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 지쳐 잠드는 것, 좋은 ‘수면교육’이 아닙니다 
울다 지쳐 잠드는 것, 좋은 ‘수면교육’이 아닙니다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20.02.0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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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수면 교육의 모든 것

Q. 7개월 아기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그동안은 업어 재우고, 젖 주면서 재우다가 이제 수면 교육을 하기 위해 울리면서 눕혀 재우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아기는 울다가 잠드는 때도 있었지만, 울지 않고 뒹굴뒹굴하다가 잠드는 때도 서서히 생겨났어요. 그런데 최근에 아침 산책을 하면서 업혀있다가 잠들고, 외출하면 유모차에서 잠들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다시 누워 잘 때 적게는 30분, 오래갈 땐 한 시간 정도 심하게 울다가 잡니다. 저의 수면 교육은 실패일까요?

수면 교육,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까요? ⓒ베이비뉴스
수면 교육,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까요? ⓒ베이비뉴스

A. 수면에는 ‘쉬는 수면’과 ‘연습하는 수면’이 있다. 아이가 하루 8시간 잠을 잔다면 2시간에서 2시간 30분은 연습하는 수면이다. 이 연습하는 수면 때 아이의 뇌는 해마에서 낮에 중요했던 단편적인 기억들을 정리하여 장기기억으로 넘긴다. 이렇게 연습하는 수면은 아이가 잠을 잘 때 구분할 수 있는데 아이가 자는 동안 눈동자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목격한 부모가 있을 것이다. 이 시기를 학자들은 눈이 움직인다고 하여 ‘Rapid Eye Movement(REM) 수면’이라고 부른다. 

아이가 블록으로 노는 시간은 짧아서 단기기억으로 대뇌피질까지만 전달된다. 이것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까지 운반돼 장기기억으로 바뀌는 때가 바로 REM 수면 단계이다. 이렇게 수면 중에도 뇌가 연습하고 정리를 하는 것은 뇌의 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뇌에 집중적으로 입력되는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기억하고 장기기억으로 넘기기에는 뇌의 용량이 부족하므로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서 버려야 할 정보와 기억해야 할 정보를 구분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장기기억으로 저장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그 일을 해마가, 아이가 자는 동안에 작업하는 것이다.

◇ 아이의 ‘수면 패턴’은 월령마다 달라진다 

신생아는 배고프면 깨서 먹고, 먹고 나면 또 자며 일반적으로 하루에 대여섯 번 잔다. 갓 태어난 신생아들은 전형적으로 REM 수면으로 시작하며, 생후 4개월 때 성인처럼 쉬는 수면인 NREM(Non Rapid Eye Movement) 수면을 시작한다. 태어난 지 1주일 된 신생아는 낮보다 밤에 더 잘 자며, 자주 깨게 되는데, 이는 각성과 수면의 리듬이 2~4시간 간격으로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4주가 되면 우는 것 없이 깨고 4개월이 되면 아기의 수면이 24시간 수면-각성 리듬으로 자리를 잡는다. 아기가 커감에 따라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밤에 오래 자고 잠깐씩 낮잠을 잔다. 6개월이 되면 24개월까지 낮 동안의 수면시간이 점진적으로 줄어들며 대개 하루에 두 번 낮잠을 자게 된다. 

6개월 이후의 아기는 아침에 깨자마자 조용히 놀고 가족생활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밤늦게까지 깨어있기도 한다. 7개월 아기의 35%는 밤 동안 6시간 정도 깨지 않고 잘 수 있다. 10개월이 되면 72%는 밤새 자게 된다. 대부분은 일찍 일어나 혼자 노는데, 18%는 늦게 깨고, 즉시 관심 가져주기를 바란다. 12개월이 지나면 하루에 한 번 낮잠을 가게 되고 이 패턴은 유아기 동안 계속된다. 

15~18개월에 잠자는 시간은 하나의 의식이며 즐겁게 지내지만 잠자는 것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대부분은 밤새 자지만 일부는 깨서 편안하게 해주기를 바란다. 리치먼(Richman)에 의하면 이 시기의 아이 20%는 밤에 깬다고 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수면 교육을 위한 양육 지침은 무엇일까? 아래의 내용을 함께 보자. 

◇ 아기에게 가장 좋은 수면 교육, 엄마와 함께 자는 것 

아이에게는 엄마와 함께 잠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베이비뉴스
아이에게는 엄마와 함께 잠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베이비뉴스

첫째. 엄마와 함께 자자. 엄마들은 자신이 자는 동안 아기를 눌러서 질식시키면 어쩌나 하고 걱정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없는 한, 또는 술을 마시거나 약을 먹거나 너무 피곤해서 지각이 무뎌지지 않는다면, 그럴 일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아이와 자는 동안 엄마의 지각 능력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800시간 동안 엄마와 아기들을 관찰한 비디오를 보면 엄마들은 잠을 자는 동안에도 옆에 있는 아기를 의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들은 아기 쪽을 몸을 굴리지 않았다.

