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놀라운 기사를 봤다. 어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인근 공원 놀이터에 놀러 나갔는데, 아이들 노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민원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주민은 돌도 던졌다고. 심지어 사람들이 쉬어야 하는 밤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낮에 일어난 일이다. 낮에도, 밤에도, 집에서도, 밖에서도 '시끄럽다'는 이유로 놀 권리를 침해받는 아이들. 도대체 우리나라 아이들은 어디서 놀아야 하나?
아이들이 맘 놓고 뛰어놀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층간소음 문제로 가장 편해야 하는 집은 물론이고 아이들 마음껏 뛰어 놀라고 만들어놓은 놀이터까지. 그렇다면 아이들은 유료 실내 놀이터, 키즈카페 등에 돈을 내야만 눈치 안 보고 놀 수 있다는 말인가? 돈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아이 키울 수나 있나?
브라질에서는 한국처럼 층간소음 분쟁이 빈번하지 않다. 낮에 놀이터나 공원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는 일도 없다. 내 지인은 아파트에서 아이를 둘 키우는데, 아랫집 사람에게 "우리 아이들 때문에 많이 시끄럽지?"라고 물은 적 있단다. 아랫집 사람은 그 말에 웃으며 "괜찮아. 아이들이잖아"라고 대답했다고.
◇ 우리나라 아이들의 놀 권리는 어째서 '유료'인가
뿐만 아니다. 낮에 놀이터에서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온 동네를 울려도 찡그리는 어른 하나 없다. 귀엽다고 웃으면 웃었지. 브라질 사람들에게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소리치며 노는 것이 당연한 존재다. 다만, 이들에게도 규칙은 있다. 보통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의 경우 저녁 8시 이후에는 조용히 해야 한다. 아침 8시 아니고, 저녁 8시 이후 말이다.
노키즈존에 아이들이 당연히 뛰어 놀아야 하는 공간까지 어른들 등쌀에 위협받는 한국. 딱히 놀 공간이 마땅치 않은 아이들에게 공원이나 놀이터같은 공간까지 시끄럽다고 제한하려 든다면, 도대체 아이들은 어디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이 활동하는 낮 시간. 그 시간은 아이들도 활동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만큼은 아이들이 내는 소음을 조금만 이해해주고 배려할 줄 아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아이들은 원래 큰소리를 내고 뛰어노는 존재라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나라 문화상 그게 어렵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놀이터 방음벽 등의 대안이라도 마련해주길 바란다. 우리 아이들이 맘 놓고 뛰어놀 수 있도록.
*칼럼니스트 황혜리는 한국외대 포르투갈(브라질)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브라질에서 두 살 아들을 기르고 있는 엄마입니다. 브라질에서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이 문화들을 한국과 비교하고 소개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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