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이렇게 많은데… 왜 우리 아이 갈 곳은 없나
어린이집 이렇게 많은데… 왜 우리 아이 갈 곳은 없나
  • 칼럼니스트 윤정인
  • 승인 2020.01.20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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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학자 생존기] 워킹맘의 어린이집 0세 반 입성기

출산휴가가 결정된 뒤, 다음의 ‘걱정’은 바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였다.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한 나의 탐구의 시간은 참으로 길었다. 연구실의 박사님들은 내 걱정을 많이 하셨다. 시간만 되면 내 주변에 모여 ‘애 키우는 방법’을 함께 논의해주셨다. 덕분에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1 안. “부모님께 맡겨라!” 

제안자: 지도 박사님

지도 박사님은 실제로 손자를 양육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내게 “너도 부모님께 맡기라”는 깔끔한 정리를 내려주셨다.

2 안. “어린이집에 보내라!”

제안자: 내 뒷자리 박사님

이 의견엔 우리 지도 박사님 외 많은 분이 동의해주셨다. 결론적으로 나는 2번 안에 혹하고야 말았는데, 이유는 이분들이 내게 해 준 이야기가 와닿았기 때문이다.

“아이는 가능하다면 직접 키워. 나 우리 큰애 키울 때, 나도 박사과정이었고, 아내도 일 다녀서 애는 장모님께 맡기고 주말 부부로 살았거든? 그게 편하긴 정말 편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우리 큰애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기억나는 것이 없더라. 아기 때 내가 얘를 직접 키우질 않아서, 얘가 잠은 어떻게 자는 아이인지, 원래 성격이 이렇게 까칠했는지, 뒤집기를 먼저 했는지, 손을 먼저 빨았는지 아는 게 없어. 나중에 애가 세 살쯤 됐을 때 같이 미국에 나가서 지냈는데, 애는 애대로 내가 낯설어서 힘들고, 나는 나대로 애가 낯설어서 힘들고…. 그러니까 너는 할 수 있다면 네가 키워. 우리가 도와줄게.”

‘너는 할 수 있다면 네가 키워. 우리가 도와줄게.’

나는 저 마지막 멘트에 홀랑(저것이 육아 지옥행 특급열차인 줄도 모르고) 넘어가 버렸다.

내 아이의 어린이집은 어디인가. ⓒ베이비뉴스
내 아이의 어린이집은 어디인가. ⓒ베이비뉴스

◇ 검색 조건 : 0세, 나와 양육관이 맞을 것, 오후 6시 30분까지 보육… 검색 결과 : 없음 

연구실의 박사님들은 요즘 어린이집 시간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부모님이 봐주시면 제일 좋고, 그렇지 않다면 어린이집에 맡기라는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셨다. 덧붙여 본인들이 먼저 아이들을 보낸 직장 어린이집의 존재도 알려주셨다.

사실 이때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는 줄도 몰랐던 초보 엄마라, 논문 찾던 검색실력을 200% 발휘해 꽤 많은 어린이집을 찾아냈으나, 이 중 박사님들이 강력하게 추천한 어린이집은 한 곳이었다. 바로, 연구단지 안 공공기관 공동 어린이집.

박사님들 말씀으로는 당신들의 자녀도 그 어린이집을 다니려고 했지만 대기가 많아 쉽지 않다고, 그러니 아기가 배 속에 있을 때 미리 대기를 걸어놓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는 팁도 들었다.

그러나, 어린이집의 기본 교육방침이나, 급식이나, 아무것도 모르고 무턱대고 대기부터 걸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나는 출산휴가만 쓸 수 있었으므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0세 반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였다.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접속해 원아 모집 내용을 확인한 후, 나는 절망했다.

일단, 이곳에는 0세 반이 없었다. 이곳은 만 1세, 그러니까 15개월이 지나야 입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기가 100일이 되었을 때 복귀해야 했으므로…. 그렇다고 아이가 한 살이 되면 갈 수나 있나? 그렇지도 않다. 이 어린이집은 연구단지 안에 있는 연구원에 부모가 모두(혹은 한 명) 재직 중이어야 입소할 수 있는 곳이었다. 따라서, 연구원의 ‘점’같은 존재인 학연생의 자녀는 ‘해당없음’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가 다니는 대학원의 어린이집도 찾아보았는데, 그곳은 2016년 개원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리 땡그리(태명)는 2014년 8월 출산 예정….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조건을 정리했다.

첫째. 아이가 등원해야 하는 시기는 생후 3개월 즈음. 영아를 받아줄 어린이집을 찾을 것.

