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잘 씻어도 '치명적 전염병' 막을 수 있습니다
손만 잘 씻어도 '치명적 전염병' 막을 수 있습니다
  • 칼럼니스트 김나희
  • 승인 2020.02.0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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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정보 거기 서!] 전염병 예방의 시작은 '손 씻기'

감염 예방을 위해 손을 씻으라는 말은 자주 들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왜 알코올 소독이나 물티슈보다 비누와 흐르는 물이 효과적인지 궁금하셨죠. 이제부터 같이 알아봅시다. 이유를 이해하고 나면 실천이 더 쉬워질 테니까요.

전염병 예방에 올바른 손 씻기, 왜 중요할까요? ⓒ베이비뉴스
전염병 예방에 올바른 손 씻기, 왜 중요할까요? ⓒ베이비뉴스

◇ 균은 모두 나쁘다? 단지 병을 일으키는 균이 위험할 뿐

미생물의 전체 숫자는 정확히 알아내기 어렵지만 39조 마리에서 100조 마리 사이에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몸의 세포 수인 약 30조 개보다 많습니다. 대부분은 우리와 공생하는 이로운 미생물들이거나 우리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순한 미생물들입니다.

이 미생물들은 자기들끼리도 늘 경쟁하고 있습니다. 유산균, 대장균, 충치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여러 균은 더 많이 번식하려고 서로 경쟁합니다. 여기에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도 함께 견제하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종류들끼리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종 안에서도 경쟁합니다. 대장균 안에서만도 서로 다른 변종들끼리 늘 치열하게 다투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우리 몸과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들이나 우리 몸에 별 영향 없이 붙어사는 미생물들이 그 경쟁에서 이겨 우리 몸의 공간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면역이 약해지거나 전염병이 유행하는 틈에 ‘병균’ 및 다른 전염성 미생물들이 득세하기도 합니다. 이때가 바로 ‘병’에 걸리는 때입니다.

항생제 내성이 있는 슈퍼박테리아들도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그냥 다른 박테리아들과 경쟁하는 하나의 변종일 뿐입니다. 그리고 항생제가 없는 환경이 되면 경쟁력이 없어져서 소멸하게 됩니다. 비유하자면 슈퍼박테리아는 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위해 갑옷을 입고 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위해서 무거운 방패를 지고 다니는데, 갑옷과 방패가 필요 없는 환경에서는 맨몸으로 다니는 발 빠른 다른 박테리아에게 밀려나는 것이죠. 

◇ 손 씻기는 치명적 전염병의 전파를 효과적으로 억제

손을 씻으면 왜 전염병이 예방될까요? 모두가 손을 잘 씻는 세상은 독성 미생물이 창궐하기 어려운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감기 바이러스 두 종류를 생각해봅시다. 하나는 기침, 재채기만 가볍게 하는 약한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고, 또 하나는 고열과 호흡곤란까지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 바이러스입니다. 둘 중 어느 바이러스가 더 잘 퍼질까요? 그건 우리 인간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약한 감기 바이러스는 증상이 가벼워 숙주(우리 인간)가 많이 돌아다니고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직접 대인 접촉으로 퍼질 수 있습니다. 즉 콜록거리는 상태로 사람들을 만나며 돌아다니게 하여 전파하는 전략을 씁니다. 이 전략을 쓰는 약한 감기 바이러스는 사람들이 손을 잘 씻어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비말(기침이나 재채기로 튀어나오는 침, 콧물, 가래 방울)로 전파될 수 있으니까요.

반면 치명적 감기 바이러스는 증상이 무거워 환자가 돌아다닐 기운 없이 드러누워 있습니다. 그래서 간접적으로 환자 근처에 있던 물건을 만진 사람이 또 다른 물건을 만지거나 음식을 만지고 그걸 만진 사람이 또 다른 물체나 사람을 만지는 전파 방법으로 퍼집니다.

손을 씻지 않는 사회에서는 이 방법으로 사망률이 높은 전염병이 퍼지게 됩니다. 반면 구성원 모두가 손을 잘 씻는 사회에서는 치명적인 질병이 퍼지기 어렵습니다. 환자가 돌아다니기 어려운 치명적 질환은 손에 손을 거쳐 옮게 되는데, 손을 잘 씻으면 간접 단계가 차단되기 때문입니다.

