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 나라 우두머리를 왜 고양이가 할까?
생쥐 나라 우두머리를 왜 고양이가 할까?
  • 칼럼니스트 오윤희
  • 승인 2020.04.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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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선거와 투표를 그림책으로 배워봐요

여러모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가운데에도 청명과 식목일, 한식까지 지나 어느덧 화창한 4월 봄날이다. 학생들에게는 온라인 개학이, 국민들에게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요즈음. 어린이 친구들이 꼭 알아야 할 민주주의 선거와 투표를 배워보며, 개학 준비를 해보면 어떨까?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어 갈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맞춘 배움 가득한 그림책을 소개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올해 출간된 신상 책들이다.

◇ 우리도 투표할 수 있어요! : 「나도 투표했어!」

'나도 투표했어!'표지 ⓒ토토북
'나도 투표했어!' 표지 ⓒ토토북

초등학생 시절, 가장 친한 친구였던 보라네 집에 놀러 갔을 때다. 한창 대통령 선거가 있을 즈음이었는데, 문득 보라네 엄마와 아빠가 어느 후보를 뽑았는지 궁금해 질문했다.

“보라야! 너네 엄마아빠는 누굴 대통령으로 투표했어?”

“윤희야. 엄마랑 아빠가 그런 건 묻는 게 아니라고 하셨어. 나도 엄마 아빠가 누굴 뽑으셨는지 몰라.”

당시 보라의 대답은 지금 생각해 봐도 현명했고, 내 낯을 부끄럽게 한다. 전학을 간 보라를 다시 만난 건 대학 졸업 후다. 오랜만에 만난 보라의 똑 부러진 모습은 여전했고, 보라는 어린이를 가르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돼 있었다.

매학기 초, 어린이들은 반을 이끌어 갈 반장을, 학교를 이끌어 갈 회장 선거를 한다. 어른이 되서는 4년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한다.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만큼 중요한 건 바로 유권자들의 역할. 어린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민주주의 투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유쾌한 그림책 「나도 투표했어!」(마크 슐먼 글, 세르주 블로크 그림, 정회성 옮김, 토토북, 2020년)을 소개한다.

「나도 투표했어!」는 투표가 무엇인지, 투표가 좋은 것인지, 선거는 무엇인지, 언제 선거를 할 수 있는지,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 등 선거에 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풀어낸 그림책이다. 2007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세르주 블로크(Serge Bloch)의 그림으로 탄생한 책으로 어린이들이 알기 쉽게 비교와 설명으로 유권자들의 권리인 투표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어릴 적 내 모습처럼 어른들의 투표가 궁금한 어린이들에게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는 결말에 있다.

"나는 어려서 못 한다고? 여러 후보의 말을 듣고, 알아보고, 물어봐. 그리고 투표권이 있는 어른한테 네 생각을 말해 봐."(「나도 투표했어!」 중에서)

후보들의 공약을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해 보고, 투표를 잘했는지 확인도 하며, 스스로 선거와 투표를 알아가는 4월 15일이 됐으면 한다.

◇ 숲속 동물들의 대통령 선거 대소동! : 「동물들의 우당탕탕 첫 선거」

「동물들의 우당탕탕 첫 선거」표지 ⓒ길벗어린이
'동물들의 우당탕탕 첫 선거' 표지. ⓒ길벗어린이

고등학생 1학년, 학기 초 선거에서 부반장이 된 나에게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바로 반장이던 친구가 그만 자퇴를 해버린 것이다. 당시 교내 선거 규칙에 따라 얼떨결에 반장이 된 나는 생각보다 큰 임무와 책임감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만큼 리더십을 배우고 경험하는 시간을 보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전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는 의미를 지닌 민주주의. 학교 반장선거에도 규칙이 있듯이 민주주의 선거에도 반드시 규칙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숲속 동물들의 세계에서 민주주의와 선거 규칙은 어떠할까?

민주주의와 선거 규칙을 쉽고, 재치 있게 풀어낸 그림책 「동물들의 우당탕탕 첫 선거」(안드레 로드리게스, 라리사 히베이루, 파울라 제즈구알도, 페드로 마르쿤 지음, 조경숙 옮김, 길벗어린이, 2020년)을 소개한다.

