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휘어도… 브라질 부모가 월 80만 원 유치원 보내는 사정
등골 휘어도… 브라질 부모가 월 80만 원 유치원 보내는 사정
  • 칼럼니스트 황혜리
  • 승인 2020.01.14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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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브라질 육아] 결국, 돈이 아닌 '교육 제도'의 문제

작년 10월경 아이와 3개월 정도 한국에 들어가 있었다. 그때 아이를 가정 어린이집에 보냈었는데, 그 비용에 엄청 놀랐다. 국가에서 지원받는 것을 제외하고 내가 따로 어린이집에 낸 비용은 한 달에 약 7만 원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우리 아이는 짧게 다녔기 때문에 원복이나 어린이집 가방 등은 따로 구입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브라질에서 유치원 비용으로 한 달에 약 80만 원 정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 한국 7만 원, 브라질은 80만 원…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우선 용어부터 정리하고 글을 시작하겠다. 브라질에는 따로 어린이집이 없고 다 유치원이라고 통칭한다. 대신 유치원 안에서 나이별로 반이 나뉜다. 유치원마다 다르지만,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생후 4개월 아이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의 아이까지 다닐 수 있다.

이제 두 돌이 넘은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브라질에서 일반 중산층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 유치원이다. 한국으로 치면 아파트 단지 안에 하나씩 있는 사립 유치원 정도의 규모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 유치원에 우리가 방학 기간인 1월과 7월을 제외하고 내는 비용은 한 달에 약 2600~2800헤알(BRL). 환율을 1헤알에 300원이라고 가정했을 시 한화로 한 달에 약 78~84만 원이 든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잠시 보냈던 어린이집 비용과 비교하면 약 11배 이상 차이가 나는 가격이다.

게다가 만약 방학 기간인 1월과 7월에 보통 때처럼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싶다면 그 가격은 거의 4000헤알(물론 유치원에 따라 방학 때는 계절학기로 2주만 보낼 수 있는 곳도 있고 아예 방학에는 아이를 받아주지 않는 유치원도 있다), 즉 한화로 약 120만 원이다. 유치원 방학이라고 부모들이 회사를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브라질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최대한 교육 시설에 보낼 수밖에 없다.

외벌이 가정이라면 아이 방학 때 집안일을 하는 쪽이 아이를 케어하면 원비를 그만큼 아낄 수 있지 않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브라질은 원비를 내는 시스템이 조금 특수하다. 한국의 경우 방학 중에는 원비를 내지 않지만, 브라질은 연간 원비를 12개월로 나눠 매달 내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방학 때도 똑같이 돈을 내야 한다.

그렇다고 브라질의 교육 커리큘럼이 특출나게 좋으냐?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비교했을 때 한국 가정 어린이집 커리큘럼도 이 유치원에 비해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비슷했으며, 심지어 체험 프로그램도 많았다. 그저 브라질의 교육비가 특출나게 비쌀 뿐이다.

◇ 한국과 브라질 유치원 비용의 차이, 결국 '교육 제도'의 차이

우리 아이가 브라질에서 다니고 있는 유치원 건물. ⓒ황혜리
우리 아이가 브라질에서 다니고 있는 유치원 건물. ⓒ황혜리

그렇게 비싸다면 공립 유치원을 보내면 되지 않느냐? 맞다. 브라질에도 공립 유치원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대기까지 타며 들어가고 싶어 하는 병설 유치원과 수준이 비슷할 거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일단 브라질에서 중산층 이상만 되면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를 사립 유치원에 보내고 저소득층 가정은 공립 유치원에 자녀를 보낸다. 가격만큼 교육의 질이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이다. 

브라질 생활 선배이자, 브라질 교포인 강민주, 김영수 씨가 쓴 책 「인조이 삼바라이프」(북랩, 2019년)에 의하면, 브라질 공립 초등학교 교사 20%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고, 중학교 교사 중 35.4%가 교육학을 이수하지 않거나 교원자격증이 없다고 나온다.

게다가 정부 운영비로만 운영되는 만큼 공립 유치원은 사립 유치원보다 프로그램도 다양하지 않으며 교육보다는 보육 위주로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브라질의 중산층이 허리가 휘어도 자녀를 사립에 보내고 싶은 이유다.

아이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문화만큼은 한국보다 브라질이 훨씬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만 놓고 보자면 한국이 더 나은 듯하다. 비용 때문에 아이들 교육의 질에 차이가 어릴 때부터 나타난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은 사교육이 많긴 하지만 국가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교육의 질을 보장하고 있지 않은가. 브라질의 공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저소득층 아이들도 더 나은 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칼럼니스트 황혜리는 한국외대 포르투갈(브라질)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브라질에서 두 살 아들을 기르고 있는 엄마입니다. 브라질에서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이 문화들을 한국과 비교하고 소개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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