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하니 사태가 남긴 숙제… ‘아동옴부즈퍼슨’이 필요하다
보니하니 사태가 남긴 숙제… ‘아동옴부즈퍼슨’이 필요하다
  • 기고=정병수
  • 승인 2020.02.0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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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
지난해 12월 아동 출연자에 대한 폭력으로 논란이 된 ‘보니하니’. 약 한 달간의 방송중단 이후 지난달 20일 방송이 재개됐다. ⓒEBS
지난해 12월 아동 출연자에 대한 폭력으로 논란이 된 ‘보니하니’. 약 한 달간의 방송중단 이후 지난달 20일 방송이 재개됐다. ⓒEBS

2019년 연말, 예년과 다르게(?) EBS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그리고 관심의 중심에는 ‘펭수’와 ‘보니하니’가 있었다.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동 출연자에 대한 성인 출연자의 폭력과 성폭력이 송출되면서 논란이 되었다.

논란 초기 미온적, 방어적 태도를 보이던 EBS는, 사태가 커지자 결국 김명중 사장이 직접 ‘방송을 잠정 중단하고 미성년 출연자 보호를 위한 다각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EBS는 지난 1월 20일 ‘보니하니’의 방송재개 소식을 전하며, “유아·어린이·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제작 가이드라인의 어린이·청소년 콘텐츠 인권보호와 관련된 부분을 대폭 강화하고 구체적인 보호규정을 만들어 제작에 활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EBS는 제작 가이드라인상 유아·어린이·청소년 출연자 보호에 관한 조항을 기존 11개에서 20개로 늘렸다. 개정된 EBS 제작 가이드라인은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12. 유아·어린이·청소년이 프로그램 출연으로 인해 불필요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나 불안을 겪지 않도록 세심히 주의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제작 담당 부서 관리자 및 실무자는 제작 전, 제장 중, 제작 후에 관련 사안에 대해 충분한 숙지를 하도록 한다.

▲13.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유아·어린이·청소년 출연자에게 기본적으로 경어를 사용하도록 하며 항시 출연자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바른 언어를 사용하도록 한다.

▲14.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유아·어린이·청소년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은 금하도록 하며, 출연자가 신체적 위협을 느낄 만한 행동을 하여서는 안 된다.

EBS가 개정한 제작 가이드라인을 보며 이렇게 묻고 싶었다. ‘김명중 사장님, 최선입니까?’ 지금의 제작 가이드라인이 진정 방송국이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기 위한 제작 가이드라인이 되기 위하여 보완이 필요하다.

◇ ‘아동보호팀’ 별도로 두고 있는 영국 BBC… 우리는? 

우선 아동의 발달적 특수성을 반영한 세부지침이 제시되어야 한다.

개정된 가이드라인에서 유아, 어린이, 청소년으로 열거한 것은 분명 그들의 발달적 특수성을 반영하고자 하는 의지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제작 가이드라인의 각 항목은 유아, 어린이, 청소년의 특성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실행되어야 할지에 대한 언급이 필요할 것이다.

개정된 제작 가이드라인 중에서는 7항에서 ‘수업 중 프로그램 참여 시 학교 측 동의’에 유아가 제외된 것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예컨대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동노동법은 생후 15일부터 6개월, 6개월에서 만 2세, 만 6세, 만 9세, 만 16세, 만 18세로 구분하여 근로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두 번째로 문제 발생 시 조치 사항에 대한 내용이 부재하다. 물론 예방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지정되어야 한다.

이번 ‘보니하니’ 논란 속에서도 가해자인 성인 출연자의 문제행동을 탓하며 “출연자 선정 시 담당 PD 외 방송 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출연자 선정 공동 심사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반쪽짜리 대처일 뿐이다.

진상을 규명하고, 아동출연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옹호하고 보호할 아동보호정책담당관(아동옴부즈퍼슨)이 필요하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아동보호팀(child protection team)을 별도로 두고 있다. 이들은 BBC에서 아동과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관련 정책과 지침 및 규정 준수에 대한 조언과 교육을 제공하며, 문제가 제기된 경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 제작 가이드라인에 아동 ‘당사자’ 목소리 얼마나 담겼을까

마지막으로 가장 문제는 가이드라인 전반에서 아동은 수동적 존재, 보호의 대상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성인과 동등한 출연자이고, 동등한 인격체라 생각된다면 제작 가이드라인의 작성과정에서 당사자인 그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절차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가이드라인을 보완하면서 얼마나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는지 궁금하다.

지난 1월 국회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 내용은 처참했다.

이런 당사자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과 제작 매뉴얼 개발과정에 아동 당사자의 참여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릴 때 비로소 실효성 있는 대책과 제도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김명중 사장님, 가능할까요?

그리고 사족 하나.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만 관심 갖는 언론과 방송이 아닌, 후속조치와 변화와 회복에 관심을 갖는 언론과 방송을 기대한다. 아동의 삶은 일시정지가 아니라 계속 플레이 중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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