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학교에 있어야 할 아이가 3주째 제 옆에 붙어 있는 중입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인데요. 알레르기성 천식으로 잔기침을 자주 하는 아이는 사람들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밖에 나가고 싶어 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으면 그만큼 집에서 날뛰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매일 두 시간씩 함께 야외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면역력이 중요하잖아요. 햇볕도 쬐고 운동도 할 겸 주변 산도 오르고 자전거도 타고 동네 구석구석 인적 드문 곳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사는 도시의 새로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뒷산에 습지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가 요란스럽게 울더니 까만 점이 박힌 알 속에서 꼬리가 나오고 금세 올챙이가 되어 헤엄치더라고요. 뜻밖에 개구리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게 된 것이지요.
집에서 가까운 곳만 돌던 자전거 도로도 조금씩 더 멀리 도전해 보는 중입니다. 도시 곳곳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예쁜 풍경과 맛집이 속속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동네도 좋은 곳이 참 많구나!
그동안 저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숨은 여행 코스를 주로 소개했는데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정작 제가 사는 도시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동네는 언제든 마음먹으면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다음으로 미루기 바빴고, 시간이 나더라도 익숙한 곳보다 설렘을 느낄 수 있는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었거든요.
사실 취재를 하면서 가장 본받고 싶었던 사람은 ‘아이와 도시 곳곳을 부지런히 둘러보는 부모님’이었습니다. 거창한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되니 틈틈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그런 시간이 쌓여 노하우가 생기면서 ‘여행 육아’도 가능하더라고요.
◇ 그동안 등잔 밑이 어두웠다… 도시엔 아이 위한 놀이시설·문화행사가 가득
하지만 말이 좋아 ‘도시의 재발견’이지, ‘뻔한 동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고민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저도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됐는데 우리나라에는 각 시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나 체험관, 역사적인 장소들이 상당히 많답니다. 아이가 저학년일 때는 굳이 해설사 선생님이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부모가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조금만 공부를 하면 충분히 좋은 선생님이 돼 줄 수 있더라고요.
또 도시마다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어요. 여름이면 물놀이장을, 겨울이면 눈썰매장을 개장하는데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아이와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숲 체험장만 해도 무려 40개가 넘는답니다.
가까운 곳을 찾는다면 멀리 이동할 필요도 없고 규모가 작아 아이를 보살피기도 수월한데요. 무엇보다 입장료가 무료거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매년 도시마다 열리는 축제와 비정기적인 문화행사들도 많습니다. 가까운 도서관만 가더라도 월별 행사가 꽤 많은 편이거든요. 이런 정보는 시청이나 도서관 같은 관공서 홈페이지에 수시로 공지되고 시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전 세계를 마비시킨 바이러스 때문에 지금 아이들이 있을 곳은 집 아니면 한적한 야외가 전부가 돼버렸습니다. 다행히 얼마 전까지 산에 오르면 눈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곳곳에 초록빛이 돌기 시작하더라고요. 곧 봄꽃도 여기저기 피어오르겠죠. 도시의 봄은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벌써 기대가 됩니다.
당분간은 아이와 동네 여행을 계속해 볼 생각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도시 구석구석도 다녀볼 생각이고요. 아이와 함께라면, 멀리 떠나는 여행이 아니어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으니까요.
*칼럼니스트 송이진은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활동하는 19년차 방송인이자 50여 편의 광고를 찍은 주부모델이기도 합니다. 아이와 매년 4~5회의 해외여행, 다수의 국내여행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아이와 해외여행 백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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