둘째. 영아가 다녀야 하니 너무 큰 아이들이 없는 곳으로 갈 것.

0세 아이를 받아줄 어린이집이 있는지부터 찾아야 했다. 당시에는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무상보육 바람이 불며 어린이집이 엄청나게 많아지던 시기였다. 다시 ‘검색의 신’으로 빙의해 0세 반이 있는 어린이집을 찾아봤다. 내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어린이집은 가정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 국공립어린이집, 공공형어린이집으로 나뉘었는데, 이 중 0세 반은 대부분 가정어린이집에 개설돼있었다.

0세 반은 다른 반에 비해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했다. 이유는 연령별 반을 만드는 기준 때문이라고. 0세 반은 아이 3명에 선생님 한 명이 배정되기 때문에 반 정원이 적다. 즉 빠른 자가 0세 반을 ‘쟁취’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이 급해졌다.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 사이트에서 우리 집 근처 가정어린이집을 싹 뒤지고, 0세 반이 개설된 어린이집의 리스트도 작성했다. 그렇게 대략 10개의 어린이집을 추려냈다. 

남은 과정은 이제 단 하나. 확인!

어린이집에 일일이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아이 어린이집 문의 좀 드리려고요~ 혹시 0세 반에 자리 있을까요?"

"아니요, 어머니. 지금은 자리가 없어요. 아이가 언제쯤 입소할 예정인가요?“

”아… 저 지금 아이가 배 속에 있어서요. 8월에 출산 예정이에요.“

”그렇군요~ 어머니 그럼 나중에 한 번 방문해 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내용의 통화를 반복하며, 내 기준에 호의적인 곳, 수화기 너머로 아이들 웃는 소리가 들리는 곳, 혹은 낮에 아이들과 있어서 전화를 못 받는다고 문자를 준 어린이집 네 군데를 다시 추렸다. 그리고 그 큰 배를 이끌고 상담을 다녔다.

◇ '4시 하원', 맞벌이 부모는 어떻게 하라고요… "조부모나 하원 도우미 쓰세요"

임신 후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이사랑' 사이트에 드나들며 우리의 상황에 맞는 어린이집을 찾아 헤맸다. ⓒ베이비뉴스
임신 후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이사랑' 사이트에 드나들며 우리의 상황에 맞는 어린이집을 찾아 헤맸다. ⓒ베이비뉴스

상담을 받으면서 어린이집의 현실과 내가 아는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당시 정부가 홍보하던 보육 정책에서는 어린이집 운영 시간을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 시간까지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드물었다.

상담한 바로는 선생님들의 업무 강도가 심해져서 되도록 아이들 하원을 일찍 지도한다거나, 혹은 그 시간까지 아이들이 남지 않는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나는 퇴근이 6시라 6시 30분까지는 아이를 돌봐주길 바란다고 하니 다들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그 시간까지 남는 친구가 없어 아이가 심심할 것“이라고 했다.

황당한 내가 ”맞벌이 가정이 많다고 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되물으니 어린이집에선 ”네, 그렇긴 한데요. 대부분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봐주시더라구요“ 라거나, ”하원 도우미 쓰시는 분들이 많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선생님들이 편해야 아이가 편하다는 것은 나 역시 양육자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왠지 씁쓸했다. 우리에겐 아이를 대신 봐줄 사람이 없다. 우리가 결혼하고 직장과 대학원으로 인해 자리를 잡은 곳은 대전. 그러나 나는 원래 서울 사람이고, 신랑은 인천 사람이다. 그리고 시부모님은 맞벌이셨고, 우리 친정 부모님도 함께 일을 하셨다.

이러한 사실을 외할머니랑 친할머니에게 전화로 툴툴거린 적이 있었다. 그런 손녀가 안타까우셨는지, 외할머니도 친할머니도 애를 서울에 보내면 당신들이 봐주시겠다는 소리도 하셨다. 

그러나 이제 겨우 손주 양육에서 벗어난 할머니들을 증손주 양육의 지옥으로 안내할 수는 없었다.

양가 부모님, 할머니, 우리 고모, 작은아버지 등 집안 어른들이 아이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실 때마다, 어린이집에 보내면 된다고 말은 했지만, 막상 알아보니 교육환경과 하원 시간 모두를 만족하는 곳을 찾기가 참 어려웠다. 

