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논란이 놓친 것… "자동차는 달리는 흉기"
민식이법 논란이 놓친 것… "자동차는 달리는 흉기"
  • 기고=김희진
  • 승인 2020.04.0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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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변호사
최근 '민식이법'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었다 ⓒ베이비뉴스
최근 '민식이법'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었다 ⓒ베이비뉴스

최근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개정을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시작되었다. 해당 청원은 4월 5일 기준, 32만 건의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

찬반논란 속에 아동의 존재는 ‘예측하기 어려운, 통제 불가능한 존재’로 묘사되며, 그에 따라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잠재적 위험집단’으로 취급된다. 아동의 특성상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큰데,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논란을 보도한 기사를 읽으며, 머릿속에 떠오른 판례가 있었으니, 바로 “자동차는 위험한 물건”임을 확인한 판결들이다.

"오늘날의 자동차대중화시대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행위는 일상생활에서 뗄 수 없는 보편적 행위가 되었지만, 여전히 자동차는 ‘달리는 흉기’로서의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자동차를 운전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운전자 자신은 물론 다른 운전자, 보행자, 기타 도로상·도로변의 사람들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하여 심각한 손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04. 1. 29. 2002헌마293)

"어떤 물건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판단 기준은 자동차를 사용하여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하거나 다른 사람의 재물을 손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7도3520 판결)

통쾌하다고 생각한 판례였다. ‘사람 나고 차 났지, 차 나고 사람 났냐’는 말이 무색할 만큼 자동차 경적이 위풍당당한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 우선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즉, 자동차를 이용해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지 않을 일차적 의무는 ‘운전자’에게 있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위험한 물건을 다루는 운전자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대한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규에 따른 준수의무는 그 기준점을 제시하며,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은 의무의 중차대함을 나타낸 표현일 뿐이다.

◇ 성인의 편의가 우선하는 도로에서 고려되지 못한 '아동인권'에 대한 요청

어린이보호구역은 "아동의 특성을 고려하여" 교통사고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자 도입된 제도다 ⓒ베이비뉴스
어린이보호구역은 "아동의 특성을 고려하여" 교통사고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자 도입된 제도다 ⓒ베이비뉴스

어린이보호구역은 아동의 특성을 고려하여, 교통사고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자 도입된 제도였다. 좌우를 충분히 살피기 이전에 '직진본능'으로 뛰어나가고, 현재의 행위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은 아동기, 특히 10대 전후에 나타나는 발달적 특성이기 때문이다. 갓난아기가 손에 잡히는 모든 물건을 입에 넣어보고, 사춘기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995년 1월 도입되어 7월부터 시행되었으니,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의 기능과 그에 따른 준수의무를 몰랐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를 준수하고, 주변을 살펴야 할 운전자의 의무는 결코 새롭지 않다.

일부는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아동이 사망하는 사고를 낸 ‘과실’과 음주 또는 약물을 하고 운전을 해 사망사고를 일으킨 ‘(미필적) 고의’를 동등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감히 묻고 싶다. 세상 어떤 운전자가 사고가 나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운전을 할까. 운전자가 교통사고의 위험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한, 사고를 예방하고자 최선을 다해야 할 운전자의 의무는 아동의 발달적 특성을 고려하여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개정안은 아동의 이동이 특히 많은 학교 앞 등 일정한 구역에서 특별히 더 주의해야 할 운전자의 의무를 강조한 것이다.

잭 도널리는 ‘인권이 잘 보장되는 사회에서는 권리요구자격으로서의 인권에 대한 투쟁과 논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역설하였다. 특가법 등으로 강화된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의무 준수 요청은 그만큼 아동의 안전이 위협받아온 현실을 반증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처벌의 정당성을 논하기에 앞서, 아동의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동 최상의 이익(the best interest of the child)’은 가치의 충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장 소외되기 쉬운 아동의 인권을 비중 있게 고려하는 과정과 결과를 말하며, 이는 곧 모두의 인권이 존중되는 결과를 지향한다.

즉, 민식이법은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약속하는 공적 가치가 반영된 결과이다. 운전대를 쥔 성인의 편의가 우선하는 도로에서 결코 우선적으로 고려되지 못했던 아동인권에 대한 요청이다. 그리고 아동인권의 보장은 안전한 사회에 대한 모두의 기대를 충족하는 한 과정이다.

모든 생명은 존귀하며, 아동의 삶의 무게는 성인과 다르지 않다는 이 단순한 명제가 왜 이리도 어려운 것일까. 민식이법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에 ‘아동인권’의 관점이 누락된 현실이 유독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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