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무서워서 어른 되기 싫다는 여섯 살 아이
‘죽음’이 무서워서 어른 되기 싫다는 여섯 살 아이
  • 칼럼니스트 윤정원
  • 승인 2020.03.09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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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알고 하는 교육] 아이의 높은 불안감 다스리는 법

Q. 우리 아이는 여섯 살입니다. 어릴 때부터 예민하긴 했는데, 요즘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더라고요. 어른이 되면 죽으니까 크는 것을 두려워하고, 잠을 자면 키가 크고 어른이 된다는 생각에 잠드는 것도 힘들어합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별로 나아지지 않았어요. 아이에게 있는 불안의 근원이 궁금합니다. 

"잠을 자면 키가 크고, 키가 크면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면 난…난…." ⓒ베이비뉴스
"잠을 자면 키가 크고, 키가 크면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면 난…난…." ⓒ베이비뉴스

A. 인간의 삶은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연속성이 있지만, 내일을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측하지 못 한 일을 겪은 경험,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러므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습니다. 불안이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걱정하는 마음에서 시작되고 걱정을 해결하지 못했을 때 커집니다. 즉,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걱정을 만드는 것이고 결국은 죽음을 생각하며 두려움에 휩싸이게 됩니다.

불안을 이해하려면 구체적으로 구분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우선 불안은 실체가 있는 것과 막연한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날짜가 정해진 시험을 걱정되는 것은 실체가 있는 것이고,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과 느낌은 실체가 없는 막연한 불안입니다. 질문자님의 아이처럼 잠을 자면 키가 크니까, 키가 크면 죽게 되니까, 결국 죽음까지 걱정하게 되는 것은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의 실체를 키나 잠 같은 현실에서 찾아 확인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 아이가 심한 불안감 시달린다면, '영아기 양육' 돌이켜볼 것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은 불안에 대한 근원을 영아의 환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외부세계를 인식하기 전의 영아는 환상을 감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현실 인식에 오류와 왜곡이 생기는데, 이때 양육자의 적절한 돌봄과 사랑이 개입됐을 때 비로소 실제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영아는 배가 고픈 느낌을 고통스러운 감각으로 느끼고, 젖이 적당한 때에 제공되지 않으면 배가 고픈 느낌을 무엇인가가 자신을 공격하는 ‘죽음의 공포’로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감각을 양육자인 엄마가 본능적으로 느끼고 (아기가 무언가 불편하구나) 흡수하여 심리적으로 소화하면서 보살피면 엄마와 아기는 편안하게 안정됩니다. 

하지만 아기의 환상 속 고통과 괴로움이 양육자에게 흡수되지 않고, 위와 같은 과정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이는 자라면서 공격성을 외부로 표출함과 동시에, 다시 자신이 반격을 받을까 봐 불안해집니다. 그러니 아이가 불안해한다면, 우선 영아기의 양육 상황을 체크해 보고, 영아를 돌보는 것처럼 아이의 불안을 양육자가 흡수해서 안정적인 정서로 되돌려주면 됩니다. 심리적으로 튼튼한 엄마가 되어주는 것이 아이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걱정이 많고 불안이 큰 아이를 돌보는 부모는 힘들고 지치기 마련입니다. 특히, 아이의 막연한 불안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큽니다. 하지만 아이의 불안에 적절히 반응하되, 해결책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은 버려야 합니다.

아이를 많이 안아주세요. 스킨십은 옥시토신 호르몬의 분비를 활성화 해 불안감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베이비뉴스
아이를 많이 안아주세요. 스킨십은 옥시토신 호르몬의 분비를 활성화 해 불안감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베이비뉴스

◇ 아이의 불안에 대처하는 부모의 적절한 자세

▲당황하지 않고 덤덤하게 반응하기= 부모가 불안이 높으면 과장하거나 비약해서 반응하게 됩니다. 아이가 불안정할수록 부모는 동요하지 않고 안정되어야 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잘 들어주기= 불안을 언어로 표현하면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고 감정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정서 조절, 부모가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아이가 자신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유의하기= “다른 사람은 그런 걱정 안 해! 네 친구들을 봐!”라는 표현은 삼가야 합니다. 아이의 힘든 마음을 일반화하면, 아이는 자기 자신에게 ‘비정상’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눈 맞추며 걱정을 느끼고 나누기= 엄마 아빠가 진심으로 나와 함께 한다고 느끼면 아이는 유대감과 안정감을 느낍니다. 가족의 연대감은 아이가 스스로 불안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형성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구체적인 걱정에 대해서는 방법을 모색하기= 잠을 자야 하는 것 등 현실적인 문제는 가족의 환경에 따라 즉각 행동으로 실천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도움이 됩니다. 

한편, 불안은 정서를 조절하면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사랑을 느끼는 데 도움을 줍니다. 출산 후 3개월가량 산모의 몸에선 옥시토신 분비가 활발해지는데, 이 옥시토신은 모성애를 키우고 아이와 애착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옥시토신은 엄마 외에도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고 관계의 친밀감과 연대감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옥시토신이 분비될까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스킨십을 하면 됩니다. 손을 잡고 등을 쓰다듬고 포옹을 하면서 안정되고 따뜻한 정서적 교감을 하면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됩니다. 옥시토신은 정서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고 불안을 낮추는데도 효과가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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