네 명의 작가들이 힘을 모아 만든 이 책은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숲속의 왕 사자에게 화가 난 동물들이 새롭게 대통령을 뽑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기호 1번 사자, 기호 2번 원숭이, 기호 3번 뱀, 기호 4번 나무늘보와 일곱 가지 선거 규칙까지 각양각색 후보들과 공약들이 재미를 더한다.

"드디어 선거일이 되었어. 동물들은 비밀 투표를 위해 다른 동물들이 보지 못하게 투표용지를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표시한 다음, 용지를 접어서 투표함에 넣었어. 개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올빼미가 맡았어. 올빼미는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각 후보자의 득표수를 계산했어. 참, 원숭이는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어. 원숭이가 선거 규칙 6번 조항을 어기고 유권자들에게 바나나를 나누어 주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당선자는 바로…"(「동물들의 우당탕탕 첫 선거」 중에서)

개표부터 후보자까지 민주주의 선거에 관련된 단어들은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문장 속 단어들을 파란색으로 표기해 자세하게 의미를 소개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과연 누가 숲속의 대통령이 되었을까? 숲속 동물 친구들의 투표 결과가 궁금하다면, 「동물들의 우당탕탕 첫 선거」의 책장을 펼쳐보자.

◇ 톰과 제리가 선거를 한다면? :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표지 ⓒ책읽는곰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 표지. ⓒ책읽는곰

톰과 제리처럼 고양이와 쥐가 선거를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쥐가 승자일까? 고양이가 승자일까? 결말이 궁금하다면,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알리스 메리쿠르 글, 마산진 그림, 이세진 옮김, 책읽는곰, 2020년)를 읽어보자.

이 책은 4년마다 뽑는 생쥐 나라 우두머리 투표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생쥐 나라의 우두머리이니 생쥐가 아닐까 싶지만, 결말은 NO! 우두머리는 죄다 투실투실하고 피둥피둥하고 시커먼 고양이들이다. 고양이들은 과연 쥐들의 편을 들어줬을까? 과연 생쥐 나라를 고양이가 다스려도 괜찮은 걸까?

생쥐 나라는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가 번갈아 우두머리가 됐다가, 반반 섞어서 뽑기도 해보며, 좌충우돌을 겪는다. 우두머리를 바꿔가며, 해결책을 찾아보려 하지만 견원지간(犬猿之間), 아니다. 묘서지간(猫鼠之間)이다.

"어느 날, 작은 생쥐에게 어떤 생각이 떠올랐어. 친구들, 생각이 있는 친구 말은 언제나 잘 새겨들어야 해. 작은 생쥐가 다른 생쥐들에게 말했어. “생쥐 나라는 생쥐가 다스려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우두머리로… 우리 같은 생쥐를 뽑으면 어떨까요? 하다못해 제비뽑기를 하더라도 고양이를 뽑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요?”(「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 중에서)

이 책의 묘미는 바로 책의 마지막 장에 있다. 서로 얽히고설킨 생쥐들과 우두머리 고양이들에게 묘책을 내놓은 용기 있는 작은 생쥐의 말이 나온다. 결국 작은 생쥐는 감옥에 갔지만, 용기 있는 말 한마디는 생쥐 나라에 큰 메시지를 던진다.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는 캐나다 정치인 토미 더글라스(Thomas Douglas)의 1962년 의회 연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토미 더글라스는 캐나다에 국민 건강 보험 제도를 도입한 인물이자,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으로 꼽히고 있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가 진행된다. 코로나19 사태로 투표 논란은 많지만, 투표는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들에게는 ‘권리’이자 ‘의무’가 아닐까?조금은 더디더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는 바로 우리들의 참여에서 변화가 시작하는 게 아닌지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생쥐 나라 작은 생쥐의 용기 있는 외침처럼 용기 있는 시민들의 투표를, 어린이들의 관심을 응원해본다.

*칼럼니스트 오윤희는 생일이 같은 2020년생 아들의 엄마입니다. 서울 도화동에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커피와 빵, 책방과 정원에서 행복한 삶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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