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무슨 꿈 꿨어?" 매일 아이에게 꿈을 묻는 까닭
"오늘 무슨 꿈 꿨어?" 매일 아이에게 꿈을 묻는 까닭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20.04.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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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비합리적 정서 탈탈 털어버리는 아빠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경찰에 접수된 가정 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3.8%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아이들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 볼 수 있다.

지난 칼럼(코로나블루, 부모부터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도 결국 아이들을 통제하고 체벌하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실존을 존중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을 관찰하는 관찰자이자 연구하는 학자가 되어야 한다.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스스로 내성을 만드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꿈을 그리는 것은 나 자신과의 대화이다. ⓒ문선종
꿈을 그리는 것은 나 자신과의 대화이다. ⓒ문선종

“오늘 기분은 어때? 오늘 무슨 꿈 꿨어?”

나는 매일 아이들에게 두 가지 질문으로 안부를 묻는다. 이 질문은 아이들의 감정에 따라 인지와 행동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로 가치 있는 질문이다.

첫째 여덟 살 서율이는 지난달부터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은 내용은 이렇다. 거북이를 밟으면 자기 몸보다 큰 고양이가 나타나 자신을 잡아가 컴컴한 곳에 가두는 꿈이다. 처음에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반복적으로 꿈을 꾸면서 꿈속의 상황을 선명하게 그릴 수 있었다. 잠드는 것이 무섭고, 고양이만 보면 불안한 감정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거북이를 밟는 것은 금기된 행동, 규칙의 위반, 새로운 도전으로 볼 수 있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으로 불안감이 떠오른 것으로 생각했다. 어두운 곳에 갇힌다는 의미는 죄책감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꿈이 쌓이게 되면 아무 죄가 없는 고양이를 통해 비합리적 정서를 느낄 수도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런 꿈이 등장했는지 이제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부담감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꿈에 대한 대화를 통해 비합리적 정서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리고 3일 동안 잠들기 전 심상 훈련을 통해 고양이가 나 자신보다 크지 않으며, 바닥의 많은 거북이를 밟는 것이 두려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삶은 무의미하다는 암시를 줬다. 작은 장난감 고양이를 손에 쥐어주며 별 볼 일 없는 작고 귀여운 것으로 생각하도록 심상 훈련을 했다. 그렇게 3일 밤 동안 훈련하니 반복적인 꿈은 금세 사라졌다.

상당히 난해한 둘째의 꿈 ⓒ문선종
상당히 난해한 둘째의 꿈 ⓒ문선종

아이의 무의식 흐름과 핵심감정을 알기 위해 틈이 나면 꿈을 그려서 아빠에게 꿈의 그림을 보여줄 수 없냐고 요청했다. 말하지 않아도 서율이는 자신이 그날 꾼 그림을 그려 내 앞에 갖다 놓는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행동하고, 정서적으로 반응했는지 대화한다.

최근 서율이는 자신을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남자아이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 생각에 대한 논박(Dispute)을 통해 생각을 변화시켰다. 지금은 남자아이에게 선물을 가져다줄 정도로 친해졌다.

피아제가 말한 전 조작기에서 유아는 꿈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실재론적 사고를 한다고 주장했다. 동화책을 읽으며 그 상황이 실재한다고 믿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런 실재하지 않는 무의식의 사고가 우리에게 잘못된 비합리적 정서를 만들 수 있기에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꿈을 그리거나 대화하는 것은 좋은 활동이다.

비합리적인 정서는 어느 순간 신념이 되어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행동할 때 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 믿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의 실존을 가로막는 먹구름과도 같다. 아이는 자신에게 발생한 사건과 그에 따른 감정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현한다.

우리 부모들은 아이의 세계를 밝은 빛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화해야 한다.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 아이들을 혼낼 시간에 아이들 내면의 세계를 관찰하는 실존적인 부모가 되는 것은 어떨까?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됐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 시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었고,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9년간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했다. 지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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