생각이 많았던 시기였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정부에서는 아이를 돌봐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어린이집이 많아졌고, 맞벌이 부모를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대부분 오후 4시면 하원을 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아침 9시까지 출근해 저녁 6시에 퇴근한다. 정부에서는 아침 7시 반부터 저녁 7시 반 보육을 말했지만, 실제 어린이집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하는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그랬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어째서 그런 커리큘럼을 운영한 것인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주 양육자는 부모가 되는 것이 옳고, 아이가 주 양육자와 긴 시간 떨어져서 기관 생활을 하는 것이 아이의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주 양육자와 기관의 양육방침이 같으면 모를까 조금이라도 다르면 아이가 느낄 혼란이 크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나의 퇴근 시간은 6시였고, 빨리 픽업해야 6시 30분이었으니…. 그 시간까지는 아이를 돌봐줄 곳이 필요했다. 학생 월급을 쪼개 하원 도우미를 쓸 형편도 더더욱 못 되었다.

아이를 위한 환경에서의 하원 시간과 실제 근로를 하는 내 시간은 전혀 맞지 않았다.

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일찍 퇴근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신랑 역시 나와 동일한 유기합성연구원이었기 때문에 6시 퇴근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정부지원 아이돌봄 서비스도 알아봤다. 대기가 한참이라 했다. 지금 신청하면 1년 뒤에 배정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것은 수요에 비해 늘 공급이 부족해 어디를 가든 다 대기였다. 어린이집은 3~6개월, 도우미는 짧아도 1년….

정부 정책과 우리의 현실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결국 우리는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 놓고, 정부도우미를 구할 수 없다면 민간 업체에서라도 구하기로 합의를 봤다. 우리가 대기를 건 어린이집은 우리와 같은 양육관을 가진 원장님이 운영하는 작은 어린이집이었다. 물론 하원 시간은 4시였다. 

◇ 이제는 아이도, 부모도, 그리고 선생님도 행복한 어린이집 많아지길

남들은 태교에 전념할 때, 나는 남산만한 배를 하고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어린이집을 알아보느라 전전긍긍했다. ⓒ베이비뉴스
남들은 태교에 전념할 때, 나는 남산만한 배를 하고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어린이집을 알아보느라 전전긍긍했다. ⓒ베이비뉴스

이런 상황을 겪으며 신랑과 내가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우리는 이런 현실을 임신 7~8개월 차에 알았다는 사실이다. 출산 후에 찾았더라면 더 ‘멘붕’이었을 텐데, 미리 준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어린이집은 아이들과 선생님을 위해 이르게 하원 할 것이다. 아이들은 기관에 오래 있지 않아도 돼서 좋고, 선생님은 중노동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 좋은 일일 것이다. 선생님들도 누군가의 부모인데, 내 아이를 위해 선생님들에게 12시간의 노동을 강요할 순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어린이집을 12시간 운영하지 않으면 우리 같은 근로자들은 아이 맡길 곳이 없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교대근무가 이뤄지고, 이용 시간대가 다양한 어린이집이 필요하며, 선생님이 돌봐야 하는 아이의 수가 줄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생님들의 근로조건이 좋아지면, 선생님들은 적정 시간 근로하고, 스트레스가 감소할 것이다. 

아이들은 늘 기분 좋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우리 같은 부모는 더 이상 선생님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이 하원 시간에 맞추기 위해 뛰고, 난폭운전을 하는 횟수도 줄어들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이 꿈이 실현되기를 매일 꿈꾼다.

이제 땡그리가 6살이라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아서 해당이 없을지도 모르고, 나에겐 지나간 일이기도 하지만, 이 꿈이 꼭 실현되기를 항상 바라고 있다. 나는 누릴 수 없었지만, 누군가 내 뒤에 오는 사람은 누리기를. 그리고 내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나처럼 난폭운전을 해가며 하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동동거리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정치하는 엄마들’이 되었고, ESC(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의 회원이 되어 오지랖을 부린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렇게 글로 투덜거리며, 이거 정말 불편했다고 말하는 것뿐이지만, 이 불편함이 밖으로 드러나 모두가 불편했다고 말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바뀔 테니까.

말하지 않으면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양육자 생활 7년이 되고 알았기 때문에, 오늘도 투덜거리러 나간다.

참! 다행히 땡그리는 6시까지 봐주신다고 하는 어린이집을 찾아내 다닐 수 있었다. 또한 지도 박사님께서 도와주셔서 퇴근 시간이 조정되어 30분 일찍 퇴근이 결정되었다. 주변 도움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이를 키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키울 때 온 마을이 필요한가 보다.

*칼럼니스트 윤정인은 대학원생엄마, 취준생엄마, 백수엄마, 직장맘 등을 전전하며 엄마 과학자로 살기 위해 "정치하는엄마들"이 되었고, ESC(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에서 젠더다양성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이 되어 프로불만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실은 회사 다니는 유기화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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