둘째. 엄마와 신체접촉이 스트레스를 줄인다. 영아돌연사증후군(Sudden Infant Death Syndrome, SIDS)은 대부분 불안정한 호흡과 미숙한 심혈관 계통으로 인해 발생한다. 아기는 엄마와 따로 떨어지면 원시적인 방어 모드에 들어가게 되고, 그 결과 호흡과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진다. 여섯 시간 후에 살펴보니, 엄마와 떨어져 자는 아기는 엄마 옆에서 자는 아기보다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가 두 배가 더 높았다. 그에 비해 엄마와 신체접촉을 하며 자는 아기는 심장박동과 호흡이 안정적이었다.

셋째. 오랫동안 울게 내버려 두지 말자. 아기들은 엄마에게 의존적이므로, 엄마가 스트레스 상태를 조절해주어야 한다. 몇 시간씩 혼자 울게 내버려 두면 결국 지쳐서 잠이 들겠지만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것은 훈련이 아니라, 아기가 지쳐서 도움 청하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 부모의 생활 습관을 아기에게 맞춰 바꾸자 

넷째.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자. 포유류에 관한 연구를 보면 어미의 소리가 새끼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안녕, 우리 아가. 안심하고 편히 자거라. 엄마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해’와 같은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자.

다섯째. 엄마의 냄새를 맡게 하자. 엄마의 냄새 또한 아기 뇌에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기가 자다 깰 때 엄마 옷 등 엄마 냄새가 나는 물건을 옆에 있다면 매우 효과적으로 아기를 진정시킬 수 있다. 후각 망울이 강력한 감정 연상 작용을 자극하는 편도체와 가까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상태가 되면 뇌에서 오피오이드가 분비된다.

여섯째. 처음에는 아기의 리듬에 따르자. 밤이 되었는데도 집안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주위가 분주하다면 분명 아기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나중에는 부모와 같은 사이클을 갖게 된다. 따라서 아기에게 좋은 잠버릇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생활 습관을 아기에게 맞춰 바꾸어주는 것이 좋다.

일곱째. 수면 환경을 관리하라. 잠잘 시간이 되면 조명을 어둡게 하고 이불을 펴 놓는 등 아기가 쉽게 잠잘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자. 너무 어두운 공간은 아기에게 공포심을 주므로 꼬마전구 하나를 켜두어 주변을 너무 어둡지 않게 한다.

◇ 낮잠 줄인다고 밤잠 늘어나는 것 아니다 

집안 환경을 아기에게 맞추고, 취침 의식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베이비뉴스
집안 환경을 아기에게 맞추고, 취침 의식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베이비뉴스

여덟째. 취침 의식이 중요하다. 아이를 재우는 과정에서 목욕, 책 읽기, 자장가 불러주기와 같은 취침 의식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다. 또는 아이가 점점 성장함에 따라 계속 취침 의식을 따르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취침 의식은 아이가 편안하게 잠들도록 돕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성인도 매일 밤 긴장을 푸는 과정을 거친 후 잠자리에 들면 깊이 자는 데 도움이 된다. 종일 여러 가지 자극을 받은 아이에게 있어 곧장 침대에 들어가서 자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이므로 취침 의식이 꼭 필요하다.

아홉째. 낮잠은 꼭 재우자. 낮잠도 밤잠처럼 최소한 백일은 지나야 정착이 된다. 4개월에 대부분 아기는 하루에 2~3번 낮잠을 잔다. 6개월이 되면 오전 낮잠과 오후 낮잠을 자게 되고 자는 시간도 어느 정도 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아기들은 12개월이 될 때까지는 대개 하루에 두 번 낮잠을 잔다.

오전 낮잠은 활동적인 REM 수면이 많은 반면, 오후 낮잠은 조용한 NREM 수면이 더 많다. 아침에 잘 준비가 안 된 아이의 경우 잠깐 누워있거나 조용하게 앉아있을 수 있게 부모가 배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밤에 잘 재우려고 낮잠을 줄이지 말자. 잠이 부족하다고 하루에 한 번으로 낮잠이 줄어들면 아이는 아침이건 오후건 간에 저녁이 되기 전에 흥분하거나 지쳐있는 일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낮잠은 밤잠과는 비교적 독립적이다. 밤잠이 부족한 것을 낮잠으로 보충하기 어렵듯이 낮잠을 줄인다고 밤잠이 늘어나지도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 아이에게 필요한 수면시간

▲1주= 밤잠: 8시간30분, 낮잠: 4회 8시간, 총 16시간 30분

▲1개월= 밤잠: 8시간30분, 낮잠 3회 7시간, 총 15시간 30분

▲3개월= 밤잠: 10시간, 낮잠 3회 5시간, 총 15시간

▲6개월= 밤잠: 11시간, 낮잠 2회 3시간 15분, 총 14시간 15분

▲9개월= 밤잠: 11시간, 낮잠 2회 3시간, 총 14시간

▲12개월= 밤잠: 11시간, 낮잠 2회 2시간 15분, 총 13시간 45분

▲18개월= 밤잠: 11시간, 낮잠 1회 2시간 30분, 총 13시간 30분

▲24개월= 밤잠: 11시간, 낮잠 1회 2시간, 총 13시간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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