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원활한 소통 이끄는 ‘상상 대화’의 힘
아이와 원활한 소통 이끄는 ‘상상 대화’의 힘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0.02.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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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오늘 밤 아이에게 "만약에 말야"로 대화를 시작해보세요

아이들의 시간 개념은 나이에 따라 형성된다. 2세쯤에는 ‘지금, 여기’에만 집중해 ‘현재’에만 관심을 가진다. 한 번씩 아이가 노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놀이에 몰입하며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인지적 개념이 부족한 아이는 3세 이후부터 주관적 시간 개념이 형성되어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하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제 유치원에 갈 거야’와 같이 시제 단어를 어순에 맞게 않게 사용하기도 한다. 이때는 시제 단어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잡아주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경험이 부족한 만큼 엉뚱한 공상을 많이 한다. 공상이 경험과 만나면 상상력으로 발전하고, 나아가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 책 읽기만 하더라도 ‘만약 주인공이 자신이라면’, ‘책 속의 이야기가 지금 이 순간 벌어진다면’, ‘동화 속 세상에서 우리 가족이 살게 된다면’ 등의 다양한 질문을 하면 아이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일상 대화에서도 ‘상상 대화’를 통해 아이와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다. 상상 대화란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과 묘사를 통해 아이가 원하는 것, 또는 부모가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대화법이다.

"만약에"로 시작하는 '상상 대화'로 아이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베이비뉴스
"만약에"로 시작하는 '상상 대화'로 아이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베이비뉴스

◇ 아이의 감정적 어려움 해결하고 마음을 설득하는 '만약에' 화법 

예를 들어, 아이가 밤에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인데도 투정을 부리면서 자지 않겠다고 한다. 동생이 태어나 할머니 댁에서 잠시 생활하고 있는 엄마를 기다리는 것이 힘들고 지겹다는 이유였다. 만약 이 상황에서 아빠가 지금 당장 엄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인식시켜 빨리 잠을 자라고 요구한다면 아이는 자신의 마음에 공감해 주지 않는 아빠에게 부정적인 감정만 생길 뿐, 그 상황이 즐겁게 해결되지 않는다.

이렇게 아이가 투정을 부릴 때는 투정을 부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챈 후 상상 대화를 통해 아이의 감정적 어려움을 도울 수 있다. 

“엄마가 많이 보고 싶구나. 아빠도 엄마가 많이 보고 싶다. 그렇다면 만약에 엄마가 지금 집에 온다면? 그 상상을 한번 해 볼까?”라고 상상 질문을 던져 아이와 함께 즐거운 대화를 해볼 수 있다. 

엄마가 집에 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하면 아이는 먼저 전화로 곧 집에 간다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고, 엄마가 오면 식사를 하게 될 테니 아빠랑 식사 준비를 하면 되겠다고 말한다. 또, 엄마가 없는 동안 그렸던 그림을 꺼내 놓아 자랑할 준비를 하고, 그러는 동안 계단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발소리에 마음이 설레고, 문을 열자 엄마와 동생을 보고 반가워 서로 안아주는 상상을 하며 아빠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렇게 일어나지 않은 일을 함께 상상하며 서로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가라앉은 마음으로 곧장 잠이 들기도 한다.

한편, 상상 대화는 아이의 감정적 어려움의 해결을 도울 뿐 아니라, 거부감 없이 설득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추운 겨울 빙어 축제장으로 가족 여행을 떠날 계획인데, 아이는 집에서 자주 입던 얇은 옷만 입으려고 한다. 감기에 걸리지나 않을까 걱정은 되지만, 억지로 입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으니 우선은 아이가 왜 그 옷을 고집하는지 부모는 이유를 찾을 것이다.

입을 옷이 형으로부터 물려받아 입기 싫은 것인지, 옷을 살 때 자신이 아닌 부모가 구매한 옷이기에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파악하고, 아이의 마음이 가라앉으면 부모의 뜻을 말해주면서 따뜻한 옷을 선택하도록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대화가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 때가 있다. 이때 상상의 세계를 결합해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다. “자, 그럼 지금 입은 옷으로 고기 잡는 상상을 해 볼까?”라고 상상 질문을 던져 차가운 얼음 위에서 얇은 옷을 입고 고기를 잡을 때 벌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을 함께 그려볼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아이는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외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아이는 3살 이후부터 가상적 상황을 익숙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 생긴다. 동시에 이를 활용한 상상 놀이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이다. 보이지 않는 사물이나 인물을 자유롭게 떠올려 상상하는 대화를 통해 아이와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KBS, MBC 등 방송국에서 10여 년 동안 MC 및 리포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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