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빠른 확산세로, 개정 누리과정 교사 연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오는 3월부터 시작하는 새 학기부터 새로운 교육과정을 현장에 적용해야 하지만, '무사 안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유아·놀이 중심의 ‘2019 개정 누리과정’을 확정·발표했다. 누리과정 개정은 정부가 2017년 12월에 발표한 ‘유아교육 혁신방안’의 후속 조치다. 기존 교육과정과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유아가 주도하는 놀이로 배움이 구현될 수 있도록 개편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당시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개정 누리과정을 ▲유아중심·놀이중심 교육과정 ▲국가수준 교육과정으로서 구성 체계 확립 ▲내용구성의 간략화를 통한 현장 자율성 확대 ▲교사의 누리과정 실행력 지원 등을 특징으로 꼽았다.
개정 누리과정 후속지원 중점 추진계획에서 정부는 올해 2월까지 ‘대상자별 맞춤형 교원 연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안에는 ▲교육(지원)청 및 직속기관 유아교육 장학관(사), 전국 육아종합지원센터장 및 담당자 심층연수 ▲시도별 핵심 강사요원 양성 및 원장(감) 연수 ▲시도별 교사 대상 집중 연수 ▲온라인 연수 개발・운영을 포함한다.
◇ “원격연수로는 미흡… 학부모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교사들도 난처
누리과정 개정을 위한 연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서울시교육청은 24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에서 “2월에 예정한 연수는 전면 취소됐고, 5월 이후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연수 참여 예상 인원 4200명 중 1000명 정도 남은 상태고, 신규·복직 등으로 유입되는 1500명이 연수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가장 많은 수의 교사가 속한 경기도교육청은 “개정 누리과정 연수 재개 시점을 4월 이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누리과정 연수 담당자는 “올 1월 초까지 1만 3000명 정도 연수를 받았고, 당시 재직 중인 교원은 거의 다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신규나 복직 교사, 겸임관리자(병설유치원 원감·원감)은 연수인원이 많아 지난해에 이어 연수를 진행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여의치가 않아 4월 이후로 연수 재개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27일 오전 현재 10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대구 지역은 어떨까. 교육청 측은 “전체 교사의 50~60% 정도가 연수를 받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직 연수를 받지 못한 교사의 구체적인 숫자는 알려주기 어렵다는 입장. 대구시교육청 담당자는 “2월 중에 교사 80~90% 참여를 목표로 누리과정 연수 일정을 계획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진행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경기도에 비해 연수를 늦게 시작한 이유를 묻자 “대구시는 사립유치원이 많기 때문에 사립유치원 교사 일정을 고려해야 했다”며 “교사들이 유치원이 봄방학에 들어가는 2월을 꼽았기 때문에 교사 의견을 반영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수가 중단된 동안, 교사들에게 원격 연수를 먼저 듣도록 공문이나 문자 안내를 통해 격려하려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집합교육보다 교사 학습공동체 활용에 중점 둬야" 조언
이처럼 코로나 국면이 지속될 경우, 개정 누리과정 교사 연수를 받지 못하고 새 학기를 맞이하는 교사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연수를 들었다고 밝힌 교사 A씨는 “개정 누리과정이 기존 과정과 크게 달라졌다”며, “항상 계획을 하고 수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연수를 듣지 않은 동료 교사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교육해야 할지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개정 누리과정은 어린이집에도 공통으로 적용된다. 마찬가지로 연수가 중단된 지금의 상황은 어린이집 교사에게도 막막함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교사 신정연(34, 서초3단지어린이집) 씨는 “당장 3월부터 아이들을 보육해야 하는데 계획안이 없어지는 등 많은 점이 변했다”며, “원격 연수로는 미흡함이 많아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학부모에게 누리과정 개정 내용을 설명해야 하지만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어 난처하다”고 했다. 신 씨의 경우 지난 15일에 연수를 받기로 했으나, 일정이 취소돼 원격 연수를 듣고 있다.
한편 전문가는 집합교육보다 개정 누리과정 취지에 맞춰 지역별 교육과정 개발과 학습 공동체 활용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개정 누리과정은 중앙집권적인 교육이 아니라”며, “각 지역과 기관에 맞는 교육과정을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수보다 현장과 관할 교육청이 ‘유아중심·놀이중심’ 교육 실현을 위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부연구위원은 “단위유치원 교육과정에 맞춰서 연수도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교사의 학습 공동체를 활용해서 환경에 맞는 아이들의 놀이 방법을 고민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코로나 확산을 막는 것이 우선이고, 앞으로 개정 누리과정을 현장에 안착하게 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수 계획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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