◇ 올해도 용기와 의지로 아이들 잘 키워내는 나와, 한부모를 응원한다 

나는 믿는다. '우리'에겐 더 긍정적이고 무한한 힘이 있음을. 그 힘이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잘 키워낼 것임을. ⓒ베이비뉴스
나는 믿는다. '우리'에겐 더 긍정적이고 무한한 힘이 있음을. 그 힘이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잘 키워낼 것임을. ⓒ베이비뉴스

또 다른 지인 B. 그는 혼자 딸을 키우는 싱글파파다. 딸은 올해 8살이 되었는데, 혼자 목욕을 한다고. 아이가 부끄럼을 타기 시작했단다. B는 아이가 샤워는 제대로 하는 건지, 머리에 묻은 샴푸 거품은 잘 헹궜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그저 아이를 믿고 맡기는 수 밖에 없다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가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 엄마의 빈자리가 어떻게 그의 마음을 쓸쓸하게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혼자 아들을 키우는 언니가 있다. 그 언니 고민은 매번 이런 것이다. 애가 아빠랑 안 살아서 그런지 정적이라고. 다른 남자아이들은 아빠와 공원에 나가 몸으로 노는데, 우리 아들은 집에 있는 것만 좋아한다고. 그래서 조바심이 나서 괜히 태권도나 복싱같이 과격한 운동을 시키고 있다고. 

사람들은 내게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가 아들이 아니고 딸이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딸은 크면 엄마에게 친구가 되어줄 수 있고, 목욕탕도 같이 갈 수 있고, 이차 성징이 왔을 때 조금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물론 사랑이가 나와 동성이라 장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부모 가정의 고민은 이미 그런 것이 아니다. 엄마 혹은 아빠의 부재가 아이에게 줄 상처가 더 걱정이다. 성별을 떠나서 아이들이 느껴야 할 부 혹은 모의 빈자리를 위로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한부모들은 매일 상대방의 부재를, 또 상대방의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과 그로 인한 아쉬움을 마주쳤을 것이다. 아이에 대한 미안함, 스스로 느끼는 한계를 애써 무시함으로써 이겨냈을 것이며, 가끔은 눈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을 더 밝고 건강하게 키워내는 힘이 한부모들에게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그리고 우리는 한발 한발 용기 내어 아이들을 더 잘 키워낼 것이다. 나를, 그리고 우리를 응원한다.

*칼럼니스트 차은아는 8년째 혼자 당당하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어설픈 아메리카 마인드가 듬뿍 들어간 쿨내 진동하는 싱글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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