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여기 이 책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와!"
"응? 정말? 진짜네."
몰랐다. 아이들이 학습만화 「내일은 실험왕19」 '지형의 대결' 편을 들고 오면서 증거를 내밀 때만 해도 작가에게 예지력이라도 있나 했다. 아니었다. 내가 잘 몰랐을 뿐, 코로나바이러스는 원래 있던 거였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데노바이러스·리노바이러스와 함께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3대 바이러스 중 하나로, 사람과 다양한 동물에 감염될 수 있는 유전자 크기 27~32kb의 RNA 바이러스'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추운 겨울철에 발생하는 성인 감기의 10~30%를 차지하며, 두통이나 인후통·기침을 동반한 코감기를 주 증상으로 한다'라고 나오는데, 이 책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가설 선생님은 어제 무시무시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셨다. 호흡기계에 심각한 손상이 일어나, 발열과 기침, 호흡곤란이 심해져 병원에 급히 검사를 받으러 가셨다. 그 질환은 전염성이 매우 강해서 너희들과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구나."
차이가 있다면 사전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후통·기침을 동반한 코감기를 주 증상'으로 한다고 나오는데, 이 책에는 '호흡기계에 심각한 손상이 일어나, 발열과 기침, 호흡곤란'이 온다고 설명하고 있는 거다. '가만있자, 이건 지금 전 세계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는 코로나19 증상에 가까운데….' 이게 실제라면 선생님과 접촉한 교장선생님과 아이들은 모두 자가격리되어야 할 판. '대체 이 바이러스가 뭐라고 이 난리인가' 싶을 때 나타난 그림책이 있었으니 바로 「바이러스 빌리」(하이디 트르팍 글, 레오노라 라이틀 그림, 이정모 옮김, 스콜라, 2016년)다.
◇ 마스크 쓰라는 '폭풍 잔소리'보다 효과 있을 이 한 권의 책
그런데 책 표지가 심하게 귀엽다. '바이러스 너 이렇게 귀엽기야?' 하고 책장을 넘기면 지금 상황에서 너무 위험해 보이는 면지가 등장한다. 당장 마스크를 써야 할 것만 같은 순간, 이 책의 주인공 빌리가 반갑게 인사한다(그런데 어쩌지? 지금 너 별로 안 반가운데…). 코감기를 일으키는 리노바이러스(여러 종류가 있다) 빌리는 직접 자신을 소개하며 우리 몸속에 바이러스가 어떻게 들어오고, 몸속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매일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불안한 엄마 마음과 달리 '마스크 안 쓰고, 콧구멍 후비고, 눈 비비고, 손 안 씻는 아이들'과 함께 보면 정말 좋은 그림책이다. 나도 몰랐던 다양한 바이러스의 종류에 대해 알려주는 건 기본이고,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빨리 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독특한 방법으로. 이렇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재채기를 한 다음에, 그 손으로 바로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는 거야.'
'코를 푼 손으로 문손잡이를 만진 뒤, 다른 사람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는 거야'
'전등 스위치를 켠 다음 바로 그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는 거야.'
'이럴 때 나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너희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코로나19 국민 예방수칙과는 전혀 반대되는 이야기지만 이러는 아이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감염병의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라서 가능한 일이겠지만, 답답한데 왜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이에게 폭풍 잔소리를 하기보다 이 책을 곁에 두고 읽어주면 어떨까.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쉽게 알려주는 빌리 덕에 친구들 사이에서 '똑똑 박사'로 불릴지도 모르겠다.
빌리는 말한다. '유감스럽게도 너희들은 나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우리는 이 세상 어디에나 있다'고. '여자든 남자든 크든 작든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우리는 인간들 모두를 좋아한다'고. 특히 '우리(바이러스)는 가을과 겨울에 찾아가는 걸 제일 좋아한다'고. '차가운 공기가 코점막을 마르게 해서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몸이 재빠르게 방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리고 우리는 분명히 또 만날 거라고 인사한다.
어쩐지 오싹한 이야기다. 빌리는 귀엽지만 만나기는 꺼려진다. 그렇다면 방법은? 빌리가 알려준 방법을 기억하고 피할 수밖에. 아이들에게 무조건 공포감을 조성하기보다는 바이러스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고,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일상 속에서 함께 실천하는 데 빌리 이야기가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바이러스 빌리」는 현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이 2016년 옮긴 책으로, 같은 해 미래창조과학부인증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됐다.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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