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 박사는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읽는다는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언어와 이미지의 잔칫상’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천석 박사의 말마따나 그림책 읽기가 아이들에게 무한히 상상할 수 있는 ‘언어와 이미지의 잔칫상’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부모들에게도 그림책 읽기는 어른이 되어버린 자신에게 주는 또 다른 의미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 아이와 그림책 읽는 시간, 부모가 더 큰 '선물' 받는 시간입니다
부모들에게 그림책 읽기는 어떤 의미일까요? 우선 지금처럼 바쁜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아이의 마음으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습니다. 아이였을 때 감정이나 생각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아이를 잠시 만나는 시간이 되기도 하죠.
또한, 그림책 읽기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는 메타인지적 도구로도 훌륭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순수한 세계와 대비되는 어른들의 세계를 잘 묘사해 놓음으로써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본연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익숙해져서 미처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내 아이를 잠시 멈춰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그림책 읽기가 선물인 이유는 더 많지만, 무엇보다 그림책은 짧아서 읽기에 좋다는 것입니다. 짧으니 생각거리를 많이 주는 ‘여백의 미’가 있습니다. 그림책은 작가가 독자에게 많은 것을 강요하지 않고, 독자가 느낌과 생각을 가지고 갈 여유를 줍니다.
◇ 있는 그대로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들
레오 리오니가 쓴 「프레드릭」(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2017년)에서는 햇살과 이야기를 모으는 프레드릭과 열심히 겨울을 준비하는 다른 생쥐들의 모습들이 대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솝우화인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처럼 서로의 행동을 지적하며 자기식대로 판단하거나 끼어 맞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독자들에게 위로를 주죠. 남의 시선과 사회적 관습을 의식하지 않는 선물 같은 시간, 생각만 해도 흐뭇합니다.
「행복한 사자」(루이제 파쇼 글, 로저 뒤바젱 그림, 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2017년)에서는 울타리와 잠긴 문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믿고, 그것을 행복이라고 알고 있는 사자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먼저 펼쳐집니다.
사자를 보면 현대인인 나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하니까, 그래서 그냥 행복한 사자인지, 정말로 행복한 것인지, 사자의 본성을 살펴봄으로써 많은 것에 구속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죠.
그림을 그린 작가는 무채색과 유채색을 함께 사용해 사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내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서 내가 타인들에게 보여주는 친절이 진정한 친절함인지에 대해 역설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나의 관계성 또한 되돌아보게 합니다.
「곰아, 자니?」(조리 존 글, 벤지 데이비스 그림, 이순영 옮김, 북극곰, 2015년)에서는 마치 우리 아이와 부모인 나의 일상의 전쟁을 보는 듯합니다. 잠시라도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없는 부모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곰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때론 밤중에도 몇 번씩 심심하다며 곰이 좋아하는 것을 들고 곰에게 쳐들어가는 오리에게서 우리 아이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내가 오리가 되어본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곰’이 되어서 성가신 나를 받아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도 비난이 없습니다. 단지 배려라는 교육에 익숙해진 우리가 불편해질 수 있겠지만, 잠이 달아난 곰은 이미 꿈나라로 간 오리를 위해 음식을 준비합니다.
우리가 그림책을 읽고 많은 선물을 받을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줌으로써 더 많은 선물을 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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