환자가 드러누워 있어도 병원성 미생물이 거침없이 퍼질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수인성 전염병입니다. 즉, 환자가 구토나 설사를 해서 그 분비물이 주변 물을 오염시키고, 그 물을 먹은 모든 사람들은 전염병의 전파 경로에 놓이게 됩니다. 환자가 급격한 병세 악화로 사망해도 이 미생물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옮겨진 뒤입니다. 오염된 물을 여러 사람이 마시는 상황은 병균이 숙주를 죽이고 ‘먹튀’해도 널리 퍼질 수 있는 조건입니다. 

공중위생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깨끗한 물이 공급되는 사회에서는 물을 통해 병이 전파될 수 없으므로 치명적인 ‘먹튀 병균’이 득세하기 어렵습니다. 환자를 살짝만 아프게 해서, 그래서 환자를 돌아다니게 만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하여 직접 전파하는 방법이 세균, 바이러스에게 더 이익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흔하게 앓는 질환들은 대부분 가볍고 우리에게 큰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손을 잘 씻는 사회에서는 우리에게 해가 없거나 약한 순한 미생물들이 치명적인 먹튀 미생물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게 됩니다. 미생물들이 숙주인 우리 인간들을 비교적 건강하게 오래 살려 두면서 공존해야 더 많이 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미생물들을 박멸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에게 유익하거나 별로 해롭지 않은 미생물이 점유하도록 점유 비율을 바꾸는 것이 목적입니다. 

◇ 손 씻기, 세균 죽이는 것 아닌 ‘흘려보내는 것’… 항균비누 오히려 해로워 

올바른 손 씻기 방법. 짧은 동요 한 곡 끝날 때까지 손을 씻어주세요. ⓒ보건복지부
올바른 손 씻기 방법. 짧은 동요 한 곡 끝날 때까지 손을 씻어주세요. ⓒ보건복지부

손을 씻는 직접적 이유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흘려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손 씻기로 미생물이 죽는 것이 아니라, 비누칠로 우리 피부 표면에서 떨어져 나가도록 흐르는 물로 씻어내는 것이죠.

그래서 항균 비누는 쓸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항생제 내성만 키울 수 있어 해롭습니다. 항균 성분이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고 항균 세정제에 많이 첨가되는 트리클로산 등의 안전성은 아직 검토 중입니다. 즉 손 씻기는 세균을 흘려보내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완전히 닦아내기 어려운 물티슈나 바르는 손 소독제 등은 한계가 있습니다. 

흐르는 물이 있으면 좋지만, 없다면 비누칠을 하여 위의 사진처럼 여섯 단계로 문지른 다음, 담아놓은 물에 헹구면 됩니다. 손바닥끼리 문지르고, 손바닥으로 손등을 겹쳐 문지르고, 깍지껴서 손가락 사이를 문지르고, 두 손을 모아 문지르고, 엄지손가락을 반대쪽 손으로 잡아 문지르고, 손톱으로 손바닥을 긁으면서 문지릅니다.

비누칠 시간은 최소한 20초가 되어야 합니다. 짧은 동요를 부르면서 비누칠을 하면 시간을 어림할 수 있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또는 ‘학교 종이 땡땡땡’, ‘떴다 떴다 비행기’, ‘반짝반짝 작은 별’ 등의 짧은 동요가 끝날 때까지 비누칠하고 그다음에 헹구세요.

용변 본 후, 요리하기 전, 식사 전, 사람들과 만나기 전후, 외출에서 돌아온 후 꼭 손을 씻읍시다. 20초 이상 여섯 단계로 비누칠을 한 뒤 흐르는 물에 씻으세요. 아래 질병관리본부의 동영상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참, 미생물들이 서로 경쟁한다거나 '먹튀'한다는 것은 이해를 돕기 위한 표현일 뿐, 그들에게는 경쟁한다는 의식이 전혀 없습니다.

*칼럼니스트 김나희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한방내과 전문의)이며 국제모유수유상담가이다. 진료와 육아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둘 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직접 자료를 뒤지는 성격으로, 잘못된 육아정보를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한다. 자연출산을 통해 낳은 아기를 42개월까지 모유수유했으며,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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